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쏙 드는 캐리커쳐를 받았다. 중년을 넘어 달리는 내 얼굴이 아이돌처럼 준수하게 잘 표현되었다. 연하게 스케치하듯 그린 캐리커쳐는 시간이 부족해서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받았다. 오히려 미완성인 그림이라 더 만족스럽다.

내 케리커쳐를 그려준 친구는 부천동초등학교 6학년 박민선 양이다. 민선이는 오는 8월 31일부터 역곡에 있는 마을문화공간 뜰작에서 그림 전시회를 한다. 전시회를 앞둔 민선이를 인터뷰 하기 위해 만났다. 민선이의 쑥쓰러움과 나의 뻘쭘함을 없애고자 민선이에게 캐리커쳐를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민선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민선이 그림에는 수채화가 많다. 수채화는 그림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접하는 방법이라 쉬워 보이지만 까다롭다. 유화는 색을 잘못 입히더라도 수정이 쉬운 반면 수채화는 그렇지 않기에 더욱 정성을 들여야 한다. 민선이는 며칠씩 시간을 들여 그림 한 점을 완성한다. “다른 것들은 대충대충 하는데 그림은 대충 그리지 않아요.” 그래서 전시회에 오시는 분은 그림을 대충 훑어보면서 지나기보다 천천히 오래 봐주기를 희망한다. 민선이는 소위 말하는 뛰어난 천재성을 보이는 그림을 그리진 않는다. 2년 정도 동네 미술학원을 다니며 그림을 배웠다. 아이들이 2년 정도 미술학원을 다니면 얼마만큼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지 알지 못하지만, 민선이의 그림은 잘 그렸다고 칭찬하기에 충분하다.

 

전시회에 누구를 초대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친구들이요”라고 대답한다.

민선이의 전시회는 이희숙선생님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민선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봐도 그림을 잘 그려요. 그런데 민선이는 자기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사실에 대한 자랑에 좀 인색한 듯해요. 그래서 민선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전시회를 하게 됐어요.”

민선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 동생 수빈이와 자주 투닥거린다. 민선이는 동생이 너무 논리적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동생은 아빠랑 뽀뽀하길 싫어한다. 그 이유가 담배를 피시는 아빠와 뽀뽀를 하면 간접흡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민선이는 스무살 될 때까지 아빠에게 뽀뽀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아직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자주 투닥거리는 동생 수빈이도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한다. 그래서 민선이의 전시회에 동생의 그림도 함께 걸기로 했다. 동네에서 하는 작은 전시회지만 민선이의 그림을 보아주는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민선이의 자랑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어느새 민선이는 스스로 성장할 것이다.

민선이는 그림 그릴 때와 게임할 때 행복하다. 제5인격과 요괴미식가란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물론 민선이에게 허용된 시간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민선이가 좋아하는 두 가지는 민선이의 꿈으로 이어진다. 민선이의 꿈은 웹툰 작가다. 그 중에서도 SF를 소재로 하는 웹툰을 그리고 싶어 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을 오래토록 유지하고 싶어하는 바램이 느껴진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직업선택과 좋은 직업을 가져야 행복하다는 건 많은 차이가 있다. 민선이의 꿈은 전자에 가깝다. 민선이는 친구들에게 친절하다고 한다. 여기서 친절하다는 의미는 착하고 친구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고 똑같이 대해준다는 말이라고 한다. 친구들에게 친절한 민선이가 웹툰 작가가 된다면 우리는 친절한 웹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 해본다.

 

 

민선이는 좋아하는 색이 파란색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끔 파란색과 초록색을 혼동한다. 신호등의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부른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면 손을 들고 건너라고 배운 기억은 아직도 나에게 파란색과 초록색에 대한 구분을 종종 헷갈리게 만든다. 초록색을 파란색으로 부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광원에서 비롯된다는 과학적 이유도 있고, 우리말 푸르다의 의미가 녹색과 청색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빨간색의 반대되는 색이 파란색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멈춤과 반대되는 행동을 지시하는 색은 빨간색의 반대색인 파란색이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 우리에게 초록색을 파란색으로 혼동시킨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초록색이 파란색으로 불리며 통용되는 것은 분명한 오류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혹시 초록색과 파란색의 잘못된 오류를 통용이란 이유로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민선이와 수빈이의 작품전이 열리는 마을문화공간 뜰작의 나유진 뜰작지기는 이번 뜰안에갤러리를 이렇게 홍보하고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마을에서 함께 감상하는 갤러리입니다. 엄청난 작품이어서도 아니고, 미래의 작가여서도 아닙니다. 오늘 그들의 이야기 자체로 충분한 오늘의 작가입니다. 마을에서 만나는 우리들의 작품, 그 이야기.” 너무 와닿는 말이다.

 

민선이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러 오라고 선뜻 말하기가 쑥스럽다고 한다. 그래서 콩나물신문이 대신 말해준다. “여러분 우리 마을 민선이가 그림 전시회를 해요. 오며가며 들려서 보아주세요~~~”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