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찹쌀 도너츠 서미란님

원미동 시장 거리를 슥슥 아무 생각 없이 지나는데, 낯선 누군가가 웃으며 인사한다. 쑥스럽게 처음엔 쭈뼛쭈뼛 어색하게 답인사를 하다가 이제는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하게 만들어 준 사람. 동료에게 한턱 내겠다며 도너츠를 4천원 어치 샀는데 막상 주머니에 현금이 없어 쑥스러울 때 ‘길에서 자주 보는데요. 나중에 주세요’ 하고 상냥하게 답해주던 사람.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바로, 원미동 시장 골목 ‘스마일 찹쌀 도너츠’ 서미란 사장이다.

 

 찹쌀 도너츠와 바삭한 핫도그를 파는 스마일 찹쌀 도너츠 매장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항상 밝게 웃는 서미란 사장님과 그 얼굴을 꼭 닮은 웃는 얼굴 그림이다. 종이를 덮은 비닐 위에 매직으로 쓱쓱 그린 웃는 얼굴에 ‘스마일’이라고 써 있다. 핫도그와 도너츠를 주문하고 기다리며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들 얼굴이 무표정해서, 웃으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스마일 도너츠가 생긴 것은 1년 전쯤이다. 우연히 원미동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이 무표정했다. 용기를 내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무표정으로 응답하는 사람들을 대하기가 민망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인사를 건넸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가는 매번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원미동은 그렇지 않다. 매일 보는 얼굴이고 동네 사람들이다.

 웃으며 인사를 건넨지 1년이 지나니 웃음으로 보답이 돌아왔다. 이제 거리를 지나는 동네 주민이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동네 어르신들이 밝게 웃어 주어 고맙다고 먹을거리를 나누어 주시기도 한다. 고령의 어르신들은 속이 좋지 않아 찹쌀 도너츠나 핫도그를 사 먹을 수가 없어 미안해 하신다고 한다. 항상 밝게 웃어 주어 고마운데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답답하신가 보다. 그래서 작은 것이라도 있으면 나누어 주신다.

 원미동에서 상점을 운영하면 번화가 보다 큰 돈은 벌 수 없지만, 동네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삶을 살 수 있어 좋다고 하는 서미란 사장. 관계는 지워지고 거래만 남은 시대에, 거래를 지우고 관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따뜻, 쫄깃, 달콤한 도너츠를 사 먹으러 가는 일이 동네 언니 만나러 가는 길만큼이나 따뜻하다. 웃으며 인사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어 좋은 원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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