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즌이 다시 도래하고 있다. 지난 겨울과 봄에 우리가 미세먼지로 얼마나 고생하면서 살았는가? 매일 아침 스마트폰 미세먼지 알림서비스의 매우 나쁨과 나쁨 수준을 확인하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하며 마스크와 실내공기청정기에 의존하는 고달픈 삶이었다. 그때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소박하고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아이들과 온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가 있는 곳에 살고 싶다던 바램이다. 봄이 지나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여름 폭염에 허덕이다가 미세먼지 공포를 잠시 잊고 살았으나, 원치 않게 또다시 시작되고 있다.

  부천시는 최근 스마트 미세먼지 클린 특화단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였다. 전국 최초로 미세먼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구축된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미세먼지 배출 및 피해 저감 사업 서비스를 도출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천시는 입지여건 및 인문·산업적 특성으로 타도시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대기오염 위험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하였다. 그 이유로는 대기의 순환이 어려운 분지지형의 지리적 특징, 미세먼지를 포함한 분진 황사먼지 발생지(중국, 몽골)와의 인접성, 급격한 도시화에 의한 택지개발, 재건축 등으로 인한 녹지소실, 도로확장을 통한 배기가스, 도로먼지 다수 발생, 밀집된 레미콘·아스콘 공장 존재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부천의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얼마나 배출되고 있는지에 대한 배출원별 배출량 분석이 없다. 부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및 정체에 대한 공간적인 분석도 없다. 원인을 알아야 처방이 가능한데 말이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의 국내 배출원은 산업단지, 공장, 교통혼잡도, 통과교통량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천이 왜 서울과 인천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지 설명하지 못한다. 올해 3월 1일부터 7일간 수도권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최장연속으로 발령되었다. 관측이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했다. 평소에 궁금했던 의문이 있었다. 과연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만이 문제일까? 수도권 도시별로 공기질의 차이가 크게 날까?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부천은 서울, 인천과 비교하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경기대기환경정보, 에어코리아 등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측정지점별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자료검색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도에서 측정지점의 점 데이터로만 확인이 가능하여 시각적으로 공간적인 차이를 확연하게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GIS(지리정보시스템)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후배 연구원에게 부탁하여 직접 분석을 시도하였다. 수도권 도시 대기질 측정지점 데이터를 모두 다운받아 지점별 3월 1일부터 6일까지 농도를 평균값으로 처리하였다. 그리고 점 데이터를 등농도 곡선으로 변환시켜주는 보간기법으로 지도를 만들었다.

▲ 파란색 표시 부분이 부천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기간에 부천시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농도는 내동 124㎍/㎥, 오정동 122㎍/㎥, 송내대로 127㎍/㎥, 중2동 116㎍/㎥, 소사본동 110㎍/㎥이었다. 초미세먼지 일평균 기준으로 국가 대기환경기준은 35㎍/㎥이고, WHO(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은 25㎍/㎥이다. 서울, 인천 및 주변 도시와 함께 공간적으로 분석된 지도를 보면 더 충격적이다. 부천이 주변 도시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될 줄은 몰랐다.

대기질의 상태가 행정구역 경계로 나뉘어지고 말았다. 중국과 가까운 인천보다 훨씬 열악한 실정이다. 이는 도시의 형태와 구조, 바람과 대기순환의 정도, 도시개발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부천은 정부 통계상 불투수율 전국 꼴찌, 자연녹지율 전국 꼴찌, 미세먼지 농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환경적으로 매우 열악한 도시이다. 더군다나 분지형 도시로 대기가 순환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인근 서울, 인천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 초고밀도로 개발된 부천은 기후환경에 매우 취약한 도시이다. 분지형 도시에 대기가 정체되어 시민들은 미세먼지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계절풍과 달리 사람들 생활권 높이의 국지적인 대기는 공간의 지형학적 특성에 따라 산곡풍, 해륙풍을 따라 이동한다. 즉 땅의 비열 차이에 따라 밤에는 산바람. 낮에는 강바람이 분다. 그런데 도시개발로 인한 도시열섬의 확대와 녹지가 부족하여 도심에 더이상 차고 시원한 산바람, 강바람이 불지 않아 오염된 공기가 정체되어 있다. 바람이 불더라도 뜨겁고 오염된 바람일 뿐이다. 그나마 한강 및 굴포천과 연계된 대장들녘이 부천의 바람길로서 차고 신선한 공기를 도심에 공급하는 자연 인프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시설과 교통수단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감축할만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녹지를 훼손하면서 공장과 도로를 늘리고 아파트를 더 짓는 개발계획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기대할 수 없다.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미세먼지 대응 정책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도시계획 대안을 마련하고, 미세먼지 등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받아들여 시민들과 공동으로 기획하고 행동하는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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