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을 하다 보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공휴일(속칭 달력의 빨간날)에 쉬는 대신, 연차휴가가 없다는데 이게 맞는 거냐?”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로기준법 제55조와 제62조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55조제1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 즉 근로기준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휴일은 1주일에 1회 이상 주어지는 주휴일 뿐이다(물론 5월 1일 노동절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달력상의 각종 빨간날은 어떤 날일까? 이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관공서가 쉬는 날이다. 달력에는 편의상, 이 관공서가 쉬는 날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둔 것뿐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62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 즉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를 하여 특정의 근무일에 노동자 전체가 연차휴가를 사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연차휴가 대체제도’라고도 한다.

  근로기준법 제62조에서 연차휴가 대체제도를 규정한 취지는 다음과 같다. 흔히 이야기하는 ‘징검다리 연휴’에, 노동자는 도중의 근무일 하루 나와서 일하는 대신에 연휴를 제대로 즐기고 싶어 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사용자 또한 노동자가 도중에 하루 나와서 의욕 없이 일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연휴를 즐기고 연휴 다음의 근무일에 열심히 일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에는 중간의 근무일을 쉬는 게 더 낫기 때문에, 노사 쌍방이 합의하면 해당 근무일을 연차로 대체하게끔 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중에서는 공휴일에 쉬게 하는 대신에 공휴일을 모두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이 제도를 악용하는 곳이 있다. 주5일 월-금 일하는 사업장의 경우, 주말과 겹치지 않는 공휴일이 1년에 약 12~13개 정도가 된다. 연차휴가 15개 중 12~13개를 공휴일에 써버리면, 노동자가 개인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휴가는 1년에 2~3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일부 악랄한 사업장의 경우 공휴일과 여름휴가로 15개를 모두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연차휴가의 사용시기는 원래 노동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사실상 노동자의 선택권을 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또한 연차휴가 대체제도에는 서면합의의 유효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맹점이 있다(3개월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서면합의에서 유효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이론상 연차휴가 대체제도의 유효기간은 무제한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도 실제로 생길 수 있다. 노동자 A, B, C, D, E가 일하던 회사에서 연차휴가 대체제도가 시행된 이후 10년이 지나 연차휴가 대체에 동의한 A, B, C, D, E는 모두 퇴사한 뒤 없고 대체제도 시행 이후 입사한 노동자 F, G, H, I, J만 회사에 남아 있는 경우에, 이 노동자들은 본인들이 동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차휴가 대체제도가 그대로 적용되어 휴가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함인지, 2018.3.20. 개정 근로기준법은 관공서의 공휴일도 일반 노동자들이 유급으로 쉴 수 있게끔 법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해당 법률은 단계적 시행이라,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1.1.부터,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1.1.1.부터,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1.1.부터 시행 예정이다. 따라서 이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위와 같이 연차휴가 대체제도를 악용하는 사업장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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