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미동 어르신들의 소망

원미동사람들 이야기 #13

  원미2동에는 두 개의 공원이 있다. 하나는 주택가에 있는 작은 쌈지공원. 쌈지 공원에는 정자와 의자가 놓인 작은 공간이 하나 있는데, 화장실이 없다. 다른 하나는 별빛 공원. 공영주차장과 이웃해 있고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가 있고 화장실이 있다.

  원미2동의 혼자 어르신들에게 두 공원은 무척 소중한 공간이다. 잠자고 밥 드시는 시간 빼고는 항상 나와 계신다. 노인정이 있지만 4시에 문을 닫고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누구라도 와서 앉을 수 있는 공원이 좋다.

 

  봄, 여름에는 주로 쌈지공원에 계신다. 그늘이 져서 시원하기 때문이다. 오후4시가 지나면 바람이 선선히 불고 새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아무말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다. 집에 혼자 적적하게 있는 것보다 함꼐 하니 즐겁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원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가려면 집으로 갔다가 다시 나와야 해서 불편하다. 의자 개수가 적은 것도 서운하시다. 의자 너댓개를 주워다 두셨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앉을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모두가 말씀하신다.

  날씨가 춥고 비가와도 공원으로 나오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신다. 혼자 있는 것보다는 벗과 함께 있고 싶기 때문이다. 쌈지공원에 정자가 있지만, 비가 세차게 오면 안으로 들이친다. 하늘을 넓게 막아주면 아무리 세찬 비가 와도 공원에 와서 사람을 만날 것이다.

  추운 겨울도 좋다. 그때는 별빛 공원으로 가시면 된다. 별빛 공원은 볕이 잘 들어서 따뜻하다. 옷을 두껍게 차려입고 별빛 공원에 모여 함께 있으면 된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고, 이런저런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종례, 강인장, 도천만, 오명언 그리고 조권사라고 소개한 어르신들. 모두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 벗과 어울려 함께 지낼 공간이 좀 더 편안했음 좋겠다고 소리 높여 말하신다. 화장실이 있으면 좋겠고, 의자가 더 많았음 좋겠고.
 
  어르신을 만나고 나서 나도 꿈꿔 본다. 공원 옆에 어르신들이 편안히 눕고 놀고 이야기 나누고 운동도 하는 그런 공간까지 하나 더 있다면 어떨까. 함께 비를 피할 수 있고, 누구라도 편안하게 머물다가 갈 수 있는 따뜻한 공공의 공간이 우리 마을에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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