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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숲 안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박새로미 (전 콩나물신문 기자)  |  kong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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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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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로미라고 해요.
비전화공방 제작자 1기를 수료하였어요.
비전화공방은 전기와 화학물질을 쓰지 않는다(非)의 뜻을 지니고 있지만 전기와 화학물질은 현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자원이 되어버렸어요. 그로 인해 자연과 사람들이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훼손되기도 했죠. 전기와 화학물질 대신, 직접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좀 더 지혜롭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게, 비전화공방입니다. 일본 후지무라 야스유키께서 발명품들을 만들어냈고, 자립을 위한 기본적인 기술인 농사, 목공, 건축, 에너지 등을 1년 간 배웁니다.

   
 

모하고 살고 있냐면요.
지금은 주 3일 정기적인 일과 함께 주로 요거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고, 우드카빙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요거트에 들어가는 과일들은 비전화공방에서 만든 햇빛식품건조기로 말려 사용하고 있고, 요거트 시럽은 계절마다 나오는 과일들을 졸여 만들어요. 이번에는 유기농 살구 콩포트를 만들었습니다.

우드카빙 워크숍은 숟가락과 젓가락, 포크와 버터나이프를 주로 깎는데, 어느 정도 모양이 정리된 나무를 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우드카빙 워크숍은 숲에 들어가 숲의 바람과 나무의 에너지를 느끼고 내게 찾아오는 나뭇가지를 깎아보고 싶어요. 숲에서 나무를 깎는다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지난 한 해는 햇빛 식품건조기를 만드는 워크숍과 정수기 워크숍을 주 수입으로 활동했어요.
나무를 무척 좋아하다보니, 목공을 기반으로 하는 제작물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정말 힘들었답니다. :) 제작 워크숍을 한 달에 3번씩 하게 되면, 꽤나 피로도가 쌓이고 그것 외에는 다른 것들을 할 마음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생활이 무너졌는데 가장 먼저 무너진 게 먹거리였어요. 먹는 건 거의 밖에서 불규칙하게 사먹게 되고 그러다보니 건강상태도 좋지 않게 되더라고요.

졸업 후 1년을 그렇게 지내다보니, 이런 삶이 내가 바라던 삶이었나 하고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곰곰이 짚어보니 순간순간마다 일어나는 소소하고 작은 것들에 눈이 가게 되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옥탑인데, 빨래를 하고 바깥에 빨래를 널며 햇빛을 받을 때나, 나를 위해 요리하고 먹이는 일, 방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돈하는 일들이 즐겁고 기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올해는 먹을거리,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요거트를 만들게 된 건 삶의 균형이 무너져 건강을 잃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맛도 좋으면서 쉽게 만들 수 있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생각하다가 요거트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부터 제가 소개하고 싶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가스불로 만드는 빵요리도 이와 비슷한 결인데요. 쉬우면서도 즐겁고, 맛도 있으면서 몸에도 좋은 빵을 만들고 싶었어요.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를 곁들인 샌드위치를 만들어 손님에게 판매해보고 싶었어요.

중요한 건 공간이 아닌 사람이예요.
지난주에는 경주를 다녀왔습니다. 경주는 올해 4월쯤엔가 비전화정수기 워크숍을 열었던 공간이에요. 영업자립을 통해 열었던 첫 번째 워크숍인 것, 그리고 마음과 마음이 닿는 시간을 보냈던 곳이기도 해요.

   
 

꿈우라는 우라리에 있는 분교예요. 지금은 마을에 아이들이 없어서 폐교가 되었고, 미나리와 곰똥이라는 두 사람이 이곳을 임대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어요. 꿈우라에는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합니다. 꿈우라를 보면서, 중요한 건 공간이 아닌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끼곤 해요. 어떤 사람이 그 공간을 운영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결에 맞는 사람들이 모이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정말 애정 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곳’보다는 그곳을 운영하는 두 사람을 애정한다는 게 어울리는 말이겠지요.


존재만으로 인정받는 기분
그리고, 저는 요즘 카페 트랜스에서 카페지기로 자원 활동하고 있어요. 카페 트랜스는 평화교육 프로젝트 모모라는 단체가 운영하는 곳인데요, 모모에 손님들이 자주 오시는데 사무공간이기 때문에 찐한 만남이 어려웠다고 해요. 카페를 열어 손님들을 환대하면 어떨까?를 상상했고, 바로 카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모모의 추진력은 정말!

근래에는 제 관심사가 트랜스이다 보니, 트랜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다양해요. 손님들은 이곳에 모여, 낯설다고 경계하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들과 분위기로 공간을 그득 채웁니다. 그 힘은 모모의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모모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을, 온 마음으로 환대합니다. 어떤 말로 표현하면 좋을까요? 그곳에서는 존재만으로도 인정받는 기분이에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먹을거리를 만들어 나누고 싶어졌어요. 무른 토마토를 잘라서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했더니, 모모들이 너무 맛있다고 칭찬합니다. 애플민트와 레몬밤을 가져다주니 이렇게 싱그럽고 튼튼할 수 있냐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요. 들풀을 꺾어 화병에 꽂으니, 오가닉해진 풍경이 보기 좋다고 합니다. 자그마한 행동하나 하나에도 긍정으로 표현해주니 힘이 나서 더 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요리가 +1 늘었습니다. 자신감도 붙었고요.

