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성평등기본조례 개정 관련 시민사회의 입장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 등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10조와 11조를 다시 한 번 가슴깊이 새기길 바라며, 어떠한 시민도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2019년 7월 19일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에서 ‘성평등전문관’ 설치내용이 삭제된, 원안보다 후퇴한 ‘성평등기본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하 성평등기본조례)’이 통과되었다.
부천시민사회는 차별 없이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조례가 개정되기를 희망했다. 부천시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부천지역사회에 갈등을 유발했고, 시대적 요구에 뒤처지고 있다. 부천시민사회는 성평등기본조례 개정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과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부천시는 성차별 도시가 될 것인가? 성평등한 도시가 될 것인가?
부천시 장덕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젠더전문관’과 ‘양성평등전문관’은 평등에 바탕을 둔 여성정책을 위한 제도로 명칭과 역할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라고 밝혔다. ‘젠더’, ‘성평등’은 사회적 성 소수자를 포함한 용어이고, ‘양성평등’은 제3의 성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을 담고 있는 용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와 철학의 차이이다. 이러한 차별적 용어를 공식화하는 장덕천 시장은 성인지적 감수성 부재로 성평등에 대해 이해가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둘째. 민관 소통 없이 진행된 정책 결정은 부천시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성평등기본조례 개정 과정은 부천시 집행부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성평등전문관을 양성평등전문관으로 바꾸어 달라는 부천시의 요구공문이 SNS에 드러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부천시장은 부천시의회 의장 앞으로 ‘성평등전문관’을 ‘양성평등전문관’으로 수정 의결해 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이유는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 등 65개 단체 집회 및 1인 시위를 통하여 성평등전문관 명칭 변경 요구’ 때문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런 시대착오적 태도를 보인 부천시에 대해 성평등기본조례의 원안 개정을 요구하며 부천시민사회는 ‘후퇴하는 부천, 성평등기본조례 원안대로 개정 요구한다.’ 는 항의서한을 들고 시장실을 찾아가 항의 면담을 진행하였고, 행정복지위원회에도 요구안을 전달했다.
부천시는 성평등기본조례 개정 과정에서 시민과 소통과정이 부재했다. 행정복지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성평등기본조례가 시민들과 소통이 있었냐?‘는 질의에 ”집행부는 여성단체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있었다.“고 답했지만 단 한 차례의 자리가 있었을 뿐이다. 수정내용에 대해서도 어떠한 토론회나 공청회도 진행되지 않고, 현재에 이른 것이다. 부천시는 내년에 여성친화도시 재지정을 위해선 젠더전문관(성평등전문관) 신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천시는 젠더전문관을 양성평등전문관으로 스스로 바꾸어 조례개정을 하고자 했고, 결국 전문관제도 자체가 삭제된 채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아무런 성과도 없는 자가당착의 결과를 초래 하였다.

셋째. ‘혐오표현’과 ‘의견’을 헷갈리지 말라. 인권에는 양보가 없다.
지난 6월 26일 부천시의회는 개인이나 집단의 국적, 민족, 인종, 종교, 성 등 문화적 차이로 참여를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화다양성 조례’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의 ‘동성애 옹호’ 반발에 자진 철회하는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는 “성평등 정책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합법화 한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지지를 강요하는 독재법이다.” 라고 하며, ‘젠더’, ‘성평등’이 들어가는 문구를 모두 혐오하고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다. 부천시는 ‘혐오표현’을 의견으로 착각하지 말라. 인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물러섬이나 양보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인권과 평등이 실현 될 것이다.

넷째. 부천시의회가 시대적 요구를 받아 안고 좀 더 의지를 냈더라면 성평등전문관으로 개정되었을 것이다. 매우 안타깝다.
부천시의회는 지난6월 ‘문화다양성 조례’ 상정 자진 철회, 이번에는 성평등조례개정에 ‘성평등전문관’ 삭제 후 개정, 모두 부천기독교총연합의 집회와 압박 이후 발생한 입장 변화이다. 해당 의원들은 상정 철회, ‘성평등’ 용어 변경을 요구하는 문자나 전화를 받고, 반대 집회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압박을 느꼈으리라 미루어 짐작이 간다.
현재의 상황속에서 부천시의회 의원들은 성평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대적 가치와 요구를 수용하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시민들에게 당당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성평등한 도시가 될 것인가? 성차별 도시가 될 것인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부천시민들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부천시민사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부천시장과 부천시의회는 모든 시민의 인권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성평등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
2. 부천시장과 부천시의회는 시민의 요구를 담아내는 민주적인 시정과 의정 활동을 펼쳐라.
3. 부천시장은 성평등한 여성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민관소통 구조를 만들어라.

 

2019. 7. 23
      부천여성노동자회, 부천시민연합,  부천환경교육센터,  부천민예총,
      부천새시대여성회, 평화미래플랫폼 파란, 문화공간 삐지트, 부천YWCA,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부천파견소, 청소년인권공동체세움,  부천아이쿱생협,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민주노총경기본부 부천김포시흥지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부천시지부, 약대은빛학교, 사회적기업 다토,       민중당부천시위원회, 정의당소사구위원회, 부천청년회, 노동문제연구소
      정치하는엄마들 부천지역모임, 부천시민아이쿱생협, 부천연대,
      통합예술나눔터

자료사진 : 성평등 기본조례 개정안을 논의중인 행정복지위원회)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