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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작은 날개 짓
디디 (부천여성의전화 활동가)  |  yongn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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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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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해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여성인권 단체에서 일하다보니, 그러니까 이 단체에서 정신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아보니, 좋은 점은 늙는 줄 모르겠다. 2019년 12월 중간쯤인 오늘. 거울을 보고 그만 깜짝 놀라고 만다. 어, ‘나였던 그 사람은’ 어디에? 늙어버린 디디가 거울 속에서 웃는다. 기해년 늙는 줄 모르고 참말로 열심히 살았다. 이렇게 팍 쉬어버린 줄 모르고 한해를 달렸다.
 
 무엇을 했던가, 더듬어 본다. 여전히 부천여성의전화는 할 일이, 한 일이 많았다.
여성 폭력에 대한 그릇된 통념들과 싸웠다. 김학의 전 법무무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검찰 과거사 위원회 본조사 활동에 대해, 용화여고와 더불어 시작한 스쿨미투, 가정폭력과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을 다층적으로 경험하는 여성의 삶에 대해, 정부는 피해자의 인권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성평등 관점의 성평등 지원체계를 추진하라고.

평등한 부부 관계에 대하여,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가정문화와 성차별적 사회구조의 민낯이 거침없이 드러나는 명절의 문제를, 성착취로 연결된 남성 카르텔에 대해, 범죄 피해에 대한 배상은 '정의'라는 것을, 제대로 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을 제정하라고, 보호의 대상으로 여성 폭력 범죄를 예방하려는 정책들의 관점을 바꾸라고,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 보상 요구를 꽃뱀 프레임으로 가두지 말 것을, 강간죄의 구성요건, 김학의사건, 본질은 성폭력이며, 검찰이 주범이라고, 사랑이라는 관점과 폭력을 구분하지 말 것을, 낙태죄, 성폭력 피해자가 무언가 잘못했을 것이라는 통념,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에 대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성차별에 대해 말하고 싸워왔다.

 

   
 

부천여성의전화 로고는 애벌레에서 깨어나 자유, 꿈, 희망을 상징하는 나비로 새롭게 태어나 폭력 없는 사회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여성을 표현하고 있다. 디디와 같은 우리들이 꿈꾸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 평등한 사회와 민주사회 실현을 지향하는 여성단체의 모습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이 있다. 1972년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아주아주 작은 행위가 지구 반대편의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개념을 발견했다. 에드워드 로렌츠가 말하는 나비효과야 말로, 부천여성의전화의 활동을 의미한다.

 디디가, 디디와 같은 우리들이 수고롭게, 어떨 때는 거칠고 투박하게, 저렇게까지 싶을 만큼, 사소해 보이고 단순해 보이는, 은유적인, 때로는 집단적으로, 광범위하지만 그 수는 열악하게 싸우고 외치는 일들이 쌓이고 쌓여 일정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마침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미투 운동 위드유 운동이 바로 그러한 정치적 현상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전화기 두 대를 놓고 여성 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작한 이 운동이 전 세계와 함께하는 인권 운동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직도 부천여성의전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부천 여성의전화는 성별 위계질서에 딴딴하게 꼬여 있는 세상에 작은 나비들의 움직임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고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여성인권단체이다.

 디디는 쥐띠. 내년은 경자년 흰 쥐띠 세상이라고 하니, 디디의 세상이 되려나? 디디가 바라는 평등 = 민주주의 = 더불어 돌보기 = 이것이 페미니즘에 좀 더 가까운 세상이 되려나? 이런 생각을 하니, 다가올 새해가 반갑다. 멋지게 늙을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좋다. 부천여성의전화와 함께하는 이들이 우리 마을에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 모두, 누구에게나 복된 새해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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