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나눠 쓰는 부천고등학교 총동창회

함께 씁시다!

공간을 나눠 쓰는 부천고등학교 총동창회,
“동문과 시민이 함께 쓰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부천고등학교 총동창회관(부천시 길주로 361. 3층)

  길주로 361, 7호선 춘의역에서 신중동역 방향으로 큰 길을 따라가다 보면 빨간색 옷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시청으로 향하는 넓은 도로 네거리에 온 건물을 감싼 옷가게 간판과는 대조되게 입구에 작은 간판이 하나 있다.  “부천고등학교 총동창회” 부천을 대표하는 고등학교 동창회관이 자리 잡은 건물이다.
  그 동안 조용하기만 하던 이곳 동창회관에 얼마 전부터 작지만 의미있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 공동체와 손을 잡고 부천의 역사, 문화, 향토 자료를 전시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동문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를 조성한다니 기대가 크다.  부천고 총동창회 장석재 회장을 만났다.

 

▲ 부천고등학교 총동창회 장석재 회장

 

Q. 부천고 동창회 언제 어떻게 만들어 졌나요?

A. 부천고는 부천을 대표할 만한 학교입니다. 74년 개교 이래 올해 43회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현재 2만여 동문이 있고 부천을 중심으로 사회 곳곳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비평준화 지역 고교로 명문고로서 이름을 알렸고, 지금도 그 명성이 남아있습니다.
  동창회는 첫 졸업생이 배출될 때부터 활동해 왔습니다.  벌써 40년이 넘었네요.  동창끼리 우의를 다지고 모교 발전에도 기여하자는 취지로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모교에 발전기금을 전달하는 일과 동창 선후배간 우의를 다지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Q. 멋진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동창회관을 조성하게 된 계기와 이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다면?
A.  지난 17년에 현재 위치로 이전했습니다.  그 전에는 사무실이 비좁고 변변한 집기도 없어서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가구전시장이던 이곳을 임대하고,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와 새 집기들을 들여놓았죠.
  동문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동문회관을 만들었습니다.  회장실과 회의실, 사무국 사무실을 만들었고, 별도로 작은 방을 세 개 만들어 필요한 동문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사무국에 운영 간사를 두고 동문회관을 운영했습니다.


Q. 회관을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고정 지출이 많다는 거죠.  매월 임대료와 관리비, 그리고 초창기에는 월급 주는 간사가 있어 고정 지출이 많았습니다.  동창회라는 것이 사업수익을 내는 곳이 아닌데 월급에 임대료에 매월 나가는 돈이 많으면 부담이 되죠.  다행히 사무실 세 개가 모두 나가 거기서 들어오는 사용료가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경제적인 부담도 있지만, 그보다 동문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보다 잘 활용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죠.  만들어진 공간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걸 만들어 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Q.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동체(부천향토연구회 콩시루)에 공간 일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앞서 말했듯이 잘 만들어진 공간에 동문들이 모일 수 있는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총회나 이사회 등 회의 때 말고는 공간 활용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마침 향토연구회에서 일부 공간을 활용해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동문과 주민을 위해 공간운영을 하겠다고 하니 반가웠습니다.
  집행부 입장에선 동문회관의 활용도를 키우고, 동문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공간을 지역공동체와 나눠 씀으로 인해 지역 명문고 동창회로서 지역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Q. 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상생모델이 될 수 있지만, 동창회 내부에서 혹시 우려의 목소리는 없는지요. 독자적인 공간을 나눠쓰게 되면 불편함이 따를 텐데 이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A. 어떻게 백프로 찬성이 있겠어요.  혼자 쓰던 공간 일부를 내어주는 일이라 다소 불편함은 있겠지요.  내부 설득과 소통을 통해 불만은 최소화하고 성공적인 상생모델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대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얼마 전 학교장 간담회와 오늘 학부모 간담회 자리에서 동창회관 북-카페 조성사업에 대해 알렸는데 모두들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작은도서관’을 통해 동문과 재학생이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되고,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도 큽니다.  좋은 의미와 명분있는 일이라 앞으로 잘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작은도서관’ 공간이 어떻게 운영되기를 바랍니까?

A. ‘작은도서관’은 동창회와 향토연구회, 민간의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소통 공간입니다.  여기에 시보조금으로 공간조성 인테리어 비용이 투입된다고 하니 민간과 공공이 결합한 의미있는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동창회관을 만들었던 본래의 목적에 맞게 부천고 동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나아가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부천고 재학생은 물론 지역 청소년들이 지역을 알고 배울 수 있는 학습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작은도서관’ 개관행사는 따로 준비하고 있는지요?

A. 4월 중으로 공사가 마무리 되면, 4월 말쯤에 개관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실무진이 준비를 하고 있는데 향토연구회와 공동주관으로 동문과 지역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문과 지역주민의 작품 전시과 함께 합창단 공연 등 동문과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준비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도서관에 비치할 도서기증도 받고, 추억의 앨범 전시회도 한다고 합니다.


Q. 동문과 지역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여러 사람의 생각들과 바람이 모여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 집니다.  이 곳에서 부천고 동문은 물론 지역주민 모두가 서로 소통하고 웃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만드는 일보다 오히려 지키고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부천시 보조금지원사업으로 공간조성 공사가 진행중이다.


  부천향토연구회 콩시루(이하 콩시루)는 지난 2016년 콩나물신문 구독자와 시민들이 부천지역을 좀 더 알자는 취지에서 만든 학습동아리이다.  첫 해는 경기도 따복공동체 마을계획수립사업에 선정되어 단행본 “고리울 가는 길”과 “대장마을 가는 길”을 출간했다.  2017년과 18년에도 연이어 주민제안사업에 선정되어 “우리고장 옛이름 지도”를 제작하고, “공정여행 기획자 과정”을 운영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콩시루’는 그 동안의 사업성과와 자료를 공유하고 지역 주민과 청소년을 위한 소통과 학습공간을 찾던 중 부천고 동창회를 만났다.  동창회로부터 일부 공간(14평)에 대한 사용 허락을 받아 ‘부천시보조금지원사업(자부담 포함 23,123,000원)’에 지원했다.  고등학교 동창회관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지역 공동체의 ‘공간조성’ 사업제안이 선정된 것이다.  이로써 부천의 역사·문화‧향토자료를 전시하고 교육할 수 있는 북-카페 공간이 민간의 제휴와 공공의 지원을 통해 생겨나게 되었다.

  지역에는 많은 공간들이 있다,  동창회관, 향우회관, 자치회관, 협회 사무실 등 의욕적으로 공간을 만들었지만 실상은 회원에게 조차 외면당해 한 달에 한, 두 번 회의하는 장소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부천고 동창회와 콩시루의 만남처럼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유 공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귀찮아서 때로는 불편해서 함께하는 일을 꺼려한다.  하지만 붕어빵도 치킨도 피자도 혼자 먹을 때보다 나눠먹을 때 더 맛있듯 ‘공간’ 역시 그 곳에 ‘인간’이 채워져 북적거려야 제 맛 아닐까.  부천고 동창회와 ‘콩시루’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공유 공간’의 성공모델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글·사진 | 오산(콩나물신문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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