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노동법 교육이나 노동인권 교육을 나갈 때, 근로계약서를 2부 작성하여 한부는 사용자가 갖고 다른 한부는 노동자에게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반드시 서면으로 체결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여기에서의 ‘명시’는 서면이 아닌 구두로 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그렇다면 왜 보통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때문입니다. 앞서 말하였듯이 반드시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은 “사용자는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휴가에 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근로계약의 내용 중 주요 사항에 대해서는 사용자에게 ‘서면 명시 후 교부’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엄밀히 이야기하면 사용자가 사용자와 노동자의 서명이 모두 들어간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의무는 없지만, 노동자에게 주요 근로조건이 적힌 서면을 반드시 교부해야 하는 의무는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보통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계약서 복사본을 노동자에게 주는 형태로 이 의무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즉 서면 명시 후 교부 의무를 통하여 근로계약의 서면 체결을 어느 정도 강제하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선원법의 경우에는 “선원과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한 선박소유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선원근로계약서 2부를 작성하여 1부는 보관하고 1부는 선원에게 주어야 한다.”라고 하여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강제하고 있습니다(선원법 제43조 제1항). 근로기준법 또한 선원법처럼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만약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즉 ‘주요 근로조건의 서면명시 후 노동자에게 교부’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최근의 상담 사례 중, 사용자가 이제 갓 성인이 된 노동자와 공동으로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임의로 특약사항을 끼워 넣은 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용자는 물론 근로계약서 사본을 노동자에게 교부하지 않아서 근로기준법 제17조 또한 지키지 않은 상태입니다(다행히 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미리 촬영해 놓은 덕분에 사용자가 근로계약서를 임의로 변조하였다는 사실은 증명이 가능합니다).

현재 사용자는 본인이 임의로 끼워 넣은 특약사항을 근거로 임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체불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형법상의 사문서 위·변조 및 행사에도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현재 이 사건은 노동부에 임금체불·근로조건 서면명시 미교부로 진정이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문서 위·변조 및 행사죄로 경찰서에도 고소장이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이 사건에서 사용자는 노동자와 주고받은 문자에서 노동자가 계약서의 내용을 미리 촬영해 두었던 것을 가지고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 운운하며 형사절차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식의 협박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주요 근로조건의 서면명시 후 교부 의무는 사용자에게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서가 무슨 기밀문서도 아닌데다 쌍방이 같이 작성한 문서를 어느 일방 당사자가 촬영해 놓은 것을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 표준근로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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