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화예술회관 첫 삽을 보며

 

‘시는 90만 부천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이며 30년 이상 노후화된 시민회관을 대체할 부천문화예술회관(이하 ’회관‘)이 6월 착공한다’고 지난 6월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총사업비가 1천33억 원이 소요되고 시설규모는 지상 5층과 지하2층이고 1천 444석의 콘서트홀과 304석의 다목적홀로 설계하고 음악교실, 전시, 카페 등의 부대시설도 함께 들어선다고 보도했다.

시가 문화도시 부천의 랜드마크로 문화예술회관의 역할을 정한 것이 과연 진정으로 30년 이상을 부천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얼마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숙원사업이라고 결정했는지는 심히 의문이 깊다. 제대로 된 설문조사 한 번 실시하지 않고 제한된 시청 홈페이지를 통한 한시적인 의견을 ‘90만 부천 시민의 숙원사업’이라고 함부로 거명하는 건 언어도단을 넘어 우롱이다.

전직 부천시장은 지금도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예회관 건립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아마도 부천시와 시민에 대한 애정과 지대한 관심의 이유 있는 표현이라고 본다. 시정을 담당했던 최고 수장으로서의 한(恨)과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의 발로일 것이다. 예술은 내용과 형식 모두 중요한 관건이다. 보기도 좋아야하고 그래야 관심과 이끌림을 유도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고 집회로 시끄러운 시청은 대형쇼핑몰을 허문 자리에 초고층 주거건물을 허가해준 시청에 대한 불만의 항변이고 격한 시민의 항거이다.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부천에 살면서 사람으로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일조권과 조망권 보장은 공직자의 분명한 위민(爲民)책무이다. 거리를 치장한 ‘새로운 부천, 시민이 누립니다.’라는 시장의 슬로건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시는 보도자료에서 시청사 내에 들어서는 회관을 지하철 7호선과 광역버스 등으로 편리한 교통과 시 중심지역의 위치로 접근성, 사업성을 장점으로 들고 있으나, 면밀한 도시 기능의 분석은 물론 이면의 심각한 공해나 환경적 불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민낯이다. 제대로 된 문화 향유가 교통이 좌우하는지는 향유자의 몫이다. 본인의 설문조사(부천시민신문, 2018.12.5.일자)와는 먼 거리가 있다.

1천억 원은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부천시로서는 막대한 순전한 부천시 예산이다.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 경제는 심각한 수준이고 불안한 상황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화와 예술은 경제와 가장 밀접한 분야이다.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체감하는 현실이다. 문학, 음악, 영화, 만화가 정신을 고양하는 것은 사실이나 생존에 직접 관계되는 경우에는 차원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고용이 창출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은 예측일 뿐이다. 공권력으로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전망은 이미 경험으로 증명된 불가능한 소망이고 꿈이다. 다변화된 사회구조와 요구는 한없이 예리하고 수요도 날로 까다로워지고 있다. 한 번의 영광이 지속되리라는 건 자기 환상이고 아상(我相)의 슬픈 극치다.

어려운 시절엔 허리를 조르고 촉각이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경제적 특성이다. 올바른 소통과 화합은 다수 시민의 자발적 요구와 발로가 중심이어야 함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발자국이 되어 상흔(傷痕)으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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