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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도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직서 함부로 쓰지 마세요.
이종명 (부천시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센터장)  |  kong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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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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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회사를 다니다보면 여러 가지 노동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게 됩니다. 입사를 하면 먼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지요. 근로계약서에 나의 업무라든가 휴게시간, 휴일 등을 정하고 내가 받는 임금이 얼마인지를 정합니다. 근로계약서는 사용자의 의무입니다. 둘이 합의하에 작성하고 또 한부를 주지 않는다면 법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 입사하여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한다면 연장근로수당을 받고, 밤 10시가 넘어서 일을 한다면 야근근로수당을 받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근무한다면 휴일수당도 받게 되겠죠. 처음 입사해서 한 달간 만근을 하게 되면 월차(연차)로 하루의 휴가를 쓸 수가 있고, 일 년이 지난다면 연차휴가를 15일간 부여받습니다. 또한 1년 이상 근무를 하게 되면 퇴직금도 발생합니다. 그럼 회사는 언제 그만두게 될까요? 노동자는 자신이 원할 때 아무 때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고, 정년이 있다면 정년까지 근무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사용자는 함부로 노동자를 그만두게 할 수 없습니다. 해고를 시키고자 한다면 적정한 해고사유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징계 절차를 지키고 징계(해고)사실을 문서로 통지해야만 해고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징계사유가 별로 있지도 않은데 이래저래 회사에 밉보인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사용자는 징계사유나 징계절차도 없이 불러서 ‘이달 말까지 일하고 그만 두세요’ 라거나 ‘한 달 치 월급 줄 테니 그만두세’요 라는 지시(권고)를 합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울 때는 구조조정을 통해 합법적인 정리해고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다음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실 여러 가지 조건이 문제가 되기도 하다 보니 사용자들은 그냥 불러서 통보하는 권고사직을 많이 활용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실업급여는 받게 해 주겠다고 합니다. 사용자가 불러주는 대로 사직서를 쓰고 사유는 개인사정이라고 씁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회사를 퇴직할 때는 사직서를 써야 하는 줄 알고 불러주는 대로 씁니다. 왜 그만두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달리 뭐라 반박하기도 어렵고 그나마 실업급여를 받게 해준다고 하니 그냥 수긍하고 사직서를 내고나서 회사를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어떻게 해고수당이라도 받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하는지 앞날이 막막해집니다. 눈 딱 감고 다시 가서 일하겠다고 얘기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반장이나 부장한데 술 한 잔 사주면서 부탁해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친한 사람이나 주변에 노조 한다는 사람한테 물어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노동법테두리 안에서는 노동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노동자를 해고하고자 한다면 정당한 해고 이유가 있어야 하고 절차를 지켜서 문서로 통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 경우, 부당한 해고로 판정되어 원직에 복직시키고 그동안의 못 받은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용자의 권고에 의한 사직은 부당해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몇몇 노동자들은 사직서를 쓰면서 회사의 권유에 의해 쓰는 ‘권고사직’ 이라거나 ‘ 회사의 지시에 따라 사직서를 쓴다고’ 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쓴 것도 사직서는 사직서입니다. 우리는 권고사직은 해고처럼, 일반사직은 스스로의 퇴사로 받아들이지만, 실제 법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이 그냥 퇴사(사직)로 받아들입니다.

노동법에서는 ‘사직’인가 ‘해고’인가만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해고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용자의 일방적인 지시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조치입니다. 권고사직은 사직을 해달라고 권고한 것 이고 최종 판단은 노동자 본인이 한 것이므로 해고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사직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고, 그 분위기가 강압적이었음을 입증하고, 사직서를 쓰지 않은 경우에 예외적으로 부당해고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권고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상담을 하러 옵니다.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부당해고로 구제받기가 어렵고 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에서도 승소하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권유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은 사직을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즉각, 거부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며칠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서 노동 상담이나 주위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권고사직과 함께 사직서를 요구한다면 사직서의 작성이나 제출도 거부해야 합니다. 며칠 지나서 다시 불러서 권고사직에 대해 생각해보았는지 물어올 때는 또다시 사직을 거부하거나 그 상황을 녹음해두어서 자진의사로 사직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회사를 퇴사한다면 권고사직이라고 하더라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유리한 판정을 구할 수도 있으니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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