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종이를 물에 불린다. 불린 종이에 폐종이를 섞어서 색상과 패턴을 만든다. 그리고는 나무틀로 종이를 한 장씩 뜬다. 이렇게 한 장씩 뜬 종이에 씨앗 심고 건조시키면서 종이를 평평하게 만든다. 3주 정도 말린 뒤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 엽서로 만든다. 협동조합 온리의 종이정원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온리는 올해 7월,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청년몰 매장을 찾았다. 전주 남부시장에 위치한 청년몰은 사실 버려진 공간이었다. 이 곳을 젊은 사업가들이 들어와 새롭게 만들었다. 버려진 장소를 활기 넘치게 만드는 것, 온리의 가치와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매장을 찾은 시각은 오후 3시. 손님이 북적였다.

협동조합 ‘온리’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전북지역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요. 따라서 젊은 친구들은 타지로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공동체가 붕괴되고 있어요. ‘전주한옥마을’이 생기면서 예전부터 거기서 살던 분들이 떠나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지역공동체를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리사이클링’을 떠올렸고 전주의 옛명칭인 ‘온고을’을 ‘되살림’한다는 의미로 ‘온리’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친환경, 수공예 제품은 비쌀 수밖에 없어요.
가격경쟁력은 중요해요. 저희 제품은 고가 정책을 쓰지 않아요. 일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경쟁할 수 있게 준비했어요. ‘가치는 뒤에 감추자’는 게 생각이에요. 생산과정에서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가치를 지키고 수익도 공공성에 맞게 쓰지만, 소비자입장에서는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아무리 윤리적 소비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품질이 먼저 우수해야하죠.
‘파쇄종이’를 가지고 업사이클링의 형태로 종이를 제작하고 거기에 씨앗을 심는 작업, 거기다 제조 작업을 노인분들에게 맡겨서 완성했을 때 일반 종이보다 10배는 비싼 제조비가 들어요. 하지만 그걸로 가격결정을 하지 않았어요. 수제종이의 가치를 모르는 분들에게도 비싸지 않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종이정원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수제종이를 대중화한 제품은 ‘온리’가 유일합니다. 네덜란드에서 씨앗을 심은 종이를 생산하고 있는데, 펄프를 원료로 제작된 기계종이입니다. 온리와 같은 업사이클링 제품의 가치는 해외에서 높이 인정하고 있어요. 파쇄종이는 보통 사무실에서 문서쇄절기를 통해 폐기되는 종이인데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하는 시대인데도 종이 사용량이 오히려 늘었어요. 종이는 결국 나무에서 온 것이죠. 나무를 종이로 활용하고, 종이 사용이 끝나면 파쇄종이가 되고, 그 파쇄종이를 수제로 만들어 씨앗을 품는…. 이게 완벽한 업사이클링이잖아요.
 
파쇄종이는 어떻게 조달하나요?
파쇄종이는 폐기하는 거예요. 쓰레기봉투를 구입해서 버려야 하니까 서로 온리에 주시겠다고 하죠. 원재료 값이 들지 않아요. 가공비용이 많이 들어요. 비용이 많이 들더라고 파쇄종이를 버리지 않고 사용한다면 나무를 벨 일이 없겠죠. 그리고 파쇄종이를 받기 전에 상대 업체에게 교육을 해요. 테이프나 호치키스가 붙어있는 경우는 난감하잖아요. 교육시간에 이런 부분들을 강조해요.
 
씨앗이 유통되는 과정 중에 썩거나 발아되진 않을까요?
국내에 대량으로 유통되는 씨앗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와요. 그때 약품처리를 하게 되니까 발아율이 떨어져요. ‘종이정원’을 구입했는데 싹이 트지 않으면 안 되죠. 그래서 발아 테스트를 해야 돼요. 새싹채소 하나를 테스트하는 데도 3개월씩 걸려요. 그게 저희의 기술이죠.
 
온리가 꾸는 꿈은 어떤 건가요?
 
어르신들은 보통 지원센터를 통해 일하는 것들은 대부분 볼펜에 심지를 꽂는 일들이에요. 아니면 길거리에서 박스를 주워서 내다 파는 일들이고요. 동네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드리고 싶어요. 저희는 새로운 수공업 형태를 저희가 실험하고 있다고 여겨요. 수제 상품은 매력적이지만 품질 관리나 가격형성이 어려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죠.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싶어요. 온리에서만이라도 전통적인 수공업이 장인대접을 받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매장으로 손님이 들어왔다. 엽서를 어떻게 쓰는지를 묻는다.
“아랫부분 도돌도돌한 곳은 씨앗을 넣은 곳이에요. 이곳을 물에 적시면 되고요. 뒷부분에 손편지를 써서 좋아하는 분에게 주면 되는 거예요.”
손님에게 엽서사용법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러곤 “예쁘게 키우세요.”라고 덧붙였다.

 

협동조합 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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