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콩나물신문과 인연을 가진 두 사람의 특별한 북콘서트가 있었다. 14살 당돌한 작가 서이는 “혹시 꼴불견리세요?”라는 책을 독립출판으로 출간하고 뜰안에작은나무 도서관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한편 “도시숲에서 아이 키우기”라는 책을 출간한 정문기 작가는  산울림청소년수련관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북콘서트를 가진 두 작가는 콩나물신문에 글을 게재하면서 큰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콩나물신문에 실렸던 글에 내용을 보태어 책을 발간했다. 그런 인연으로 콩나물신문 조합원과 독자들에게는 더 특별한 북콘서트였다. 그래서인지 북콘서트 현장에는 저자의 지인들, 방문객들과 함께 콩나물신문 조합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허무맹랑한 어른들의 이야기

‘혹시 꼴불견이세요?’라는 책은 서이 작가의 글에 다람진 작가가 그림을 넣었다. 서이와 다람진은 필명이다. 그림을 그린 다람진 작가는 다람쥐를 좋아한다. 그래서 다람쥐와 이름의 한 글자를 합성하여 다람진이란 필명을 지었다. 서이는 원래 태명이다. 아빠와 엄마의 성을 붙여 만든 이름인데 마음에 들어서 필명으로 쓴다. 난생 처음으로 그것도 이른 나이에 책을 출간하고 북콘서트라는 자리가 어색한 자리에 앉은 두 작가는 초등학교 친구 사이다.

사회를 맡은 나유진 뜰작직(좌), 그림 작가 다람진 (가운데), 서이작가 (오른 쪽)

서이 작가의 책머리에는 ‘어른들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질려버린 14살이 당돌하게 풀어나간 이야기‘라는 글이 적혀있다. “어린 친구들이 볼 수 있는 세상은 별로 없어요. 그러다보니 부모님이나 선생님 같은 어른들의 생각과 말을 통해 보여주는 세상을 전설처럼 맹신하게 되죠. 하지만 어른들의 그런 말이 모두 현실에 맞지는 않잖아요. 또 어른들은 때때로 자신의 말과 다른 행동을 보일 때가 많잖아요.” 교육과 훈육이란 미명하에 아이들에게 건네는 어른들의 말과 가르침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 사이 작가는 그런 괴리를 빗대어 ’어른들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꼬집어 표현 했다. 그래서 이 콘서트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을 위한 북콘서트였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쓴 글

누군가 물었다. 평상시 쓰는 글과 마감에 쫒겨서 쓰는 글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오해가 있는데요. 저는 평소에 글을 쓰지 않아요.”라는 솔직한 답변에 폭소가 터졌다. 서이 작가는 콩나물신문을 통해 꼴불견인 어른들에 대한 자신의 분노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글을 써본 사람은 누구나 마감시간이 주는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안다. 마감 일주일 전부터 엄마(이호정 조합원)는 콩나물신문에 보낼 원고를 재촉한다.

“무엇을 써야할지 주제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감이란 압박감에 시달리다보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그러다 번뜩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떠오르면 미친듯이 글을 써내려가요.” 그렇게 써진 글을 지우고 다시 쓰길 반복하며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고 한다. 서이 작가에게 원고 독촉을 한 원흉으로서 미안한 생각이 든다.
서이 작가가 느낀 압박감은 책을 만든 과정에서 다람진 작가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평소 그리던 림체와 다른 간결한 캐릭터를 만들어 그리기도 힘들었는데, 책을 만들면서 서이 작가가 그림 마감시간을 빡세게 요청해서 힘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빼앗지 말아주세요.

서이 작가의 생각은 또래 청소년들과 많이 다르고 개방적이다. 그러다보니 어른들의 시선에 초점을 맞춘 또래 친구들에게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해 한다. 어떻게 해야 다른 친구들과 의견충돌 생각을 없이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서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제 친구들은 고집이 세고요. 저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자기가 믿고 살아온 시간과 생각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 얼마나 충격적이겠어요. 가끔  막혀있던 친구들이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는 해요.”

“어른들에게 정말 얘기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어릴때부터 엄마 마빠의 세상을 마치 자신의 세상인양 믿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때, 닫혀있는 말이나 결말이 정해진 있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를들어 ‘학교는 좋은 곳이야.’라고 말하지 말고 ‘학교는 좋은 곳일까?’라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이들이 학교는 좋은 곳이라는 결론짓지 않고 좋은 곳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는 엄마 아빠가 생각할 기회를 다 뺏어버리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이미 정답이라 가져다 놓으면. 그들은 생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당부를 하지 말고 질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북콘서트장을 찾은 30여명의 청중들은 서이 작가의 당돌한 책만큼이나 당돌하고 유쾌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서이 작가가 보내온 북콘서트 후기
책을 내고, 다 팔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무색할 만큼 책은 잘 팔렸다. 그리고 여행을 가기 전 마지막으로 책을 다 팔아버리겠다는 각오와 함께 북콘서트를 했다.
 많은 준비를 한 것도 완벽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정말 진심으로 행복했다. 사실 긴장감과 약간 흥분상태에 휩싸여서 내가 한 얘기를 모두 기억하진 못하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응원하는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작가로 있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생각한다. 이 참에 그냥 작가로 살아? 이런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건 참 피곤한 일이지만 글이 내게 주는 행복이, 뿌듯함이 나를 또 글 쓰게 한다.
 북콘서트에서 선물받은 예쁜 꽃들을 집에 와서 보니 왜인지 모르지만 경견한 마음이 첫 번째로 들었다. 진짜 쌩뚱맞지만 그런 느낌이 든 건 사실이다. 내가 걸을 길이 무슨 길인지 모르겠지만 이 꽃을 보며 걷는다면 아마도 꽃길이 아닐까 싶다. 빠른 시간에 꽃은 시들어버리고 사진 속 꽃에는 그 때에 온기가 남아있지 않겠지만 이 기분이 나와 평생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전에는 쉽게 시들어버리고 버려야하는 꽃을 왜 선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꽃은 받을 때마다 너무 예쁘고 정말 그저 예쁘다. 그래서 나는 꽃을 가끔 받을 때면 멍하니 꽃을 쳐다보곤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꽃을 주는 사람의 감정을 꽃이 잠시 품고 있다가 내게 주는 것 같다고 할까. 그리고 오늘 왜 사람들이 꽃 선물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뭉클한 마음이 드는 게 참 사람을 여리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살짝은 뜬금없지만 평소에는 차가운 색깔을 좋아하는 내가 왜 꽃은 그렇게 따뜻한 색이 예뻐보이는 걸까? 아마 이 예쁜 색깔들은 절대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르고, 또 북콘서트를 하고 싶은 설렘이 가득하다. 뭐가 되었든 내 얘기를 써보고 싶다. - 서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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