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고, 우수(雨水)도 지났다. 눈이 변하여 비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절기다. 경칩까지의 15일을 3 등분하여 첫 5일간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고, 다음 5일간은 기러기가 북쪽을 향하고, 마지막의 5일간은 초목이 움튼다는 것이다. 생동을 알리는 절기다. 자연의 이법이고 권한이다.

이법은 원리와 법칙이다. 권한은 사람이나 기관이 보유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나 권력의 범위를 말한다. 그에 대한 반대 짝말을 책임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자연의 이법이 천지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 책임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몫일 것이다.

우리의 법률에는 책임을 의무라고 표현한 경우이며 개인과 단체에는 임무라고 한다. 모두 당연히 맡겨지거나 맡아서 해야 할 일을 일컫는 말이다. 능동적으로 찾거나 미리 알아서 행할 경우와 어쩔 수 없어 수동적으로 행할 경우의 상황은 과정과 결과에서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대개 권한은 책임에 앞서는 것으로 권력이나 권리의 범위와 근접한다. 권리가 쉽게 권력과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횡포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아 위험을 수반한다. 그것을 공공이 가지면 공권력으로 피해는 시민의 피해와 억압이 되고, 개인이라면 권력의 사유화가 된다. 지금 우리는 어느 쪽일까. 시민으로서 왠지 피해와 책임의 억압이 피부로 느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의 운영에의 부담은 시민의 몫이고 의무이고 책임과 권한은 공직자가 된다. 관문을 넘어야하는 공직에는 시험을 통한 공무원과 선거를 통한 한시적 공인인 정치인이 있다. 모두 권한과 책임이 명백한 직책이다. 직무상의 책임이다. 어떤 일을 맡아서 행해야 할 의무나 임무가 그것에 대한 추궁이나 의무를 지게 되는 제재를 감당해야 한다는 준엄한 의미도 무겁다.

최고 지도자에서 하급 관료에 이르기까지 계급을 초월하여 모두 책임과 의무가 부여되는 공인이다. 무게나 범위는 다르다 해도 피해의 규모는 각양각색이므로 시비의 범위 또한 다양하다.

권한의 방편으로 음험한 것이 있다면 비밀리에 결정하는 일이다. 공적(公的)이고 더구나 시민과 밀접하고 막대한 예산을 요하는 결정을 코드가 같은 패거리가 되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행태는 피해가 크고 편중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근거가 모호한 각종 위원회를 입맛에 맞게 급조하여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책임은 회피한다. 위원회라는 미명하에 책임 면탈기구로 악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청치인의 공약은 선거용일 수 있으나, 결국 공직자인 공무원에 의해 기획되고 실행으로 이어진다. 명령이나 요구, 지시에 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하여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하여 시민 입장에서는 공개를 요구하면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책임제를 도입,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온다. 부끄러움 없는 공직이라면 업무를 통한 권한과 더불어 책임도 수반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투명성을 담보하고 책임의 소재와 의무를 위한 책임 담당제를 제안해본다. 뒤를 돌아보아 떳떳함으로 길이 빛나고 부끄러움 없는 당당한 결정과 소명에 대한 보람으로 남을 일이기 때문이다. 새 봄과 더불어 신명을 다하는 공인의 신뢰의 힘찬 시작을 기대하고 싶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