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인천시 부평구와 경기도 광명시를 잇는 고압 지중 송전선 건설공사가 한전과 지역 주민의 갈등으로 중단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한전과 지역 주민간의 갈등이 있는 지역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과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으로 해당 지역은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고 초등학교 등 교육 시설이 많은 곳이다. 이중 부천시 상동 주민들은 고압선 전자파의 위해성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고, 부천시도 주민들의 전자파 피해를 우려하며 한전에 공사 관련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2018년 4월 공사 중단 이후 11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부천시 상동 주민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자 한전은 행정심판 결과가 통보되기도 전에 부천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지역 주민의 공분을 샀다. 이후 2019년 2월 1심 행정소송에서 한전이 승소하자 부천시는 이에 항소하였고 소위 ‘부천시 특고압 문제’는 일진일퇴(一進一退) 거듭하며 장기화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콩나물신문에서도 갈등 기간 동안 여러 차례 기사를 낸 적이 있으며 부천시장을 비롯한 공무원,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특고압 관련 주민 대책위의 주민 대표 등의 의견을 실었다. 이번 호에서는 공무원이나 정치인, 주민 대표가 아닌 일반 지역 주민 중 한분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Q> 부천시 상동 주민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습니다. 개인 정보에 대한 우려가 있으시면 소개 내용은 거주지역만 말하셔도 됩니다.
A> 상3동 신성 미소지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창호입니다. 특고압 관련 학부모비대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석천초등학교를 다니는 3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제 생각이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제 사진이나 개인 정보는 공개하셔도 무방합니다.

Q> 특고압 관련 내용은 어떻게 아셨으며 지금까지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이사 3년째 인데 이전에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지역 신문의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 핸드폰 등 전자기기의 전자파 문제가 자주 소개 되었는데, 이보다 훨씬 강한 전자파를 내는 고압선이 집 앞으로 지나간다고 하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 아들이 있는데 전자파에 취약한 아이들의 학교에도 고압선이 지나간다고 하니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Q> 특고압 문제에 대해 알게 되셨을 때 심정이 어떠셨습니까?
A>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고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해당 지역 주민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사업이 계획되고 이루어지는 것에 놀랐습니다. 분명 개인의 기본 생활권과 건강권이 침해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시작 전 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이 없었습니다. 이후 이 문제에 대한 갈등이 불거지고 해당 관련자 간의 논의가 있을 때도 한전 측은 사업의 정당성과 안전성을 전달할 뿐 비전문가란 이유로 지역 주민을 논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한전은 한전 나름대로 여러 기준을 제시하며 고압선의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한전에서 제시하는 전자파 측정 방식과 기준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지역 주민이 비전문가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상식은 가지고 있습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을 때와 적을 때, 측정 높이가 낮을 때와 높을 때의 전자파 측정량을 다를 텐데 한전 측이 제시하는 자료를 보면 전자파가 적게 측정될 때의 자료를 제시하며 측정 기준에 애써 맞추려는 것 같습니다. 국제 기준이라는 것도 여러 나라마다 달라 어느 기준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기준에 맞는다고 해도 전자파에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니 계속 전자파에 노출되어야 하는 지역 주민은 안전을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Q> 현재 기준의 고압선 지중화 공사 단행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드신 것 같습니다. 본인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A>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부천 상동 지역은 이미 지하 8m 깊이로 154kv의 송전선이 지나가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도 신체에 영향을 줄 텐데 같은 깊이에 추가로 345kv의 송전선이 설치된다면 주민들이 전자파에 노출되는 정도는 심각할 것입니다. 송전선이 지나가는 터널인 전력구가 다른 구간은 지하 30m~50m 깊이에 있다는데 아파트 밀집 지역은 상동은 경제적 이유로 8m 깊이의 기존 전력구를 사용해야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만약 지나가야 한다면 다른 구간처럼 30m~50m에 전력구가 설치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고압선 설치에 관해 지역적 특성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나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 부근은 전자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압선 설치가 최대한 우회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부천 상동의 특고압 반대 문제에 있어 다른 지역과 부천 내에서도 지역이기주의의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님비 현상이다.”, “결국 집값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거다.”, “이사 가면 될 것 아니냐.” 등의 이야기가 종종 들려옵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부천 상동 지역은 이전부터 고압선이 지나가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미 지역 사회를 위해 어느 정도 숨겨진 공헌이 있었던 곳입니다. 부천 상동 주민들이 무조선 고압선 지중화 반대와 우회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설 사업을 해야 한다면 공익과 경제적 논리에만 치우지지 말고 원칙에 맞게 기준을 정하고 지역 주민과의 논의 하자는 것입니다. 저도 이런 일이 제게 올지 몰랐습니다. 지금의 관행대로라면 이런 문제는 누구에게 나 올 수 있습니다. 타 지역과의 연대를 모색하던 대책위에서 고압 송전탑으로 고생하시는 밀양의 할머니들이 모시고 왔을 때 제가 이 입장이 되고 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본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지역 분들도 부천 상동의 특고압 문제를 남의 문제, 지역이기주의로만 보지 마시고 애정을 가지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Q> 특고압 문제로 인한 갈등이 큰 성과 없이 1년이 되어가고 있고, 지난 2월에는 한전과의 행정소송에서 부천시가 패소했습니다. 지역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A> 많이 위축된 상태입니다. 매주 목요일 마다 있었던 집회 참가자 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저도 생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이 문제가 장기화 되자 이전처럼 자주 집회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그냥 덮어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고압 반대 1주년을 맞이하여 지역 대책위도 여러 가지 쇄신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부터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전과 부천시, 부천시의 다른 주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A> 한전은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입니다. 기업의 추구하는 기본 논리가 이윤 극대화를 위한 경제 논리라지만 공기업인 한전은 이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재를 만들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생각해야하는 책무가 공기업인 한전에는 있습니다. 지역주민의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고압 문제가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이 문제에 대한 부천시의 피로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특고압 문제를 담당하는 공무원 중 일부는 흔한 표현으로 ‘남의 싼 똥’을 치운다는 심정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고충을 이해하고 민의를 수렴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처음 특고압 문제에 관심을 가졌을 때 혼자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서 제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재 시민사회가 이전에 비해 많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천 상동의 문제가 부천 상동 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고, 이와 비슷한 문제가 언제 어느 곳에서 발생할지 모릅니다. 저부터 이번 일을 계기로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장기간이 될지 모르지만 부천 특고압 문제에 대해 앞서 말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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