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물장사.
농작물은 주인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농사에는 정답이 없다.

이 말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내가 농사를 짓겠다고 본격적으로 식물을 들여다보면서 이게 무슨 소리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생명체는 수분이 90%가 넘는데, 특히 식물 농사를 지으려면 무조건 배수가 잘 되어, 농민이 물을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물이 모자라면 물을 주면 되지만, 물구덩이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물을 맘껏 다루어야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식물 생육 적합 온도 25도, 습도 80도는 온실 속에서 찾아낸 기준값이다. 예컨대 6월 15일을 기준으로 과거 어느 날도 날씨가 같은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 결국 계절적 요인 이외에는 매일매일 생육 상태를 농민이 확인해야 한다. 최적 여건을 만들어 주려면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주인 발소리"는 농작물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라는 뜻이겠지만, 그날그날 작물 생육 여건을 잘 확인하여 신속히 대응하라는 말이었다.

한편 남쪽 귤이 북쪽에 가면 탱자가 된다고 한다. 농작물도 자리가 바뀌면 새 풍토에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농민도 새 풍토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므로 남쪽에서 성공한 농민이 북쪽에서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결국 농민이 내 농토와 내 작물을 끊임없이 관찰하여 그곳에 맞는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 풍토를 잘 알고 정답을 찾아낸 수많은 농민을 고사시키면서, 한편으로는 기업농을 키우며 스마트팜을 구축한단다. 되지도 않는 곳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단다.
설령 스마트폰으로 창문을 열어주고, 지붕을 덮어준다고 해도 판단 주체는 사람이다. 인공지능 스마트팜이 아니라, 사람이 판단하고 사람이 제어장치를 작동했을 뿐이다.

정부는 제발 스마트팜 같은 헛짓거리를 하지 말고, 사람에 투자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라. 농민기본소득을 도입하고, 물류와 가공, 판매 시스템에 공공성을 확보하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