빼앗긴 시간을 되찾아 왔어요.
몇 달 전에 엄마가 수술을 받았어요. 뇌수술이었고 병원에는 2주 정도 입원하셨어요. 아빠와 내가 번갈아가며 엄마를 돌봤어요. 나중에는 아빠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ㅎㅎ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에 내가 주 5일의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면 가능했을까? 가능하지 않았을 거예요. 월차든 연차든 낸다는 게 어려웠을 거고, 내고나서도 마음이 불편했겠죠.
내 시간을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고 책임 있게 쓸 수 있게 되었어요. 빼앗긴 시간을 되찾아 왔어요. 그리고 엄마를 돌볼 수 있었죠.

일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러나 지금의 일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알 수 없는 미래로 미루어두고 불안한 현재에 떠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일은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요. 시간으로 환산한다면,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3분의 1 이상은 일을 하는 시간이지요. 그 시간들이 쌓인다면, 삶의 대부분은 일이에요.
그렇다면 저는 일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서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좋겠어요. 일을 통해 마음과 마음이 닿길 바라며 서로가 의지하고 지지해주고 응원할 수 있길 바라요.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게 아니라, 시간은 시간으로 남길 바라요.

   
 

내게 있어서 여유라는 건
 품과 마음을 내어 찾아오는 게 아니에요. 밥을 먹고 있으면 밥을 먹고 있는 행위에 몰입하는 것, 혼자서 영화를 볼 때면 영화에만 집중하는 것,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 사람을 오롯하게 만나는 것.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마음, 저는 그게 여유라고 생각해요. 다른 것들에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는 상태죠. 일상이 바빠진 이유는 한 가지를 하는 시간에 이것저것들이 비집고 들어오게 되면서 숨 쉴 틈이 사라져버린 탓이 아닐까 해요. 자연을 자연으로, 사람을 사람으로, 밥을 밥으로 만났으면 해요. 그 누구보다도 제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여유가 생기며 달라진 건, 저를 들어다보고 돌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예전에는 외부에 속도에 맞춰 움직이기 바빴기 때문에 그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근래에 우드파크에서 소라씨가 동물들의 공유공간을 만드는 활동을 했었어요. 소라씨는 지난 해에 함께 목공방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동료입니다. 작은 집을 짓자고, 트레일러 하우스를 만들자고 제가 꼬시고 있지만 꼬임에 넘어가지 않네요. 소라씨는 자기의 길을 묵묵히 가며 장인이 되고 싶은 목공새싹이자 재료에 구애받지 않는 제작자이기도 해요. 저도 참여해 동물의 집을 제작을 했는데요, 저는 목공을 좋아해요. 하지만 급하게 만드는 건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그날은 다음 일정에 쫓겨 마음에 여백을 두기 어려웠어요. 몸은 긴장하게 되고 같이 만드는 사람들을 돌볼 틈도 생기지 않더라고요. ‘어서 빨리, 내가 정해놓은 시간 안에 마쳐야 돼.’라고 목표에만 집중했죠. 예민한 상태로 작업을 했어요. 다시 과거의 내 모습이 나타나더라고요. 수행하고 연습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혼자 할 때와 여럿이 함께 할 때
그리고 혼자 할 때와 여럿이 함께 할 때의 다른 즐거움도 알게 되었고요. 혼자 할 때는 ‘나’와 ‘제작물’에 몰입해가는 즐거움이 있고, 여럿이 함께 할 때는 손과 발이 맞아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즐거움이 있어요.
또한, 나는 시시때때로 변하고 다르고 마음의 그릇이 좁아졌다가 커졌다가 하고, 깊은 나락에 빠졌다가도 ‘어디든 마음 둘 곳이 있으면 천국’을 외치고, 옹졸해졌다가도 윤택해지고, 마음의 구정물이 올라오기도 하고, 사랑이 넘쳐 안아주고 싶은 날도 있고. 이 모든 게 ‘나’고,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하고 싶어요.

이번에 청년지원사업에 작은 일 만들기를 지원했습니다. 작은 일은 비전화공방에서는 3만엔 비즈니스라고 부르는데요, 하나의 비즈니스로 한 달에 이틀 일하고 3만엔을 법니다. 3만엔은 한국 돈으로는 약 32만원 정도인데요. 3만엔 비즈니스의 목적은 행복할 시간을 만드는 거예요. 일상의 여유를 훼손하지 않으며, 동료들과 왁자지껄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지요.
이번에는, 작은 일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중심으로 서로에게 보석을 찾아주고 함께 만들어가는 방법을 나누어 보려고 해요.

저는 관계지향적인 사람이면서도 관계가 서툴고 어려워요.
 부드럽고 친절하며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버벅일 때도 있고, 긴장해서 마음과 다르게 거칠게 나갈 때도 있어요. 나아지고 싶은 부분이에요. 올해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하는 해가 되길 기도하고 있어요. 제 뾰족한 부분을 이해해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뜸과 펭이라는 좋은 동료를 만나, 힘을 얻었고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작은일 만들기를 꾸려보려고요. 팀명은 ‘흐롸촵’인데, 저도 이 단어를 들으면 “잉?”하게 됩니다. 소리 나는 데로, 각자가 좋아하는 단어 하나씩을 말하고 조합했더니 이런 단어가 탄생하더군요. 신기하여라.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건 생각하는 것 보다 어마무시하게 기분 좋고 흥이 납니다. 아마도, 이 글이 나갈 때쯤이면, 면접을 봤거나 면접을 보기 전일 텐데요. 바라는 그대로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길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흐롸촵’은 어떤 색을 띄울지도 기대해주세요.

정말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미래의 모습을 그릴 때면, 내 손으로 가꾼 정원이 있고 나무 그늘 아래에는 큰 테이블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둘러 앉아 맛있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지금 머무르고 있는 이곳에 있길 바라고, 근심과 걱정은 잠시 미루어두고, 행복하고 또 행복했으면 해요.
저는 그렇게, 사람이라는 숲 안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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