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여성의전화 활동가 디디가 생각하는 아주 간단한 도식.
평등 = 민주주의 = 더불어 돌보기 = 이것이 페미니즘.

지난 금요일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제 35회 한국여성대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 투표권 쟁취,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투쟁이 활발히 일어나던 20세기 초, 1908년 2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여성노동자의 대규모 집회에서 비롯된다. 당시 여성은 시민으로 사회에 발언하고 행동할 기본 권리인 투표권이 없었다. 여성 노동자의 환경은 극도로 열악했다. 이날의 집회를 시작으로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세계 여성들의 연대가 시작되었다.

 

1922년부터 3월 8일에 날짜를 맞추어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192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식민지 동안, 나혜석, 김일엽, 김명순, 허정숙, 정칠성 등이 중심으로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해방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부의 금지로 공식적인 행사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1985년이 되어서야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 여성 대회’로 다시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매회 중요한 여성의제를 제시하고 한국 사회 여성의 현실을 알리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올해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 #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를 슬로건으로 시민 난장, 기념식과 문화제, 거리 행진을 진행했다. 여성의 날 여성들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봄바람은 따뜻했다.
 
2018년은 ‘미투’의 한 해였다.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말하기’가 뜨겁게 퍼져나갔다. 여성들의 말하기를 통하여, 누구누구나 존엄성은 평등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 존엄성이 침해받지 않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미투’ 이 말하기 운동은 여성을 쉽사리 성적 대상화, 도구화하는 한국사회의 문화적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산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의 회복을 막는 2차 가해는 여전히 공고한 문화이다. 성폭력 범죄를 가해자 편에서 다루고 피해자에게 피해의 책임을 끊임없는 물어대는 문화는 언제 바뀔 수 있을까.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회복할 수 있는 문화는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여성대회에서는 여성운동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성평등 디딤돌 상을 발표한다. 여성운동상은 전시성폭력 문제를 국제적 인권이슈로 이끌어온 평화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님이, 제31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미투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가 수상했다. 서지현 검사는 수상 소감에서 여성이 사회인으로 존재하기의 어려움을 말하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한 비극적 현실을 바꾸는 여성들의 발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평등 디딤돌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 성평등 실현에 기여한 주체를 선정하는데 올해는 2개의 팀과 성평등 디딤돌 #미투 특별상으로는 11팀이 선정되었다. 성평등 디딤돌 2개 팀은 대학 내 페미니즘 백래시에 맞서 총여학생회 폐지 반대와 재건을 위해 싸우는 단체들, 그리고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의 실질적 조력자이자 법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다.

성평등 디딤돌 #미투 특별상 11팀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내 변화의 디딤돌이 된 김지은 님, 5·18 민중항쟁 당시 가해진 고문과 성폭력 피해를 드러낸 여성 생존자들, 연극계 미투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김수희 연출가 외 이윤택 사건 공동고소인단, 전라북도 지역 연극계 미투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배우 송원 님, 영화계 미투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배우 반민정 님, 문학계 미투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최영미 시인, 스쿨미투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용화여고 재학생과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체육계 미투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김은희 테니스 코치, 체육계 미투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이경희 리듬체조 코치, 경찰 내 미투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임희경 경위, 비공개 스튜디오 촬영 성폭력 고발로 변화의 디딤돌이 된 양예원 님 들이다.

또한 특별상도 발표되었는데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거리로 나선 30여만 명의 여성들’이다. 올해의 수상은 단체들이 많았다. 차별과 폭력을 반대하기 위한 수많은 움직임이, 서로가 서로의 존엄이 지켜낼 수 있도록, 더불어 보살피려는 움직임이 많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사회에서 여성은 존엄성이 쉽사리 무시된다는 것이다. 3·8 여성의 날은 마음이 계속 아프고, 불안하고 그럼에도 뜨거워지고 결코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야한다는 굳은 마음을 다지게 되는 날이다. 서로의 존엄성을 서로 서로 돌볼 수 있는 그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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