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보리밥, 안순이 사장님

<원마동 사람들 이야기 #14>

 

 

좁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채소가게와 보리밥집이 이웃해 있다. 보리밥집 사장님은 밥때가 아니라 손님이 없을 때는 야채가게로 와서 같이 나물을 다듬어 주고, 콩을 까고, 장사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채소가게 부부는 맛있는 음식을 하면 나누어 먹자고 보리밥 사장님을 부른다. 보리밥집 천장에 물이 새거나 전기가 나가면 뚝딱뚝딱 고쳐준다.

   채소가게 부부는 매일 부지런하게 새벽이면 삼산시장에 가서 물건을 가지고 와서 아침마다 채소를 다듬고 정리하고 물건을 판다. 그런 채소가게 부부도 보리밥집 사장님 가족 경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과감히 그 날만은 가게 문을 닫는다. 보리밥집 사장님도 마찬가지다.

    보리밥집 사장님과 건너편 채소가게 사장님이 서로 오가고 도와주는 풍경 덕에 이곳은 마치 시골 장터같다. 심지어 손님들도 채소가게에 들려서 채소 다듬기를 도와준다. 이렇게 원미동에는 이웃을 위해 시간, 노동, 밥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순이보리밥집 안순이 사장님은 “매일 14시간 이상을 살아가는 곳에서 만나는 이웃은 가족보다 가깝다.”고 말한다. 이웃이라는 말만으로도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장님은 우리 협동조합에도 가입했다. 본디 처음에는 다 어렵고, 도움이 필요하면 함께해 주겠다고 따뜻하게 대해 주신다.

 

 
   순이보리밥집은 작은 오두막집 같다. 좌석은 하나. 모두 모이면 8명쯤 함께 먹을 수 있는 규모의 자리다. 4천원이면 좋은 재료 가득한 비빔밥을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사장님도 매일 세끼 보리밥을 먹는다. 내가 매일 먹는 보리밥이라고 생각하고 미원이나 조미료 없이 건강한 재료로 만든다. 곁들여 먹는 열무김치도 과일을 갈아서 정성스럽게 만든다.

   안순이 사장님은 보리밥집을 운영하기 전에는 서울에서 장사를 했었다. 운동도 하지 않고 일만하다보니 당이 생기고 담낭암도 왔다. 당이 생겼을 때 매일 보리밥으로 비빔밥을 해먹었다. 내 몸을 건강하도록 도운 보리비빔밥. 이웃에게도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심정으로 장사를 한다.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안순이 사장님은 암으로 수술을 하고 나서 쉬지도 않고 순이보리밥집을 차렸다. 혼자서도 운영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규모의 가게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계약했다. 그리고 지금껏 7년째 이웃과 정을 나누며 몸에 좋은 보리비빔밥을 만들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순이보리밥집이 부득이 가게 문을 닫을 때면 ‘시골에 다녀 오겠습니다. 내일만나요’ 라던가. ‘보건소 교육 다녀옵니다’ 라는 공지문을 써서 붙인다. 나는 그 옆을 지나가며 붙어 있는 공고문을 보며  마음 속으로 “잘다녀오세요”라고 답한다. 순이보리밥집 사장님은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웃이 살아 있는 원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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