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누가 덥지 않다고 했던가요. 여름이 깊어질수록 너무 더워집니다. 다들 더위에 몸관리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산학교도 방학을 했습니다. 대안학교 학생들도 방학을 기다립니다. 어떤 아이는 매일 매일이 방학이었으면 좋겠다고도 합니다. 시험이 없는 이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슨 스트레스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각자 있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살잖아요.
 
  방학을 하면 교사들은 쉴 것 같지만 바로 평가회의를 시작합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제일 힘들고 적응이 안되었던 것이 회의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어려운 부분이 있기야 하지만 처음엔 불만과 불평, 지루함과 회의감이 저를 억눌렀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지?’, ‘저건 또 무슨 소리지?’ 등등.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와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빈 교실에 누워서 있기도 했지만 불편해서 다시 들어가야 될 것만 같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왜 그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느냐’, ‘그걸 왜 해야 되냐’, ‘회의 좀 짧게 하자’ 라며 투쟁의 길(?)을 선택합니다.

▲ 평가회의중. 다들 진지하다.

  사람도 그렇듯 회의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제 마음이 어느 샌가 조금씩 변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지내다보니 단점도 있지만 반대로 장점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졌습니다. 회의가 재미있기도 하고 영락없는 대안학교 교사가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제 안에 드는 생각은 회의가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생각의 전환과 토론의 장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수직적인 관계에서는 찾아보긴 힘들겠죠. 그리고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 회의시간일수도 있겠다라는 이상한(?)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평가회의를 마치면서도 변한 내 자신을 보며 왜 이럴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싫은 것도 좋게 보이는 것과 같은 효과일까요. 아직까지는 부족한 면도 많지만 어쨌든 저는 이 학교를 꽤나 좋아하게 된 거 같습니다. 산학교에서는 요즘 한명의 리더로 교사회를 운영할 것인지, 공동리더 체제로 새로운 도전을 해 볼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론을 하며 다같이 읽었던 불이학교 이철국 선생님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며>에서 인상 깊었던 한 부분을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모두 무더위에 안녕하시길 빕니다.

▲ 방학 건강히 지내거라!

‘한명의 신념만으로 교사회를 이끌어 가기보다는 모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경청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들 속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할 때 학교는 발전한다. 한 사람의 생각보다는 여러 사람의 생각이 대체로 더 낫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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