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향민과 함께 통일을 요리하다

지난 6월 15일은 남북 정상이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을 한 발짝 내딛은 615남북공동선언 1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이 이루어질 듯 말 듯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향민과 함께하는 통일요리대회’가 부천대학교 예지관에서 열렸다.

 

이 날 요리대회는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경기본부와 부천대학교평생교육원 남북하나지원센터의 공종주최로, 북향민 4개 팀을 비롯한 총 10개 팀이 참가하여 저마다의 요리 실력을 뽐내는 자리였다.

올해로 5회를 맞는 이번 요리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순위를 매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은민 본부장(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경기본부)의 말이다. “지난해까지 경연대회를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분이 음식을 잘 만들었는 지 순위를 매겼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신 분들이 주로 드시다보니 정작 음식을 만드신 분들은 제대로 맛을 볼 기회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저희가 순위를 정하진 않지만 요리대회에 참가하신 분들에게 감사해서 소정의 선물을 드리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날 요리대회에 참가한 10개 팀은 각자 준비해 온 재료로 정성껏 요리를 만들어 작품마다 이름을 붙였다. 만들어진 요리는 먼저 만든 사람의 정성을 맛보고 눈으로 맛을 보고 평화와 통일의 맛을 느끼는 자리였다.

 

완성된 요리는 조리실 옆방에 초대된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 특별한 잔치가 아니어도 좋다. 특별한 요리가 아니어도 좋다. 소박하고 작은 음식이지만 사람의 정을 나누는 훌륭한 메신저가 되기에 충분하다.

 

가장 관심을 끈 요리는 ‘명태로 하나되기’란 작품명으로 출품된 명태대가리순대였다. 명태 대가리에 버무린 밥을 순대속처럼 넣고 찜통에 50분을 쪄서 만든다. 비주얼은 없지만 담백한 순대 속과 어우러진 명태 맛이 이색적이다. 요리를 만든 북향민의 말이다. “일단 남북이 통일되자면, 음식으로부터 시작하면 더 빨리 통일이 될 것 같아서 제가 남한분들은 모르는 명태대가리순대를 했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지 모르고 대가리 8개밖에 안했어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음식이라 비리지 않겠냐 생각하시는데 비리지 않으니 맛있게 드세요, 음식으로부터 치중해서 북한음식도 먹어보고 남한 음식도 먹어보고 서로 빨리 적응하자는 의미에서 저가 그걸 만들었어요.”

 
통일요리대회에 참가한 북향민들

북한에서 자주 먹던 음식이라며 명태 껍질을 일일이 얇게 손질하여 김 대용으로 말은 명태껍질 김밥도 눈에 띠었다. 한편 ‘북녘의 소박한 한상’이란 작품명의 요리는 누가 보아도 소박하게 보이지 않았다.

한편, 철도회사에 근무한다는 참가자는 ‘철도는 달리고 싶다.’라는 이름으로 버섯오삼불고기 요리를 만들어 출품했다. “오삼불고기가 남한에는 많이 대중화되어 있는데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대중화가 되지 않은 음식인 듯해요. KTX나 새마을호 이용하시는 분들이 열차에서 도시락을 시켜먹듯이, (통일로 가는) 열차안에서 도시락으로 오삼불고기를 먹자는 마음에서 만들었다.”며 멋진 출품 이유를 남겼다.

 

통일요리대회를 공동주최한 김문녕 센터장(부천대학교 평생교육원 남북하나지원센터)은 음식을 나누기에 앞서 “19년전 6월 15일이 뜻깊은 날이었죠. 그런 날을 한번 더 되새겨보면서, 남과 북이 하나가되어 어우러지는 작은 행사가 된 게 너무 뜻 깊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저희 안에 이루어지는 작은 통일이  앞으로 이루질 큰 통일에 기여하리라 확신하면서 만들어주신 음식 정말 고맙게 잘 먹겠습니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은 북녘 어린이들에게 남북 합작으로 영양빵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남측 단체다. 2005년 평양시에 대동강어린이 빠공장을 설립하여 하루 1만개의 빵을 어린이들에게 공급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524 대북제재조치로 남측지원이 중단되었다. 최은민 경기본부정은 북한 어린이를 지원하는 일이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것보다 더 꺼리고 더 힘든”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남과 북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은 사람과 사람이 이웃으로 하나되는 작은 실천으로 지속됨을 느끼는 맛있는 요리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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