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미동 빵이 가득한 집 강덕수 사장

어느 토요일이었다. 끼니를 제때 맞추지 못해 몹시 배가 고팠다. 이웃한 카페 점장이 아주 싸고 푸짐한 햄버거가 있는데 먹겠냐고 물어보았다. 주저 없이 네! 라고 답하니 곧장 시장에 다녀와 2500원짜리 커다란 햄버거를 내 품에 안겨 주었다. 입에 꽉 차는 큰 빵, 신선한 야채, 고기 패티! 배가 든든하고 행복했다. “이 빵은 어디 가면 살 수 있어요?”

 

  싸고 푸짐한 햄버거를 파는 곳은 내가 잘 아는 곳이었다. 부흥시장 내에 있는 <빵이 가득한 집>. 빵집 사장님은 부흥시장 상인회 총무라 몇 번 인사를 나눈 사이였고, 상점 입구에 붙어 있는 문구 “정성이 들어간 빵만큼 큰 위로는 없다”라는 말이 좋아 눈여겨보던 곳이었다. 자주 오가면서도 햄버거가 있는 줄은 알지 못하다니.

  원미동 부흥시장에서 11년째 빵을 만들고 있는 강덕수(47)사장은 열여섯살 때부터 30년 동안 빵만 만들어 온 빵의 장인이다. 아침에 구운 빵이 푸짐하게 잘 부풀어 오르고 먹음직스럽게 예쁜 색깔을 띠는 것을 보았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 얼굴에 행복이 깃들어 있다.

  강덕수 사장이 수제 햄버거 메뉴를 개발한 것은 3년 전이다. 2015년 11월 부흥시장에 화재가 발성하여 가게가 검게 다 타 버린 일이 있었다. 2개월 복구 기간을 거쳐 다시 상점을 열었다. 그때 새롭게 만든 메뉴가 바로 이 수제 햄버거다. “그 때 누가 건들기만 해도 눈물이 흘렀어요. 아픔을 겪은 사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한다잖아요. 없는 사람도 푸짐하게 먹기를 바래요”

   가끔 빵을 사다가 돈이 조금 모자랄 때가 있었다. 그때 하나라도 더 담아주려 한다. 시장을 지나가며 빵을 사가는 사람 중에 외상으로 샀다가 여태 갚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어떤가. 그 사람이 배불리 먹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강덕수 사장. 빵을 팔고 남은 일부는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누군가 음식의 비밀이 ‘손맛’이라면, 강덕수 사장이 만드는 빵 맛의 비밀은 “먹는 사람 생각하며 만든 마음”이 아닐까. 먹음직스러운 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하게 부풀어 오른다. 손에 빵을 들고, 마음에 위로를 담는다. 요즘은 동네 어디를 둘러봐도 프렌차이즈 빵집 뿐이다. 이런 때에 동네 빵집이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남을 수 있는 것, 바로 원미동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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