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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따듯한 사람. 역곡人
남태일 조합원  |  jleo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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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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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연구소를 시작하셨다는 말을 듣고 가봐야지 한 지가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상담소 앞을 지나갈 때마다 빚진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자의반 타의반의 인터뷰 임무를 명받아 더 이상 핑계할 수 없이 무조건 만나야만 했습니다. 살짝 민망하기도 했지만 이참에 빚을 갚을 수 있어 기대하는 마음으로 일요일 저녁에 연구소를 찾았습니다. 개원선물로 각티슈를 사서 갔습니다. 아무래도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눈물, 콧물 쏟아질 때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여 긴하게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먼저 와서 커피를 내리고 계신 <자예> 심리상담연구소 대표인 이희숙조합원을 만났습니다. 사실 이희숙대표(이하 이대표)와는 재밌는 인연이 있는데 바로 이대표의 둘째 아들 예량군의 수학 과외선생과 학부모였다는 인연입니다. 정말 동네에서 오래 살다보니 별별 인연이 다 있습니다. 역시 어른들이 ‘착하게 살아라.’라는 말씀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연구소를 둘러보고 커피를 마시며 어색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1. 이대표님 자신의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이: 프리랜서 건축업을 하는 남편, 두 아들과 가톨릭대 근처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재 안양대학교에서 상담심리 박사 과정을 하고 있고, 역곡에서 바우처상담이 가능한 <자예>심리상담연구소 대표로 있는 이희숙입니다. 보호관찰소의 법사랑위원으로 5년 정도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회계 관련 일을 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이제는 상담을 주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2. 가족이야기가 나왔으니 가족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두 아들이 대학생이라는 것도 놀랍고, 또 큰 아들과는 같은 학교에 다니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 먼저 신랑은 건축업을 하고 있어요. 프리랜서로 일을 합니다. 두 아들이 있는데 큰 아들인 자량이는 학부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있고 저는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거 있어요. 학교에서 마주치지는 않지만 가끔 전화해서 밥 사달라고는 합니다. 아들이 공부하는 강의실에서 앉아 저도 공부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죠. 둘째 예량이는 건축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 예량이는 어릴 때부터 목공을 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직접 나무를 깎아 멋진 목검을 만들었죠.(사실 예량이가 목검 하나 깎아 준다고 했었는데..) 진로를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3. 아이들을 이제 다 키우셨습니다. 그런데 두 아들 이름이 참 독특합니다. 누가 지어주셨는지 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그쵸. 조자량, 조예량. 둘 다 모두 시아버님께서 지어 주셨습니다.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는데 늦게 아이가 생기면서 시아버지께서 50개의 이름 목록을 한 달 동안 고심한 끝에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아들 자, 대들보 량. 해서 자량입니다. 예량이는 아들을 예상하셔서 미리 예, 대들보 량. 해서 예량입니다. 이름이 독특하다 보니 놀림도 많이 받았죠. ‘중국에서 왔냐?’, ‘화교냐?’하는 말도 숱하게 들었죠. 예량이는 여자 이름으로 오해도 많이 받았죠. 덩치가 산만한 녀석인데 말입니다.
남: 시아버님께서 대들보 같은 인물을 기대하셨던 것 같습니다. 시아버님이 아흔이 넘으셨는데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단란한 가정이 이대표님이 학업과 활동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4. 이제 우리 동네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역곡에 언제부터 둥지를 트셨는지요?
이: 구로구에 살다가 역곡에 온 지 15년, 올해 16년 차가 됩니다. 전세 가격이 좀 낮은 곳으로 오다보니 서울에서 가까운 부천 역곡으로 오게 되었죠. 
: 그럼 원래 부천 분은 아니시군요. 서울에서 부천으로 오셨다? 생각보다 부천에 오래 사신 것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곡동, 역곡살이’로 이곳저곳에서 이름을 보게 됩니다. 전에도 동네살이에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이: 아마 상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5년 전부터가 아닐까 싶어요. 그때 동네 분들을 한 두 분씩 만나기 시작했고 그 무렵 ‘역곡동’밴드가 생기면서 온라인을 통한 활동이 역곡동을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남: 밴드하니 생각납니다. 밴드에서 가장 열심히 이웃들의 생일을 축하하시는 것 같아요. 모든 분들을 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분들인가요?
이: 아닙니다. 아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모르는 분들입니다. 사실 전에 제 생일날 밴드에서 알림이 떴는데 생일을 축하해 주는 분이 한명도 없었어요. 무척 서운했습니다. 해서 그때부터 다른 분들의 생일 알림이 오면 축하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나처럼 서운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남: 대단하십니다. 저라면 축하해 주는 사람 하나 없는 야박한 밴드라면 탈퇴했을텐데 말입니다. 이대표님은 오히려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을 향한 축하로 승화시키셨어요. 동일한 상황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역시 상담가로 타고난 성품이신 것 같습니다.

5. 이대표님은 왜 상담 공부를 시작하셨는지요?
이: 네. 사실 우리 두 아들이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었습니다. 하여 상담을 참 많이 받으러 다녔습니다. 그러다 문득 언제까지 이렇게 상담을 받으러 다녀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같이 돌봄이 필요한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상담을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먼저 제가 먼저 변하게 되고, 다른 아이들을 상담하고 돌보는 과정 가운데 우리 아이들 역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위해 상담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남: 만학이라면 만학인데 가족들의 지지가 없으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지요?
이: 네. 아이들이 엄마를 보면서 ‘진짜 열심히 사는 우리 엄마.’, ‘존경하는 사람, 우리 엄마.’ 이런 말을 합니다. 때로는 독한 엄마라고도 합니다. 가족들의 아침은 제가 준비하지만 저녁은 항상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지지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6. 이제 인터뷰 끝으로 가는데, <자예>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이: <자예>라는 말은 처음에는 자량, 예량이라는 이름에서 가져온 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사전을 살펴보니 식물에서 암꽃의 생식기관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더라고요. 사람으로 치면 생명을 잉태하는 곳, 자궁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생명이 자라는 곳이죠. 심리상담을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고, 새로운 힘을 얻어 생명의 활기가 되살아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요? 바로 그런 일을 하는 곳, 생명이 되살아나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 정말 가슴 벅찬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예를 통하여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7. 그럼 마지막으로 심리상담연구소 <자예>를 통한 비젼과 꿈, 역곡동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 <자예>를 통해 아이들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지역의 학교 학생들이 건강해지고 긍정적인 마음이 가득하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많은 친구들이 상담을 통해 회복하고 이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 되면 좋겠어요.
남: 역곡동은 이대표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 한마디로 삶의 터전입니다. 좋고 마음 편한 곳. 사람들이 역곡에 산다하면 거기가 어디야? 했던 적도 있었어요. 종종 창피하다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당당합니다. 참 좋은 동네 역곡에 산다고 하죠. 광역동이 되면서 이름이 바뀐다고 하는데 너무나 아쉽습니다.
: 음...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을 기억되시길 바라시는지요?
이: 편안한 사람, 따뜻하고 커피 한잔 생각날 때 같이 마시고 싶은 편안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그리고 손에 들린 텀블러에는 수다를 떠느라 미처 다 마시지 못해 미지근해진 커피가 있다. 입술을 데일 염려 없이 ‘편안하게’ 남은 커피를 마신다. 편안한 수다에 이어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며 우리 역곡동에 함께 있어 편안한 분들이 더욱 많아지길 그리고 그런 분들이 행복한 역곡동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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