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화재와 해고, 엇나가는 정책

버스는 불안했다
버스는 불안했다

지난 1일 지하철 7호선 상동역 근처 버스정류장에 서있던 시내버스에서 불이 났다. 15분 만에 불길이 잡혔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건은 빠르게 SNS로 퍼져나갔다. 이런 현상은 세월호 이후‘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반영한 것이다.

선거시기가 되면 후보자들은 부천시의 ‘교통망’을 자랑하며, 교통망을 이용한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시민들은 버스 타는 걸 불안해했다. 시민들은 버스의 문제점으로 무정차(35.5%), 불친절(15.2%), 난폭운전(12.5%), 배차간격(12.1%)을 짚었다. 2013년 기준으로 부천시내 버스는 마을버스를 포함해 869대가 있으며 그중 소신여객이 55%를 점유하고 있다.

흔들리는 버스

송내동에 사는 김수민(여. 가명)씨는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그녀는 버스를 탈 때마다 불안하다.“버스가 과속을 많이 해요. 넘어질 까봐 손잡이를 꽉 잡게 돼요." 작년 겨울엔 이런 일이 있었다. 갑자기 버스가 출발했다. 중심을 못 잡던 할머니는 그대로 김수민씨에게 부딪혔다. 버스 운전기사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한다.“할머니께 저 버스 운전기사 신고하라고 말씀드렸는데, 자기 탓이라 하시고 내리셨어요.”그녀는 버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많다.“부천자유시장 정류장이었어요. 60대 할머니가 내리던 찰나에 버스가 출발한 거죠.(할머니께서) 넘어지셨어요.”할머니의 무릎은 도로바닥에 부딪혔고 가방은 나가 떨어졌다. 버스운전기사는 버스에서 내려 할머니를 일으켜 세웠고 할머니는 스스로를 탓하며 가셨다고 한다. 김수민씨는 버스가 과속하지 않는 것과 버스끼리 다닥다닥 붙어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지영(여. 가명)씨는 인천에 살지만 부천에 직장을 두고 있다. 깨어있는 시간은 대부분 부천에서 활동한다. 그녀는 자신을 도시 영세민이라고 소개했다.“버스가 멈출 때는 속도를 줄이면서 서야하는데 급정차를 해요. 내릴 때 불안해요. 다른 하나는 어떤 버스 운전기사는 내릴 때 미리미리 나와서 서 있으라 하고, 다른 운전기사는 버스가 멈추면 일어나라고 해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그녀는 버스를 탈 때 갑자기 버스가 출발하면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이라고 한다.“요즘 젊은 여성들이 높은 힐을 신고 다니잖아요. (여성들이)버스에서 휘청거릴 때 지켜보는 내내 불안하죠.”승객들은 버스가 불편하고 안전하지 못한 걸 알면서도 탈 수 밖에 없다. 승객 또한 교통약자다.“그럼에도 버스를 타야죠. 대안이 없잖아요.”  

희망, 퇴직? 암묵적인 합의다

두 사람은 자신을 운전기사라고 소개했다. 한광규씨와 함상수씨였다. 한광규씨는 1993년 소신여객에 입사했다. 올해 꼭 21년차였다. “작년에 저를 포함한 13명이 해고당했다가 12명은 복직 되었습니다.”2013년 7월 소신여객에 새 경영진이 들어왔다. 그리고 회사가 어렵다고 했다. 인원을 줄이고 급여도 24% 줄여야 한다고 했다. 기본급이 낮아질 경우 퇴직금도 깎인다. 운전기사 950여명 가운데 300여명은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소신여객 운전기사는 하루 18시간을 운행하고 다음날 하루를 쉰다. 출퇴근 시간 포함하면 운전하는 날에는 운전기사는 20시간 깨어있는 셈이다.“운전자가 줄고 임금이 줄었어요. 버스는 예전처럼 운행해야하는데 사람이 없어요. 회사에서는 (임금을 삭감하기 전처럼) 받아가려면 일을 더 하면 된다 했어요.”격일로 하던 운전을 3일씩 하는 운전자가 늘었다. 짧은 노선은 1회 1시간 20분, 긴 노선은 4시간 운행한다.“1시간 운행하면 10분씩 쉬는 시간이 있어요. 하지만 배차간격 때문에 쉴 틈이 없어요. 알아서 쉴 틈을 찾아야 해요.”운전 경력자일수록 비교적 짧은 노선을 받는다. 신입 운전기사는 화장실가기조차 어렵다.

