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여 각자의 현실에서 실천해 보자

2019년 3월 초  일본에서 넘어 온 30살의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오사카 공항에서 2시간 넘게 찾아 들어가야 하는 산속에 있는 “공생사”라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공생사”는 “하키코모리”라고 불리는 분들이 10여분 넘게 집단거주를 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공생사”의 공간이 있는 사진을 보니 요즈음 인기 있는 TV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자연인들이 사는 풍경이었다. 깊은 산속에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 오지의 풍경...

밥을 먹으면서 일상의 대화를 하다가 이해되지 않는 답변이 있었다. 
“식사당번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 식사를 누군가는 준비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동부엌에 모여 함께 식사하는 풍경도 아니다. 누군가가 준비한 저녁거리를 각자의 방식대로 가져다가 저녁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정해진 규칙이 있겠지? 라는 의심을 하면서 질문을 계속 던졌다. 하지만 내가 던진 질문이 더 이해가 안 된다는 답변이었다. “규칙은 없다.”
우연히 만난 자리라 오랜 시간 이야기하지 못하고 차후를 기약하고 헤어졌다.

이 짧은 대화에서 “공동체”, “공유 공간”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공간 옴팡은 2013년 11월 누구나 놀고자 하는 주제가 있으면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취지하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누구에게나”가 무색할 정도로 공간을 함께 준비한 사람들만 이용하는 공간이었다. 이후 누군가의 구상으로 하나하나 모임이 만들어졌고 6년차인 올 해에는 정기적인 모임이 18개가 되었다. 18개의 모임이 각자의 방식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나 공간이용에 관한 합의된( 혹은 정해진) 규칙은 아직까지 없다. 또한 “옴팡”의 구성원이라는 생각보다 참여하는 모임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공간 옴팡은 상근자가 없으며 (물론 누군가 옴팡이 잘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하고는 있다. - 청소, 모임간의 일정조정 및 연락 등) 이용하는 모임간의 협의체 (혹은 네트워크) 구조도 있지 않다.

 처음 “옴팡”을 접하는 많은 사람들이 “옴팡”은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본다. “공유공간을 추구합니다.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자유이며, 합의된 규칙은 없습니다.” “ 무형식의 형식을 지향합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운영이 되냐요?”라고 다시 물어본다. 한편 “우리 동네 학습 공간, 복합문화 공간, 리빙 랩, 생활문화플랫폼, 마을교육공동체, 인문학 공동체.... ” 등 다양하게 “옴팡”을 소개한다.

 “욕심이 많네요.”, “신기하네요.”, “그것이 가능한가요?”

 위에서 옴팡의 겉모양을 드러냈지만 실제로 옴팡이 운영됨에 있어 여러 요소들이 작동하고 있다. 자신이 놀고 있지 않지만 공간이 운영되어 지는 것을 지지하는 분들의 후원 활동, 각각의 모임에서 부딪히는 갈등( 대표적인 예 - 나는 이만큼 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은 해야 하지 않을까?), 문화센터처럼 프로그램만 참여하는 모습, 다음 모임을 생각하지 않고 사용한 흔적을 선명하게 남기고 가면서 생기는 갈등 ... 
누군가는 이야기 한다. 형식이 없어서 그럽니다. 지향하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서 그럽니다. 규칙을 가져야 합니다. 여전히 옴팡에는 규칙이 없고, 특정 목표를 의식하지 않는다. ( 물론 모임별 목표는 있지만) 24평의 자그만 공간에서 부딪히는 갈등도 지금까진 해결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이 고민을 지역적 차원에서 함께 이야기 해 볼 것을 제안한다.
 
공간(공동체)이란 어떻게 만들어 질까?  “공유”(share의 나누다 보다 공동의 common)의 가치는 현실에서 가능할까? 어떻게 형성되어질까?  이를 위해 필요한 자원은 어떻게 만들어 갈까?

지역에 옴팡과 같은 지향점을 가진 공간이 있다. 각 공간별로 부침이 있고,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도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2019년엔 조금의 진전이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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