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첫 비행이지 싶다. 두려움이었을까, 설렘이었을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첫 시도는 몸의 세포를 흔들어 기대와 희망, 긴장을 세운다. 몸집이 작은 동물일수록 생존을 향한 두려움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푸르르! 갑자기 날아든  참새 한 마리가 어깨에 내려앉았다. 느닷없는 상황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 시키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의 비명소리에 어린 참새도 놀랐는지 작은 눈망울을 불안스레 굴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보통의 참새보다 작고 여린 새내기(아기) 참새다. 뽀송뽀송한 솜털에 날개는 채 자라기도 전이다. 높은 곳에서 비행 연습을 하다가 서툰 날갯짓에 때마침 길을 지나는 내 어깨에 비상 착륙을 했나보다. 세상 구경을 처음 나온 참새는 나의 존재가 위험 상황인지 어떤지를 파악하느라 두려움이 가득한 까만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린다. 고개를 갸웃 갸웃거리며 살피던 참새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더니 날아 보려고 애를 쓴다.
 
 행동이 재빠르고 날쌔서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새인데, 첫 비행이 서툴러서인지 내 어깨에서 팔목으로, 팔목에서 발밑으로 계단을 밟듯이 떨어진다. 참새를 만져보는 일은 처음이다. 나는 어찌해야할지 당황스럽다. 짹짹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어린 참새를 움켜잡기도 조심스럽고, 지나는 사람들의 발에 채일 것 같아 그대로 놔 둘 수도 없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도 없어 하는 수 없이 참새를 두 손으로 감쌌다. 보송한 여린 솜털의 부드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놀라지 마라 너를 해치지 않을 테니’ 근처의 소나무 가지에 바늘처럼 가는 발가락을 걸쳐서 조심스레 올려 주었다. 아직 다리의 힘이 실리지 않아서인지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날아지지 않는 날개 짓만 반복하며 소나무 가지를 붙잡고 한참을 매달려 있다.
 
 걸음도 떼지 못한 어린애가 평균대 위에 세워진 것처럼 몹시 위태롭고 불안한 모습이다. 그런 참새가 걱정스러워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을 지켜보며 어미를 찾았다. 어미 참새는 어디 있을까? 맘 졸이며 숨어서 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기 참새 혼자서 비행 연습을 했던 걸까? 걱정이 되어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어미 참새는 보이지 않는다. 숨어서 내가 가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기 참새는 먹이를 먹었을까? 버림받은 참새일까?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굶어 죽을 텐데. 어떡하지 별의별 걱정이 앞섰다. 먹이를 먹여서 내일 다시 제자리에 데려다 두어야 하나, 어쩌지.

  어느새 나의 갈 길은 잊은 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지켜보는 동안 참새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하여 휴대전화 속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텃새여서 귀한 대접은 못 받는단다. 먹이는 잡식성에 곤충, 나무의 열매나 씨앗, 곡식 등을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우고, 계절이나 사는 곳에 따라 먹이가 달라지며 환경에도 잘 적응해서 살아간다. 한 해에도 여러 번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킨다고. 가을 들판에서는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곡식을 먹어 치우는 바람에, 허수아비를 등장시키는 농부들의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해조로 등록이 되어 있지만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는 않는다. 겨울에도 추운 환경에 잘 견디어 어떻게든 살아남는 생명력이 질긴 새이다.

  엄마와 세 살짜리 아기가 위태로운 걸음으로 걸음마 연습을 나왔다. 넘어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은 아기 참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짹짹거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가리키며 서툰 몸짓으로 내 곁으로 와서 쭈그리고 앉는다. 찌! 찌! 찌! 참새 소리를 흉내 내며 검지를 펴서 아기 참새를 가리킨다. 나는 너무도 반가웠다. ‘너도 세상구경 나왔구나!’ ‘아기 참새도 세상구경 나왔대’ 하며 아기에게 참새의 상황을 알려줬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에서 참새를 보호하려는 동지애가 느껴져 위안이 됐다. 우린 한동안 참새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자리를 지키고 참새의 행동을 살폈다. 아기 참새는 우리가 지치도록 오랫동안 날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첫 비행을 나온 참새가 걱정되고 궁금하여 서둘러 집을 나섰다. 참새를 놓아 준 소나무 가지를 샅샅이 훑어도 아기 참새를 찾을 길이 없었다. 굶어서 잘못 됐으면 어쩌나, 길고양이에게 해를 입지는 않았나, 내내 걱정스러운 맘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첫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잘 적응하리라고 믿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걸음이 서툰 아기도 첫 비행을 나온 참새도 새로운 시작이다. 그들도 자유로운 비상으로 꿈을 활짝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서툴고 조심스럽다. 서투름이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고 점진적으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겠지.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발걸음에 거칠 것 없이 힘차게 도전하여 기둥으로 우뚝 서길 마음으로 빌어본다.

 

2016년 부천신인문학상 수필부문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천문인협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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