김헌수씨는 소신여객에서 부당 해고된 버스운전기사다. 13명 중 김헌수씨만이 복직되지 않았다. 그는 버스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했다.“2일 연속 근무한 운전자에게 들었어요. 하루 운전하고 바로 다음날 이어서 운전하면 초록색불이 초록색으로 안보인데요.”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버스운전기사들은 반강제적으로 3일 연속 18시간을 근무해야 했다. 운전기사가 부족해서였다. 물론 3일 연속으로 운전을 할지, 격일로 운전을 할지는 운전자의 선택이었다.“임금이 깎였잖아요. 전처럼 임금을 받으려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다른 운전기사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회사가 어려우니까 우리가 감내하고 도와야하는 거 아니냐고. 답답하죠.”

김헌수씨는 여러 차례 부천시청 시정메모에 3일 연속 근무를 항의했고, 현재 소신여객은 2일 연속근무만 허용하고 있다.“저는 격일근무만 했어요. 그래도 다음날 잠을 못자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운전하기가 힘들어요. 한번은 아차 하는 순간, 제가(운전하는 버스) 보행 도로 모퉁이를 들이 받을 뻔 했어요.”그는 버스노동환경이 비단 버스운전기사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했다.“버스는 많은 시민들을 태웁니다. 공공재의 성질을 띠고 있어요. 버스는 흉기가 될 수도 있어요.”

공영제가 대안일까

현재 지자체에서는 운송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 항목으로는 적자노선 재정지원, 무료 환승지원, 벽지노선 손실보전을 비롯해 대폐차 재정지원, 유가보조금 지원, 회차지 정비 지원, 저상버스 지원 등이 있다. 어느 노선에는 이용객이 많고 어느 노선에는 이용객이 없을 땐 운송업체 사장은 이용객이 없는 노선을 없애려고 한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조금 명목이 투명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등장한 게 버스준공영제다. 버스준공영제가 답이 될 수 있을까? 김헌수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표준운송원가로 버스회사에 보조금을 지원해요. 표준운송원가는 인건비도 포함돼 있어요. 버스회사에서 정비사 20명을 두고는 30명을 두고 있다고 부풀려서 서울시에 보고했어요. 인건비 횡령을 문제제기했더니 서울시에서는 버스회사의 경영문제이기 때문에 간섭할 수 없다고 말해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재하기 위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검토해보면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없어요. 상식이 통하지 않아요.”

버스는 시민의 안전성과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세금으로 버스회사에 지원한다. 그런데 버스회사의 경영상 이유로 인건비를 절감하는데도, 법적 제제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덧붙여 “현재 소신여객은 이용객이 많은 노선을 그대로 운영해요. 그런데 이용객이 없는 노선은 버스를 줄이고 있어요. 운행법상으로는 버스회사에서 평일은 10%, 주말은 30%를 감축할 수 있어요. 그런데 평일에 30%, 40%를 감축해서 운영해요. 시에서 제재할 방법은 벌금인데, 벌금도 한 대당 10만원에서 20만 원 정도에요. (버스회사는) 웃어버리죠.”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지자체에서는 버스회사의 사업면허권조차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유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다.“버스회사에서 노선사업계획서를 신청하고 (부천시가)받아드리면 그 노선은 버스회사의 영구재산이 됩니다. 자자손손 물려받을 수 있죠. 공공재산이 사유재산으로 바뀌는 거예요.”김헌수씨는 사업면허권을 한정면허로 바꿔야만 현재 버스회사의 행태가 변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준공영제든 공영제든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4시간 버스타기

어젠 열대야였다. 잠을 뒤척였더니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대장동 공영차고지에 가는 내내 졸음이 몰려왔다. 10시 도착. 88번 버스 운전기사 강우식(가명)씨와 만나기로 한 시각이었다. 대장동 공영차고지는 넓었다. 운수업체별로 차량을 주차해 놨다. 정비소도 두 곳이 있었다. 입구 정면엔 가스충전소가 있다. 폐기물차가 들어와 가스를 충전하고 나간다.

