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지기가 읽은 만화책>

도서명: 유럽 맛 여행     작가:Ryoko Nagara  옮긴이:오경화   출판사: 미우

 

재작년 말에 10여명이 모여 호기롭게 세웠던 계획이 있었다. 그냥 말을 던져 놓고 잊은 것은 아닌지 싶어 작년 초에 다시 의향을 물어봤다. 이구동성으로 “무조건 무조건이야!”하는 결기가 대단했다. 휴가를 못 내면 퇴사도 불사하겠다고 하는 모습에 ‘이 양반들 진심이구나.’ 싶었다. 해서 ‘독일문화탐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열흘 정도의 탐방계획을 현지에 계신 지인을 통해 세웠다. 고민 끝에 두 가지 일정을 정했다. 하나는 여러 지역을 열심히 돌아다니는 일정이고 또 하나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여유롭게 일정을 보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후자를  선호하지만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니 의논을 해야 했다. 허나 막상 날짜가 가까이 오자 다들 직장과 가정에 발목 잡힌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깃발을 처음 들었던 사람이 과감히 깃발을 던져 버려야 빨리 사태를 수습할 수 있기에 ‘독일문화탐방’의 잠정보류를 선언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무리이지 싶었다. 허나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가야지’ 하다가는 공항도 가기 전에 인생이 끝날 확률이 높기에 여행은 무리해서라도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는 소신이라 잠정보류로 인해 맘이 쓰렸다. 이 쓰린 맘에 꿩 대신 닭이라도 잡아 달래줘야 하지 않을까? 상처 난 마음에 빨간약으로 고른 책이 만화 <유럽 맛 여행>이다.

 

<유럽 맛 여행>은 일본인 부부가 프랑스 여행 후에 더 큰 세계를 경험하려고 아예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유럽의 소박하고 다양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전체 5개국(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영국,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밋밋할 만큼 편안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묘한 안도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아마도 맘먹고 가야하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 소개가 아니라 젊은 부부가 배낭여행 중에 허기진 배를 현지인들의 일상 음식으로 채우는 이야기라 그런 모양이다. 특별한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흔한 음식이지만 그 안에 채워진 각 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동양의 젊은 부부의 시각으로 전해진다. 책에 담겨진 음식 가운데 적잖은 것들은 얼마든지 우리 부엌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좋다. 소개된 맛을 다 보고 싶지만 핀란드의 링곤베리잼빵, 프랑스의 베지테리언 갈레트, 독일의 포켓빵에 넣은 구운 양송이에 루뭄바를 들고 몽마르뜨 언덕에 앉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베를린에 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마음 가는 대로 사뿐히 국경을 넘어 유럽 각지로 맛있는 여행을! 그 나라, 그 도시만의 분위기 속에서 먹고, 보고, 느끼는 여행의 기쁨을 남김없이 그렸다’는 평(?) 그대로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 보면 많이 남긴 것 같다. 아쉬움을 남겨 두 번째 책을 기대하게 하려는 작전은 아니겠지.           
 
<유럽 맛 여행>을 통해 대리만족하며 마음을 달랠까 했는데 더 달아오른다. 우리 ‘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거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든 전래의 협동조직’(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출처)인 계(契), 여행을 위한 계나 하나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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