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봄이와. 글/그림: 소만. 출판사: 내가 그린

TV 프로그램 중에 ‘정글의 법칙’이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낯선 땅과 환경에서 생존 체험을 하는 내용으로 최소한의 의복과 장비만을 챙겨 생존지에 들어가 직접 식(食과) 주(住)를 해결한다. 제작진들이야 준비된 먹거리를 먹겠지만 출연진들은 스스로 끼니와 잠자리를 해결해야만 한다. 구성된 팀원들 중에는 군대나 취미활동으로 익힌 기술로 팀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의외의 모습에 없던 호감이 생기기도 한다. 허나 누가 뭐라고 해도 최고의 히어로는 족장으로 출연하는 김병만 씨다. 그의 생존 기술과 전략은 실로 대단하다. 집짓기나 사냥, 도구를 만들어 내는 그의 손재주와 지혜는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족장이 없는 ‘정글의 법칙’은 생각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것을 아는 연출진은 가끔 팀을 두세 조로 나누어 얼마간 각 조별로 생존하는 미션을 주기도 하는데, 족장이 없는 조들이 우왕좌왕하는 엉뚱한 모습이 재미를 주기도 한다. 어떤 조는 아예 일찌감치 먹거리와 잠자리를 포기하고 생으로 굶고 밤이슬을 맞으며 그저 족장과 합류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시청자는 즐겁다. 이게 다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육아 웹툰 ‘봄이와’ 1권은 ‘탄생편’이다. ‘이봄(아기 이름)’이 작가의 가정에 싱그런 봄처럼 와서 첫돌을 맞기까지의 달콤, 희열, 감동의 육아 일기다. 육아의 고단함보다는 생명의 신비 앞에 마주서는 경외와 놀람의 경험으로 가득한 이야기다. 광장지기도 읽으면서 2005년 10월 첫 딸을 안았을 때 느낀 전율과 흥분이 다시 소환된다. 눈짓 하나, 몸짓 하나에도 감동하고 질펀하게 싼 응가 냄새도 구수했던 기억, 만지기에도 아까운 코가 헐까 싶어 막힌 콧물을 입으로 빨아낸 그 추억까지. ‘그래, 나도 한때 그랬지!’ 하며, 읽는 내내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허나 이어지는 2권은 ‘정글편’이다. 봄이가 드디어 걷고, 뛰고, 말하고 하면서 정글로 들어간다. 봄이가 초대한 정글의 세계에는 법칙이 있다. 놀라면 안 된다. 바로 ‘법칙이 없다’는 것이 법칙이다. 가끔 발생해야 ‘돌발’일텐데 수시로 발생하니 ‘항시’이고, 그 정도도 언제나 예상,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봄이와 함께 하는 정글에는 믿고 의지할 족장이 없다.

 1권 ‘탄생편’은 부모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 매일 한 꼭지씩 읽으면 좋겠다. 설렘과 기대, 육아에 대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질 수 있다. 보통 우리네 인생이 뭘 모를 때, 아직 현실감이 떨어질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하고 좋지 아니한가? 그런 시간을 ‘탄생편’과 함께 마음껏 즐겨야 한다. 대신 2권 ‘정글편’은 비밀에 부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아무리 말해도 감이 안 온다. 마치 과일의 왕이라는 두리안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먹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처럼 ‘정글편’은 이야기를 해도 모른다. 더구나 “우리 봄이가 걸었어요!”하는 감동과 동시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엄청난 일을 어찌 알겠는가? 게다가 이 세상 어디에도 동일한 판도라는 하나도 없다. 나한테는 나만의 판도라가 있을 뿐이니 모른 채 ‘정글’에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래서 비밀에 부친다. 작은 위로가 있다면 사는 게 별반 다르지 않고 지나면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육아 웹툰 ‘봄이와’ 는 ‘정글의 법칙’만큼 재밌다. 지금도 아이들 소풍 도시락을 기쁘게 싸는 광장지기는 읽는 내내 격하게 공감한다. 그래서 그런지 소만 작가가 전혀 남 같지 않다. 해서 봄이 판도라에서 앞으로 외계인도 나온다는 천기를 누설할 뻔했다. 광장지기가 요즘 외계인과 살고 있는데 정말 쉽지 않다. 허나 염려는 미리 할 필요가 없으니 그저 현재 상황을 마음껏(?) 누리시라!

 

                                              ㅌㅇ

덧글) <작가와의 만남> 진행. 6월 1일 오후 1:30분에 ‘봄이와’의 소만 작가를 만납니다.
장소: 역곡 두레생협 교육센터(역곡약국 4층) / 육아하는(할) 모든 분들(아빠大환영. 선착17명)공간 후원: 1,000원 / 신청(문자).문의: 010-6355-1868(광장지기)
주최: 경기두레생협, 언덕위광장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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