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뭘까요?”
청소년들과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면서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인간의 권리요” 곧바로 이어지는 그들의 대답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로 인권의 문제에 나이의 노소, 성별, 신분, 기타 어떠한 것도 조건이 될 수 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권의 문제를 조금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대화를 길게 이끌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인권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지요.

인권이 가장 커다란 범주라면 노동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논하는 것이 바로 ‘노동인권’의 범주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권리가 현실에서 규정되는 것은 보통 법률에 의해 이뤄집니다. 우선 헌법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데요.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정치조직과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최고법으로 전문과 13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10조부터 37조까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선언, 평등의 원리, 자유권, 참정권, 사회권 등 국민의 다양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의 권리를 이야기 하면 대표적으로 근로의 권리를 규정한 32조와 노동3권을 규정한 33조를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들은 구체적으로는 하위 법률을 통해 규정을 구체화 하게 되는데 헌법 32조와 33조를 토대로 만들어진 법률을 주로 ‘노동관계법(개별적/집단적)’이라고 부르고, 노동관계법의 대표주자가 ‘근로기준법’입니다.

 

‘근로기준법’은 (개별적)노동관계법의 대표주자로 노동인권 문제에 있어서 빠질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이 되며,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중 아주 일부 조항만 적용이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권리에 대한 문제를 논하는데 어찌 사업장 인원이 기준이 될 까요? 5인 미만의 사업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법 적용을 예외로 두고 있는 것입니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5인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서로 다른 권리의 범위를 적용받는 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에 세끼 먹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잠을 자야 노동력을 회복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처지입니다. 달리 적용되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인간이라면 노동하는 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받지 못하는 근로기준법상의 조항을 보면 그 심각성을 느낄수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시간의 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주40시간, 연장근로포함 주52시간 이런 규정의 적용을 안 받기에 장시간 노동이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연장/야간/휴일에 일을 해도 가산수당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리휴가도 안줘도 법위반이 아닙니다. 회사사정으로 휴업을 해도 휴업급여 지급의무가 없습니다.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를 금지한 해고제한 규정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부당한 해고에 대한 구제신청도 할 수 없습니다. 연차휴가도 안줘도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상 5인 미만 사업장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없는거와 다름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킬뿐 아니라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5인 미만사업장에서 일하는 500만이 넘는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질 방법이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났고, 법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사업장의 규모로 기본적인 노동의 권리를, 인간의 권리를 차별적으로 적용한 다는 것은 이제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문제입니다.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가고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나라에서 더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문제입니다. 나라가 아무리 잘나가도 그 나라에 사는 국민이, 노동자가 행복하지 않다면 결코 옳은일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1인이상 사업장 전면 적용. 이제는 이야기 해야 합니다. 미루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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