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여성의전화 활동가 디디가 생각하는 아주 간단한 도식. 평등 = 민주주의 = 더불어 돌보기 = 이것이 페미니즘.

지난 3월 30일, 낙태죄 폐지를 위한 집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낙태죄로 말미암아 고통당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임신중단 결정. 어찌하여 이것이 범죄로 성립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형법 269조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같은 형을 내린다. 낙태하게 한 자가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낙태죄는 1950년대에 만들어졌다지만 국가는 경제발전을 명목으로 출산억제 정책을 펴면서 낙태버스를 운영하였다. 국가주도형 피임의 한 방법이 낙태였다. 낙태가 그때는 괜찮았고 지금은 괜찮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때보다 생명존중, 윤리의식이 향상되어서? 한국사회는 살아가기, 살아남기, 살아보기 모두 개인의 책임과 몫으로 넘기고 있지 않나? 공공성에 대한 고민은 공산주의로 매도되지 않았나? 한 생명이 시작되어 그 생명이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성소수자의 생명은 존중 받고 있나? 장애인은 일상적인 보통의 권리들을 누리고 있나? 모든 신생아들이 기본적인 돌봄의 조건을 사회권으로 갖고 있나? 윤리적인 문제에 성찰 없이, 누가 어떤 자격으로 여성의 임신중단 결정을 힐난할 수 있나.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안전한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보장하라!! 약물적 임신중지!! 여성건강권 보장하라!! 포괄적 성교육과 피임 접근권 보장하라!!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하라!! 낙인과 차별 없는 재생산권 보장하라!!”고 함께 외치며 헌법재판소 앞까지 행진을 하였다.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 집회 맞은편에서는 낙태죄를 찬성하는 집회도 열리고 있었다. 이날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의 사람들도 생명존중, 인권을 내세우며 어떠한 경우에도 낙태는 있을 수 없다, 낙태죄는 존속되어야 한다, 외치고 있었다.

철학자 주디스 자비스 톰슨은 태아가 무고한 인간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며 임신중단에 대한 여성 권리입장을 말한다. 톰슨은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몸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버린다면, 그리고 그 연결이 9개월 동안 지속되어야만 그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어떤 상황을 상상해 보라 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 몸과 연결이 되어버린 어떤 이의 선택. 9개월 동안 연결되어 있을 것인가, 다른 사람이 죽더라도 연결을 끊을 것인가의 선택에 대하여 제3자가 어떠한 강요와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그 선택에 대해 도덕적으로 요구할 수 있을지.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날이다. 7년 전, 2012년 헌법재판소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에 비해 결코 크지 않기에 낙태죄 성립이 합당하다고 하였다. 낙태죄는 여성 자신이 소유하는 몸의 권리를 국가가 전유하는 것이다. 여성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판결, 낙태죄 위헌 판결이 당연하게 발표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제는 존중 받고 살기 위한 필요조건들을 만들어야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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