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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지 않은 출산이야기
문정원 조합원  |  kong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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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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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은 꼭 깜직이를 만났으면 좋겠어"
"내 예상으로는 오늘밤 9시에는 만날 것 같아"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들이 말했다.
나는 속으로 꼭 예정일에 만나길 기도했다. 어제 집에서 만삭?!가족사진을 찍었다. 집에서 우리끼리 낄낄깔깔대며 찍는 가족사진도 재밌다. 아주..아주 오래동안 기억과 사진으로 남을 것이다. 별다른 계획 없던 우리는 한가로운 일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이 갑자기 숨바꼭질를 하고 싶다 했다. 그 소원 못들어주랴. 남편과 아들, 그리고 만삭인 나는 아주 오랜만에 주거니받거니 숨바꼭질을 했다. 한참 재미나게 놀다 보니 피곤과 졸음이 몰려왔다. 두 남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누웠는데, 어!! 뜨끈한 무언가가 나오는 느낌...

양수가 터졌다. 이제 곧 깜찍이를 만나겠구나 싶었다.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남편과 아들에게 말했다. "깜찍이가 신호를 보내왔어." 아들이 "야호!" 팔딱팔딱 뛰며 함성을 친다. 남편은 긴장한 얼굴이다.
조산원에 전화를 하니, 진통이 잦아들면 건너오라 하신다. 출산가방을 챙기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첫째를 만난 지 10년. 그때가 떠오르니 긴장이 된다. 며칠을 고생했지만 큰 광명을 얻은 것처럼 빛났던 자연출산을 잊은 적이 없다. 10년 후 오늘 둘째는 어떨까. 설레고 긴장되는 순간이 순식간이다. 진통간격이 10분, 8분, 5분, 3분...자 출동~

조산원에 도착해서 깜찍이를 만날 방을 안내받았다. 원장님이 깜찍이 상태를 살펴봐주셨다. 양수가 아직 있다고 하신다. 양막이 두겹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짐을 풀고 짐볼로 음악을 들으며 몸을 움직여 본다. 밖에는 겨울을 끝낼 봄비가 내렸다. 미세먼지가 걷힌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었다. 출산하면 실내에만 있어야하니. 남편과 손을 꼭 잡고 조산원건물 주변을 우산을 쓰고 산책 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시원한 밤공기가 아가에게 전해지기를 바랬다. 윽..걸을 수 없는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저녁 8시를 보내고 있었다.

공간도 불빛도 아늑한 방에서 남편이 내 등을 쓰다듬어준다. 짐볼로 그네도 타고, 이불에 코를 박기도 하고, 남편이 으스러지게 기대어도 본다. 조산원 원장님이 나긋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응원해 주신다. 몸이 뒤틀리는 이 느낌, 참을 수 없는 진통...아가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몸부림이렸다. 진통이 격해진다. 첫째 때와는 다른 직진행이다. 아직인 것 같은데 원장님이 힘을 주라하신다. 힘을 어떻게 줬더라...일단 힘을 주자. 맞아. 이렇게. 끙. "그래요. 잘하고 있어요" 나의 인내와 노력보다, 옆에서 지속적으로 산모를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시는 원장님이 대단해 보였다. 고마웠다. 감사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해도 해도 안 될 것 같은 진통과 힘줌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남편 손가락에 나도 모르게 입을 가져다댔다. 화들짝 놀라 손가락을 빼는 남편...다행이다.

   
 

하나의 진통을 넘기면 바로 또 다른 더 진한 진통이 찾아왔다. 이제는 정신력이였다. 스스로 최면을 걸어본다. 태몽에 나온 그 곳, 그곳을 상상했다. 그리고 아가를 만나는 상상을...그리고 더욱 격해진 진통에서 나는 눈물이 터졌다. 신을 만난 것이다. 깜찍이가 자다가 나왔을까..머리에 손을 얹은 아기가 천천히 유유히 우리를 만나러 나왔다. 맨몸으로 나온 깜찍이를 가슴에 안았다. 씻은 듯이 깨끗한 아가다. 남편과 아들이 깜찍이에게 탄생을 축하하는 편지를 읽어줬다. 떨림이 묻어나는 사랑이 담긴 목소리다. 남편과 아들도 가슴위로 아가를 만났다. 아가가 울지 않고 가만히 까만 눈으로 느낀다.

쉬고 있는데 시혁이가 컵을 들고 들어왔다.
"엄마 마셔" 컵에는 따뜻한 물이 담겨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아들이 한다. 그 마음 평생 잊지  못 할 것이다. 다시 엄마가 된 나에게 주는 마중물 같았다. 그 물을 마시고 깜찍이에게 초유를 먹였다. 세상에 금방 뱃속에서 나온 아기가 밤새 젖을 빠는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다음날 모유가 찼다.

아들의 바람대로 밤 9시 6분에 동생을 만났다. 자연출산은 내게 행운이었고 감사함이다. 아름다운 출산 후에 독박육아의 길은 험난했지만 1년이 벌써 오고 있다. 마흔 셋에 얻은 딸이 늙은 엄마 체력을 고려하여 천천히 빠른 속도로 크고 있다.

오늘 저녁 아들이 말한다.
"조산원에 가서 누워서 책보고 싶다 엄마"
12월 아들 생일에 고향집인 조산원에 다녀와야겠다.
그런데..세상에나 출산기를 이제야 쓰다니 참 나 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지난 1년이 그럴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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