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숲의 풀밭으로 들어갑니다. 발길이 닫는 곳에 따라 풀은 이리저리 좌우로 벌어지기도 하고 왔다갔다 하기도하며 흔들립니다. 아이들 시선은 발 딛을 곳을 찾아 풀 아래를 봅니다. 흔들리는 풀들 사이로 무엇인가 뛰어다니는 작은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손톱보다 작은 생명들을 눈으로 쫓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방아개비, 메뚜기, 사마귀 등등의 곤충 들입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으로 보면 사진이 자세히 보여 손가락 보다 클 것 같았는데 이렇게 작은가?’라는 표정입니다. 손가락으로 잡아 손에 올려보기도 하고 손을 합장해 그 속에 담아 곤충이 뛰는 느낌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손에 감촉을 느끼며 실제 곤충을 만납니다.

 

나무들 사이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가녀린 거미줄이 걸쳐져 있습니다. 작년에 본 거미들은 텔레비전 보다 커다란 거미줄 집의 중앙에서 위풍당당한 몸집으로 먹이를 기다렸습니다. 이미 여름에 들어섰지만 거미들은 작은집에서 좁쌀처럼 작은 몸집으로 먹이를 잡으려 노력합니다. 이 작은 거미줄에도 걸리는 먹이가 있을까 싶습니다. 다행인지 거미뿐만 아니라 거미의 먹이가 되는 다른 곤충들도 작게 시작합니다. 다른 생명들도 다 작게 시작합니다. 자연의 흐름은 삶의 기회를 줍니다.

 

나무의 어린 묘목도 처음에는 땅속 씨앗에서 시작해 천천히 성장합니다. 땅을 뚫고 나온 손톱만한 새싹은 커다란 나무에 비하면 풀보다 연약해 보이고 도저히 나무라고 믿을 수 없습니다. 새싹은 햇빛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작은 빛이라도 비추면 그 곳으로 잎을 내고 가지를 뻗어 나무의 자세를 만들어갑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매순간, 매일, 매년 빛을 쫓아 성장하다보면 어느 순간 커다란 나무로 성장해 있습니다.

 

작은 아기 곤충도 나무의 작은 새싹도 자신의 위치에서 자연의 흐름에 맞춰 최선을 다해 성장해 갑니다. 자연의 흐름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어려움도 있습니다. 곤충의 천적인 새들의 공포를 이겨내며 거미는 줄을 치고 메뚜기는 풀밭을 뛰어다닙니다. 큰 나무에 햇빛이 가리고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도 작은 나무는 땅속으로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고난을 이겨냅니다. 자연의 생명들은 자연의 흐름에 맞춰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요? 자연의 흐름대로 살아가고 있나요?

 

인간은 곤충과 나무들처럼 같은 종류임에도 같은 능력이 아닌 각각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곤충 같고 어떤 아이는 나무 같습니다. 어떤 아이는 곤충 중에서 거미 같고 어떤 아이는 메뚜기 같습니다. 각각의 성향과 능력이 다른 아이들을 한국 사회와 문화라는 시스템에서 모두 같은 능력을 기르는 획일적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획일성은 다양성을 방해하며 부분의 성장으로 전체의 성장을 저해합니다. 정해진 부분의 문제만을 풀도록 배운 아이들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 밖의 일들은 어려워하고 해결하지 못합니다. 곤충과 나무가 자신이 가진 역량으로 최선을 다해 성장할 때 생존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아이들도 자신이 가진 역량을 주변에서 찾도록 도와주고 인정해주며 스스로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할 때 문제해결력도 높아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확률도 높아집니다.

 

자연의 흐름은 모두에게 공평합니다.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것도 모두에게 공평합니다. 하지만 아이 삶의 선택권은 아이가 아닌 부모에게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보다 모두 옳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번 숲활동에 다녀간 아이의 부모님이 전해준 말이 있습니다. ‘오디 열매 맛있다’는 말을 했더니 아이가 “나무가 떨어뜨려 주는 것이 더 맛있어.”라고 했다고 합니다. 열매도 자연에 흐름에 따른 것이 더 맛이 좋습니다. 자연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며 대화할 수 있는 아이가 자연스러움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부모의 말이 옳다는 획일적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더 낳은 삶을 위해 아이와 함께 숲으로 들어가 자연의 흐름으로 지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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