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같은 시골. 시골 같은 도시. 저는 둘 다 살고 싶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그래서 도시 냄새 안 나는 시골을 그려 보지만 사실 그런 곳은 이제 한반도 안에선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고속도로와 KTX까지 이 좁은 땅을 난도질한 지 오래이니 도시냄새 안 나는 시골이 어디 있을까요? 이제 그런 망상은 제 정신 건강을 위해 빨리빨리 접겠습니다.

□왜 아파트만 좋아하나
저는 평생 아파트라는 데에서 살아보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50년 쯤 전에 지어진 집의 지붕에서 비가 새 들어오곤 합니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아파트 생각이 디밀고는 합니다만 바로 잊어버립니다. 며칠 전에도 아들이 자는 방에 비가 새서 30만원을 주고 지붕을 고쳤는데요. 이 지붕 고치기는 처음이 아닙니다. 전 돈 주고 이 지붕을 꼭 고쳐야 하는지 결심이 서지 않더라구요. 비오는 날 며칠 정도 참으면서, 대야라도 바쳐 놓고 지나가면 안 되나 머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하튼 제가 아파트에 안 살기로 마음 먹은 것은 아마 내가 닭장 같은 곳에 사는 인간이고 싶지는 않다는 머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 겁니다. 단지 아내도 아이들도 처음부터 동의해 주었었습니다.

□햇빛이 모자라 아쉬워요
 요즘 저희 울안 텃밭에는 오이가 세 포기, 가지가 세 포기가 열매를 맺고 있어서 살 맛이 납니다. 딱 저희 세 식구가 먹고 나면 아주 약간 남을만큼의 소출이니 더 바랄 건 없거든요. 그래도 며칠 전엔 인천 연수의 귀하신 분 만나러 가는 일이 있어서 오이 하나를 가방에 따넣고 가서 같이 안주 삼았습니다. 그러나 이 울안 텃밭이라는 것이 사실 두 조각으로 나뉘어 있기도 해서 늘 불만스럽고 다 해봤자 두 평 남짓이니 전 손바닥 掌字를 써서 掌坪이라 불러 왔습니다. 더구나 중요한 세 방향에서 햇빛이 덜 들어서 가끔 팔자타령도 합니다. 3대가 적선해야 남향집에 산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제가 그리고 앞선 조상님께서 적선을 다 하시지 못 한 탓인가 싶으면 속이 상하죠. 저는 적선을 못 한 것이 사실이지만, 조상님은 믿거나 말거나 결코 그런 분들이 아니셨거든요. 여하튼 제가 울 안에서 오이와 가지를 길러서 따먹는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지역적인 삶이 세계적인 삶
 단순히 농약 안 주고 화학 비료 안 주고 오이를 얻었다는 것은 식품안전 차원에서 저 하나 안전식품을 먹는다는 이해의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footprint가 거의 없는 오이와 가지를 자급한다는 건 아마 기후위기로 죽어가는 지구의 안전은 물론 같이 이 위기의 시대를 사는 지구공동체원들의 생존을 지지하는 대단히 적극적인 행위가 아닐까 하는데요 좀 과한 걸까요? 요즘 우리는 어느 하나 로컬푸드를 만나기 어렵잖아요? 온갖 육류를 먹기 위해 들여오는 사료용 곡물은 물론이고  사람이 먹는 식품까지 공산식품 아니면 수입식품이니 결국 석유를 태위야만이 이동될 수 있는 석유식품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달리 말하면 탄소값이 가격을 결정하는 식품에 의존하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진짜(가짜가 아니고)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따져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왜 남에게 그리고 지구에게 또는 미래세대의 생존까지 착취하는 삶이어야 하는 것일까?
지구적인 마인드도 글로벌한 양심도 멀리 있지 않다고 봅니다. 바로 이 부천의 어느 한 구석에서도 누구나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콩나물신문도 지구촌과 연결된 튼튼한 풀뿌리의 움직임을 찾아서 기록하고 응원합니다. 콩나물신문은 그래서 중심 언론의 보조가 아닙니다. 지역의제를 살피면서 끊임없이 지구의 의제순위에 균열을 내고자 합니다.

□변두리가 건강해야죠
 중심일수록 끊임없이 건강한 주변을 옹호하고 격려해야 할 것입니다. 주변의 지원이 없는 한 중심은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거대도시수요에 대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중심시스템은 나약하기 그지 없을 것입니다. 에너지는 물론이고 식량까지 아무런 자급능력도 갖추지 않은 중심이 꽤나 위태로워 보입니다. 거기다가 언젠가 비용의 외부화가 거부된다면 중심은 돌아가지도 못 할 것입니다. 변두리는 들러리가 아닙니다. 대등한 지위를 가진 중심의 파트너로서 예우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칠 줄 모르는 서울 또는 수도권중심주의가 걱정스럽습니다. 서울 안에서도 또 다시 차별적인 강남중심주의가 개탄스럽습니다. 이 야만이 깨부숴지지 않는 한 아마도 이 한반도와 그 주민들의 차별 열등감은 지속될 것입니다. 왜곡된 중심이데올로지, 이를 우리 공동체가 극복하지 않는 한 이 나라는 앞으로도 경쟁과 승패자와 가짜 엘리트 공간이 판치는 그래서 거짓 가치가 지배하는 그렇고 그런 사회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변두리를 사정없이 흡수해서 몸집만 키운 중심. 부와 오만이 중심의 자산인 줄로 아는 가짜 중심. 튼튼한 지방이 없이는 중심조차도 결코 건강하게 지속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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