10시 30분 쯤 전화가 울렸다. 강우식씨였다. 6시 40분에 출발했다고 한다. 거의 다 들어왔어요. 그런데 아침을 먹고 가야해요. 11시에 출발할 거예요. 11시를 조금 넘겨 강우식씨가 88번 버스를 몰고 왔다.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서 잠깐 검사를 받았어요. 배차간격 때문에 빨리 가야해요.

버스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버스정류장에서 승객들이 손을 흔든다. 버스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강우식씨는 손으로 뒤를 가리킨다. 여기서 승객들을 태우면 점점 배차간격이 벌어져요. 그러면 다음 승객들에게도 피해고 저도 시간에 쫓기고…. 두 정류장을 재끼고, 다음 정류장에서 승객들을 태웠다. 강우식씨가 일하는 운수업체는 격일, 하루에 18시간 이상을 일한다. 우리는 쉬는 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하지 않아요. 운전시간만 근무시간에 포함해요. 쉬는 시간을 포함한다면 하루 종일 깨어있는 거예요. 그는 전에 화물차 운전을 했다. 화물차는 나랑 화물이랑 1대 1로 맞추면 되니까 어려움이 적었어요. 버스운전은 승객들도 하나하나 생각해야하고…. 변수가 많죠.

길 위는 불안했다. 자동차가 노선을 변경해 버스 앞으로 끼어든다. 오토바이가 버스를 제치더니 전단지를 던지기 시작한다. 이런 일은 늘 있어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화를 내는 운전자들도 있고요. 택시랑 시비가 붙기도 하고요.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자 할아버지 한 분이 올라타는 승객들 사이를 헤집고 버스 앞문으로 내린다. 어떤 승객은 자신을 내려주지 않고 버스정류장을 지나쳤다고 아우성이다. 벨은 누르지 않았다.    

88번 버스는 부천 대장동 공영차고지에서 시작해 인천 부평구를 거쳐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를 돌아 다시 온다.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순환선이다. 이 노선을 도는 시간은 4시간이 소요된다. 평소 4회를 돌지만 5회를 돌 때도 있다. 12시 40분 여의도 환승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쉬는 것도 앞서 간 버스가 정차해 있을 경우다. 쉬는 시간 5분 남짓. 그는 운전석에서 일어나 에어컨을 만진다. 이 시간에는 사람이 많이 타진 않아요. 다들 회사에 가 있으니까요. 아침에 운전했을 때는 출근시간이었거든요. (버스카드를 찍은 횟수를 세보니) 600명 정도 탔던 거 같아요.

버스를 2시간 넘게 타자 졸음이 몰려온다. 세상에서 눈꺼풀이 제일 무겁다. 강우식씨에 대한 예의로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헌데 10분 정도 기억이 없다. 운전자였더라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서울에서 부천을 지나 인천에 들어서자 승객들이 많이 탔다. 버스가 버스정류장을 떠나 신호에 멈춰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온 승객이 버스에 달려든다. 버스 안에서의 남은 1시간은 침묵이다. 어떤 것을 묻고 들을지 생각나지 않았다.

대장동 공영차고지에 들어서자마자 “수고하셨어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다리도 제법 후들거린다. 처음 (버스를)운전하는 사람은 몸살이 나요. 지금은 익숙해졌어요.시간으로 따지면 반나절이 훌쩍 지난 시간이다. 사무업무를 보는 노동자였다면 8시간 노동을 채운 시간이다. 그러나 그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을 것이다. 남은 8시간을 위해서.  

버스는 여전히 불안했다. 시민에게도 운전기사에게도. 버스는 불안하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