원미동에 ‘바리스타’가? 그것도 수상 경력이 화려한 바리스타? 구도심이고 노인 인구가 많은 원미동과 낯선 조합이다. 궁금증을 품고 들어간 카페에는 청년 사장님이 있었고, 메뉴 중에는 ‘원미동 티라미수’가 있다. 젊은 바리스타가 원미동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궁금해 졌다. 통념상 ‘바리스타’는 ‘번화가’와 더 어울릴 것 같은 나의 편견에 색다른 감성을 불러 넣어주는  그런 만남, 도전해 봤다.

 

  
원미동 풍림아파트 건너편 노란 간판의 카페씨이오를 운영하는 백은성(33세)씨는 커피 경력 14년차. 7년 전, 커피를 배우기 위해 청주로 내려가서 커피 전문가들을 찾아다니고 미각훈련을 했다. 커피의 좋은 성분만을 추출하는 훈련, 원두볶기 정도와 물 섞기의 비율, 과일향이 나는 커피, 모든 것이 즐거웠다. 바리스타 대회에도 20회 출전했고, 4번째에 우승. 카페 아르바이트부터 직원, 매니저, 점장을 거쳐 지금까지도 심사위원을 하는 백은성씨가 선택한 곳은 번화가가 아닌 ‘동네’다.
  
여러 사람들이 ‘동네’에 카페를 만든다고 했을 때 반대했지만 백은성씨 생각은 달랐다. 14년 동안 여러 매장을 경험하고 지켜보면서 번화가는 매출 변동이 크고 불안정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13년 동안 살았던 원미동을 다시 찾게 됐다. 카페를 오픈할 당시인 2016년 만 해도 그 자리에는 카페가 하나도 없었다. 경쟁이 심하고 불안정한 번화가 보다는 ‘동네’를 택했다. 분명 어딘가에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동네카페 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 동네에도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있고 좋은재료를 써서 자신만의 노하우로 좋은 메뉴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처음부터 운영이 만만치는 않았다. 개인 카페보다 프렌차이즈를 선호하는 사람들, 젊은층보다는 어르신들이 많은 원미동에서 살아가기 위해 손님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3년여 동안의 노력으로 소품 하나 없이 시작한 카페에 살림도 하나씩 늘었다. “손님들이 커피 팔아 주신 돈으로 하나씩 장만했어요”
  
손님들도 가족같이 친근하게 지낸다. 오픈 초기부터 찾아온 유치원 선생님이 지금은 아이를 낳아 그 아이와 함께 커피숍에 시간을 보내다 간다고 한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아 이곳에 터 잡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행복을 느끼는 청년 바리스타. 경영의 가치를 따지는 기준이 단지 ‘돈’이 아니라 그 ‘돈’이 사람과 사람이 신뢰 안에 흐를 때 서로를 살리는 힘이 있다. 그 가치를 아는 청년 바리스타가 원미동에 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원미동 티라미수’라는 메뉴를 개발한 것도 원미동이 좋아서다. 처음만나도 원래 알던 옆집 할머니 옆집 형 같은 사람들. 친근함이 느껴지는 말투가 정겨워 본인은 그것을 ‘원미동 사투리’라고 부른다. 원미동 이름이 좋아서 이사 오신 분, 원미동이라는 이름이 부천동으로 바뀔까봐 걱정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원미동’이라는 이름을 살리고 싶어서 ‘원미동 티라미수’를 만들었다. 오랜기간 카페에서 일하면서 배워온 레시피와 노하우로 맛을 낸 ‘원미동 티라미수’. 원미동이 달콤해진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는 것. 매출이 조금씩 성장해서 이곳에 잘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차근히 성장하여 2호점을 내고 싶고 심사위원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는 바리스타 백은성씨의 꿈이 꼭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청년 바리스타 동네 카페의 성장을 바라는 분들은 CAFE C.E.O (원미동 115-2)의 문을 두드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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