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송내동 거마산 끝자락에 있는 산학교는 미인가 대안학교입니다. 학교 고유의 독립적인 교육과정을 펼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지요. 이러한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산학교에서는 매년 4월에 인권에 관련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까지는 4.20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활동을 위주로 하다가, 교사들의 회의 속에서 장애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인권이슈에 대해 나누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4월은 제주 4·3 사건과 세월호 사건, 4·20 장애인의 날 등 다양한 주체들이 겪은 희생과 고통에 대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달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이유로 산학교에서는 4월을 인권의 달, 인권주간으로 정하여 장애인, 어린이 및 청소년, 여성,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인권 이슈에 대해서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월호와 장애인권을 위주로 수업을 하였습니다. 1~3학년들은 교사가 들려주는 세월호 사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세월호 사건하며 생각나는 단어를 적은 마인드맵과, 노란 색종이로 나비와 배를 접어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려는 게시물을 만들었습니다.  4,5학년 통합반에서는 말과 글 시간에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을 엮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어보며 세월호 유가족이 느끼는 고통에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세월호 유가족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보았습니다. 비록 올해에는 취소가 되었지만, 가정과 함께 협력하여 부천시에서 열리는 세월호 기억문화제에 참여하는 시간들이 아이들에게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수 있지요.

 

 3학년들과는 “나너우리”라는 공동체 수업 시간에 언어를 활용하는 의사소통 이외의 다른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 때 수화나 점자, 몸짓언어, 보완대체의사소통(AAC)에 대한 정보도 나눌 수 있습니다. 언어적 의사소통에서는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은 언어적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6학년 아이들과는 세월호 수업과 더불어,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어 관념 속에만 머무르기 쉬운 소수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소수자/소수 집단을 묘사하는 인물 쪽지를 아이들이 하나씩 뽑습니다. 여기에는 장애, 성, 연령, 인종, 재산유무 등의 다양한 차이와 특징이 담겨 있습니다. 그 뒤 아이들은 교사가 던지는 11가지의 질문을 통해 자신이 동일시 한 인물이 각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때마다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오도록 합니다. 질문이 끝난 뒤 각자 걸어 나온 곳에서 멈추고, 누가 가장 많이 나왔는지 또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둘러봅니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3~4그룹(상위집단/중상 또는 중하/하위집단)으로 나누어 각 그룹별로 인물 쪽지를 살펴보면서 공통된 특징을 찾아보도록 합니다. 상위 집단은 부자, 잘생긴 외모, 남자 등의 특징을 지닐 수 있습니다. 하위 집단으로 분류된 인물의 특징을 들어 소수자, 사회적 약자, 소수집단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후에는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가 한걸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토의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은 소수자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나 도움을 넘어서서 국가나 사회, 우리가 속해있는 집단에서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군가는 제한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7~8학년과는 4월 20일에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서울장애인 인권영화제」 개막식에 함께 참석을 하여 개막작인 다큐멘터리 「애린」을 감상하였습니다. 애린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활동가로 오랜 시간동안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해왔습니다. 장애인 인권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성과를 내고 있지만 동시에 대중에게는 과격한 ‘쇠사슬’과 ‘도로점거’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다큐 「애린」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전경들의 저지를 뚫으려는 거리감 느껴지는 투사의 모습과, 어렸을 때는 모험가가 꿈이었던 한 명의 소박한 시민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아이들과는 작년부터 꾸준히 장애인 인권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와서,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어지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는 장애 당사자들의 생각을 오롯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늦은 시간까지 공연을 즐기며 한바탕 춤까지 추고난 뒤에야 개막식은 막을 내렸습니다. 현장에 직접 가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는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새롭고 뜻깊은 시간이 됩니다. 당사자들에게 직접 듣는 그들의 이야기는 더욱 큰 울림이 되어주기 때문이지요.

 산학교에서는 매년 아이들과 사회의 인권이슈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들을 통해, 학교 아이들 모두의 가슴 속에 인권의 씨앗을 뿌리고 더 나아가 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물론 인권 수업을 한다고 해서 학교에서 벌어지는 아이들 간의 다양한 문제들이 단숨에 해결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인권 수업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생활 속에서 연계되도록 노력하는 과정도 중요하지요.

 산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권 수업과 생활문화 교육에서 중요한 지점은,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명령이나 강압으로 인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모두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인권친화적인 방식을 아이들이 배우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과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부모님들과 교사들에게도 이 시간은 참 길게 느껴질 수 있지요. 하지만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욱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에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이 마냥 힘들고 지루하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발걸음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산학교에서는 꾸준히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산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육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 산학교 홈페이지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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