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해주신 셰프님의 고급 요리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소년 희망, 꿈 파티'는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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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꿈 파티를 열었습니다. 부천역 뒷골목에 위치한 아이들의 아지트 청개구리식당에서였습니다. 부천역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 혹은 춤과 노래로 밝히고 싶어 준비했는데 잘 되질 않았습니다. 들쭉날쭉 진행되면서 꿈 파티는 야유회 장기자랑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감동스러운 행사를 기대했던 분들은 적잖이 실망했을 것입니다. '소년 희망, 꿈 파티'란 제목이 무색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파티에 실망한 분들에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그림 같은 파티는 실패했지만 아이들은 행복해했습니다.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 청소년, 부천역을 떠도는 위기청소년, 강력계 형사가 주목하고 있는 보호소년 등 3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아이들은 한 자리에 모이기도 어렵고 모아 놓으면 뭔 일 일어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우려할 수도 있습니다. 꿈이 없는 소년들과 꿈이 있으면 뭐하냐는 소년들이 뭔 놈의 꿈 파티냐고 시비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재능기부 셰프님이 만들어준 고급 요리를 먹으면서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며 놀았습니다. 아주 잘 놀았습니다. 

저는 꿈 파티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세상은 이 아이들을 못난 놈 혹은 위험한 놈이라며 분리하고 격리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을 낙인찍은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세상은 그토록 차별하지만 부천역 아이들은 장애인들을 차별하거나 천대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천역 아이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은 낙인찍힌 아이들의 연대였고 가슴 아픈 아이들의 연합이었습니다.

여자 장애인 청소년 세 명으로 구성된 '쉴터의 원더걸스'는 걸그룹의 노래에 맞춰 열심히 춤추고 노래했지만 엉성한 춤과 노래가 되고 말았습니다. 발달장애인 종모(가명·19세)는 "보고싶다 보고싶다 애원 해봐도/ 넌 아직 보이질 않고/ 아련한 그리움만 남아있네"라는 온라인 게임 OST '연가'를 불렀지만 부정확한 발음으로 떠듬떠듬 부르면서 책 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비웃는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우리들이 꿈꾸는 세상이 바로 이런 세상입니다.  

꿈 파티 경연대회 단체 1등은 '쉴터의 원더걸스'가 수상했습니다. 쉴터는 선한공동체(대표 김명현 목사)가 운영하는 '장애인가정회복센터'로 가정 돌봄이 부족한 장애아와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돌봅니다. 2등은 영미(가명) 등 부천역 소녀 세 명으로 구성된 팀이 수상했습니다. 개인 1등은 현호(가명·19세), 2등은 동호(가명·19세), 3등은 종모(가명·19세)가 수상했습니다. 단체 1등은 20만원, 2등은 10만원, 개인 1등은 5만원, 2등은 3만원, 3등은 2만 원짜리 문화상품권을 주었습니다. 이와 함께 후원자님이 보내주신 꿀떡을 아이들에게 싸주었습니다. 

심사위원은 꿈 파티비용을 후원해주신 종수 스님, 부천시의회 박찬희 의원님, 서울대청소년교양교육센터 선임연구원인 박영하 박사님이 맡아 수고해주셨습니다. 일명 '꿈샘'으로 불리는 박영하 박사님은 "꿈 파티에 도전한 청소년과 도전하면서 흘린 땀과 열정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꿈 파티를 위해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칭찬 심사평을 했습니다.

다원 앙상블의 오카리나 연주

자신을 부정하던 소년들의 아름다운 꿈 파티

부천역 아이들이 꿈과 희망이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별로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한참 꿈꿔야 할 아이들이 왜 꿈과 희망이 없느냐고 또 다시 물으신다면 그건 꿈과 희망을 압수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아이들은 가난과 장애를 선택한 적이 없습니다. 가정해체와 가정폭력을 원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강요당했습니다. 꿈 파티를 준비한 건 꿈과 희망이 넘쳐서가 아니라 꿈과 희망이 절실하기에 '소년 희망, 꿈 파티'를 준비했던 것입니다. 

꿈 파티에 도전한 한 장애 소년의 엄마는 가출했고 그 아빠는 가정폭력을 일삼았습니다. 그냥 때리는 게 아니라 쇠파이프로 마구 때렸습니다. 이 소년을 보호한 이는 폐지 줍는 할머니와 장애인들을 섬기는 선한공동체 사람들입니다. 이들 장애아와 부천역 아이들은 가정해체와 가정폭력의 희생자입니다. 거리를 떠돌고 싶어서 떠도는 아이는 없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거리가 뭐가 좋아서 떠돌겠습니까.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이 아이들을 만나거든 부디 안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천역 아이들과 장애아들을 20년 넘게 섬겨온 '청개구리식당' 이정아 대표는 "'나는 꿈이 없어요', '나는 못해요'라며 자신을 부정하던 아이들이 꿈 파티 경연에 도전하면서 긍정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장애청소년들과 위기청소년들이 함께 어울리고 박수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기적이었습니다.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사랑받는 경험을 한 행복한 자리였습니다."며 기뻐했습니다. 그러면서 "꿈 파티를 후원해준 분과 함께 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습니다. 

꿈을 빼앗긴 아이들을 위해 꿈 파티를 후원해주신 종수 스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심사위원과 자원봉사자로 수고해주신 부천시의회 정재현, 박찬희, 홍진아 시의원님, 설거지를 도맡아 해주신 성미선님, 꿈샘과 임회선·이동진 셰프님, 민족문제연구소 박종선 부천지부장님, 자원봉사자 소광섭님, 오카리나 연주로 재능기부 해주신 '다원 앙상블' 등에게 감사드립니다.

 

 

위기청소년과 장애청소년을 파티에 초대한 이들은 복될 것입니다!

"잔치를 베풀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을 불러라. 그리하며 네가 복될 것이다. 그들이 네게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나님께서 네게 갚아 주실 것이다." (누가복음서 14장 13~14절)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부자와 권력자들입니다. 그들은 목과 귀와 손가락에는 가난한 이들은 평생 넘볼 수 없는 값진 보석과 값비싼 옷으로 치장합니다. 그들은 산해진미로 차려진 만찬 요리를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기쁨을 향유합니다. 삶이 곧 파티인 그들은 더 화려하고 더 값비싼 파티를 경쟁적으로 열면서 초대하고 초대받습니다. 그들에게 수치는 경쟁에서 뒤지는 파티입니다. 하지만 고통 받는 이웃은 초대하지 않습니다. 파티 분위기를 망치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자기를 초대한 사람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만찬을 베풀 때에 네 친구나 네 형제나 네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말라. 그렇게 하면 그들도 너를 도로 네게 되갚으면 너의 은공이 없어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웃을 파티에 초대하라고 권면하셨습니다. 가난한 이웃을 초대한 사람을 '의인'이라고 칭하면서 하나님이 그 따뜻한 손길에 대해 갚아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신세 갚을 길이 없는 장애청소년과 위기청소년들을 봄 파티에 초대했으니 이 파티를 위해 수고한 모든 분들은 복될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그 까짓게 무슨 꿈이냐며 발로 차지 마십시오. 희망 한 톨도 준적 없으면서 어린 희망들의 싹을 자르지 마십시오. 꿈과 희망을 빼앗긴 아이들의 신음 소리를 부디 외면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하늘이 내려주신 복을 발로 차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가슴 아픈 아이들의 희망을 자르고 빼앗는 짓을 하고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면 언젠가 가슴 치며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이는 저의 경고가 아닙니다. 가난하고 병든 이웃의 친구였던 예수님의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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