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라는 두 글자입니다. "짙을 농"과 "옅을 담"자인데요. 진하고 흐림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대개 글자란 게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기는 한자도 마찬가지죠. '담'자는 담백이란 말로 이어집니다.
구정 때 우리가 흔히 만나곤 했던 나박김치가 담백한 음식의 하나입니다. 땅 속에 묻어 저장했던 무우를 얇게 저미고 배추를 듬성하게 곁들인 김치죠. 실고추를 고명으로 얹어서 매콤하지만 시원했던 맛을 기억할 것입니다. 초하룻 날 떡국이랑 잘 어울렸죠. 담백한 대표 음식의 하나입니다. 무위적 사유와 불교적 문화가 만나 우리 음식은 담백한  쪽으로 흐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화의 수고로움에 비해, 얻는 영양은 별로 없을 듯한 우리 음식. 요즘 가치논리로 보면 도저히 선택하기 어렵겠죠?

농과 담은 특히 우리 예술의 중요한 미학범주입니다. 음식에서 그러하듯요. 별 맛이 없는 듯 하지만 뒷맛이 여운으로 남아 입안을 감도는 맛. 진한 맛과 담백한 맛이 갈등하기도 하고 어울리기도 하는 우리 멋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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