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 방학이지만 오랜만에 산학교 강당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산학교가 2년 전부터 아산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동학습’에 필요한 학사를 건립하기 위한 후원 주점이 열린 것. 학부모들이 직접 장을 봐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교사들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을 하는 등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나누는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산학교의 이동학습은 2년 전, 학교의 교육적 필요성에서 시작되었다. 산학교는 초,중등 9년제 대안학교이고,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이 아닌 자유롭고 민주적인 건강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목적인 학교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과정과 비교적 많은 여행 프로그램들을 실행하고 있지만, 졸업 전에 보다 더 직접적으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졸업반인 9학년(중 3)을 대상으로 한 달 남짓 되는 기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학습과 공동체 생활,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을 만든 것이 산학교의 이동학습이다. 학생들은 집을 떠나 의식주를 모두 스스로 해결하는 ‘자취생활’을 하게 되고, 함께 생활하면서 같이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담당교사가 함께 생활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는 도움을 주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하도록 한 발 물러서 있는다. 아울러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작활동도 병행하고, 나머지 시간을 스스로 어떻게 활용할지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춰 생활하게끔 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아쉬웠던 것은 이동학습의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짧았던 것. 한 달도 상대적으로 긴 기간일 수 있지만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힘을 가지기에는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학사의 건립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이동학습을 시작할 당시 아산지역에 귀향해 계시던 산학교 전 교장 조봉호(아침햇살)선생님께서 물심양면 도움을 주셨다. 자신의 집 2층을 학생들과 교사의 거처로 내어주고, 이동학습에 필요한 여러 물자를 지원해 주셨으며 지역의 다양한 인프라를 연결해서 이동학습의 시작에 결정적 역할을 하셨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계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공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했고, 작년부터 부지 매입 및 공간 건축을 시작하여 올해 2월 현재 완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아산시 송악면에 대지 100여평, 건물 35평 규모로 지어지는 산학교 아산 학사는 남,녀, 교사용 방 3칸과 주방, 거실을 갖춘 2층 목조건물로 지어지고 있으며, 완공이 되면 9학년 학생들이 약 3개월간 지내면서 이동학습을 할 예정이다. 이 외에 다른 학년들의 들살이(여행) 및 부모들의 친목 모임이나 타 유관기관에 대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1~20명의 규모의 교육적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찾는 기관 및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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