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들살이 이야기

산학교의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봄과 가을에 가는 들살이이다. 들살이는 집과 학교를 떠나 아이들 스스로 자기 생활을 꾸려보고 친구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학년마다 들살이 기간이 조금씩 다르고 장소는 들살이 내용과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6학년은 주제학습의 주제가 식(食)과 관련된 것이라 들살이 목표를 삼시세끼로 정했다. 아이들이 식단을 짜고 식단에 맞는 요리법과 재료를 조사해 오고 식단에 짠 메뉴를 과제로 집에서 해보기도 했다. 또한 식단에 필요한 재료를 생협에 가서 장을 보고, 들살이 장소인 참꽃작은학교에 택배로 재료를 보내는 것까지 아이들이 직접 나서서 했다.

▲ 아이들이 직접 짠 들살이 4박 5일 식단

산학교 아이들은 3학년부터 의논해서 식단을 짜다보니 식단 메뉴들로 스스로 정하고 올 해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들나무 요리 한 가지씩을 더 하기로 했다.

그리고 각 자 개인의 들살이 목표를 세우고 걱정되거나 힘든 것,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함께 나누며 들살이를 준비했다. 준비하는 마지막 날 교사가 (장난으로!) 원주 가는 버스 티켓을 미리 예매하지 못했다고 하니 아이들 모두가 자석이 없어 못 가면 좋겠다고 한다. 새로운 장소와 새롭게 만날게 될 참꽃작은학교 식구들 그리고 친구들과 보내게 될 시간들이 기대가 되면서도 스스로 생활을 꾸리고 밥을 해서 먹는 일련의 과정들과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친구와의 갈등에 대해 아이들의 두려움도 느껴졌다.

이런 기대와 두려움 속에 막상 들살이 장소인 참꽃작은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잘 적응했다. 숙소를 정하고 짐을 정리한 뒤 처음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모둠의 아이들은 학교 마당에 난 쑥을 뜯고 쌀을 씻고 미역을 불려놓고 첫 날 저녁밥을 지었다. 익숙지 않은 장소이고 첫 날이라 역할을 나누고 레시피를 보고 음식을 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어 보였지만 교사가 최대한 잔소리를 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다보니 잔소리를 하고 할 일을 지시하고, 이러다 저녁 먹겠나 하는 우려 속에 자꾸 간섭하고 도우려는 내 모습이 보이니 교사인 나의 들살이 목표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지점이었다. 개인적인 성향이기도 하지만 망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자꾸 도우려고 하는 내 모습도 보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하루 나눔 시간을 갖고 밥을 준비하면서 잘 된 점과 잘 안 된 점에 대한 평가를 하고 역할이나 뒷정리도 나눠서 다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산학교는 실행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논의하고 평가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기대하던 들살이 마지막 날. 내일은 집에 간다는 설레임과 요리를 정해 모둠별로 하는 요리 대회에 대한 기대가 컸다. 아침부터 메뉴를 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 방법을 다시 확인하면서 세 모둠이 같이 주방을 써야하니 주방도구나 불을 사용하는 것에 미리 계획을 나누었다. 각 각 세 모둠이 냉이된장국을 끓이기로 한 모둠은 냉이가 너무 많이 웃자라 쑥으로 대체 하고 감자와 당근을 채 썰어 감자전을 하고, 밀가루 반죽을 해서 수제비를 만들었다. 갑자기 내린 비로 감자전과 수제비가 인기가 많았고, 어른들에게는 단연 쑥된장국이 인기가 많았다.

 

마지막 날 밤, 아이들과 들살이 일정과 목표를 평가하면서 처음 이틀간은 힘들었지만 이제는 밥 준비에 익숙해지고 할 만 하다는 이야기와 앞으로 주제학습에서 하게 될 음식과 관련된 수업도 크게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재미있지만 나중에 뒷정리할 때는 다리가 아팠다고 하면서도 자신들이 차려 낸 밥상을 누군가 맛있게 먹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때 느끼는 기쁨을 누린 봄 들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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