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놀이는 하루를 보내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놀이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여간 심심하고 지루한 일이다. 긴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거친 몸놀이를 하기도 하고 마당 한 구석, 학교 한구석에 삼삼오오 아지트를 만들어서 다양한 놀이를 이어간다. 놀이가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신나는지 어른들은 까먹었지만 아이들의 웃음과 밝은 표정에서 어렴풋이 느낌만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의 놀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자연 속에서 놀잇감을 찾는 일을 자주 볼 수 있다. 곰벌레, 개미, 지렁이, 달팽이 이런 곤충을 발견하면 요즘말로 득템을 했다. 돌을 들어 도망가는 곰벌레를 잡았다. 손바닥에 올리면 몸을 동그랗게 마는 모습, 땅을 파다 개미집을 건드렸다. 개미가 마구마구 솟구쳐 나오는 모습, 개미가 운동화, 바지로 올라오면 개미를 잡는가하면, 개미가 긴 줄을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본다. 궁금해서 따라가다 보면 개미들의 먹잇감을 볼 수 있다. 지렁이, 달팽이, 사마귀, 이런 곤충들을 손으로 건드려보면 몸을 움츠리기도 하고, 자기 방향을 찾아 헤메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런 움직임이 재미난 아이들은 자꾸자꾸 곤충을 찾아나선다.

 

 재미있는 것에서 시작하는 관찰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더 불러일으키고 배움의 확장을 위해 동물관찰 수업을 하기도 했다. 나무 상자에 흙을 담고 지렁이를 키워보기도 하고 투명 수족관에 흙을 가득 넣어 개미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거나 닭과 토끼를 몇 달간 키운 적도 있었다. 지렁이는 흙속에 있어서 움직임을 잘 알 수가 없다. 그림책에서 보면 개미가 여러 갈래 굴을 파고 생활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한데 막상 개미집을 잘 볼 수가 없었다. 닭은 계란에서 부화하고 병아리까지 귀엽다. 닭이 알을 낳는 순간은 잠깐, 똥을 치우고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토끼는 산 들개들의 습격을 받아 몇 번이나 죽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이 동물을 키워보고 한 살이를 오롯이 관찰하는 기회를 무엇으로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누에 키우기를 해보았다. 누에 애벌레는 오랜시간(5000년) 양잠으로 길들여져서 그런지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뽕잎 위에만 있는다. 50일 정도면 누에 한 살이가 끝난다. 더구나 완전탈바꿈 형태를 고스란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한살이의 변화를 아이들이 실감했다. 특히 곤충을 싫어하는 여자아이들도 누에는 생김새가 귀엽다며 호감스러워했다. 누에가 뽕잎을 갈아먹는 모습과 사각사각 들리는 소리, 자꾸자꾸 누에를 보는 아이들, 누에 특징을 하나씩 발견하고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자주 보다보니 누에가 똥 누는 모습, 허물 벗는 모습도 관찰하게 된다. 교사의 설명이 앞서지 않고 아이들이 먼저 관찰하고 질문이 생긴다. “허물을 왜 벗는거야?”

 

하나만 보다가 주변이 보이게 되는 일 곧 확장
일 년 동안 봄누에 가을누에 두 번 키운다. 봄누에를 키울 땐 경험중심이다. 가을누에를 키우면 봄누에 키우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예측을 하기 시작한다. “누에가 배가 고픈가봐 뽕잎을 따줘야 겠어” 서서히 누에와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50마리 쯤 키우다 보니 학교 뽕나무 뽕잎은 부족해서 학교밖 주변에 뽕나무를 찾아보게 되었다. 필요를 느낄 때, 관심을 보일 때 새로운 것이 보이게 된다. 그냥 지나치던 주변에서 찾은 뽕나무는 새로운 발견이고 의미화가 생겼다. 다른 아이들도 찾을 수 있게  뽕나무 지도를 만들어 보았다. 누에가 실을 뽑을 고치를 트는 모습은 참 신비롭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기하다 신기해. 실의 길이가 궁금해진다.

2주 뒤 누에나방이 나왔을 때 “안녕 반가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누에나방의 짝짓기와 알 낳기를 보면서 사람은 어떻게 짝짓기를 해? 사람의 성관계, 임신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에나방은 알 낳고 죽잖아. 알을 돌보지 못해서 걱정이 많을 것 같아. 우리 엄마는 내가 자라는 것을 다보고 키워주는데”. 이런 비교와 생각들은 대상을 세심히 관찰할 때, 관계가 맺어질 때 일어나는 사고의 과정이다.

 

아이들에게 배움은 늘 가까운 곳에서 스스로의  관심 속에서 시작됨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관찰을 해라. 해라, 말하지 말고 놀다가도 보고 지나가다가 잠시 볼 수 있는 관찰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충분하겠다. 순간순간 사는 아이들에겐 가랑비에 옷 젖듯. 궁금증이 생기면 책을 찾아보고 교사의 이야기 속에서 배움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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