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고속도로에서 일하는 요금수납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한지 6개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요금수납원들은 김천에 있는 도로공사 본사 농성 100일을 앞두고 있고, 청와대 앞에서도 40일 넘게 싸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듯 합니다. 대부분이 여성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집 밖에서 풍찬노숙을 하며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한가지입니다. ‘나는 도로공사 직원이다. 그러니 직접고용하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그리고 이어지는 각급 법원의 일관된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는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았고,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였지만,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게 만들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고용노동부도 근로감독을 통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상태이므로 도로공사 정규직이 맞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모든 것은 노동자들의 주장이 맞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여전히 도로공사는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며, 지금까지의 과정이 과연 공기업이 취해야 할 태도 였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쁜 일자리의 주범 파견법
파견, 용역, 도급, 외주. 비정규직을 설명하는 단어들입니다. 원래 노동자와 사용자는 근로(고용)계약을 맺고 노동력 제공과 임금을 교환합니다. 일을 시키는 사람과 계약을 하고 월급을 주는 사람이 같아야 합니다. 계약의 기본이죠. 계약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계약관계에 끼어드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근데 IMF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노동유연성을 높여 경제회생을 돕는다는 미명하에 이런 원칙을 깨버리는 것이 생겨났으니 이것이 바로 파견법을 통해 이루어 진 간접고용제도의 확대입니다. 파견노동자라는 말이 생겨난 것인데요, 나를 고용한 사람과 나한테 일을 시키는 사람이 다를 수도 있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나를 고용한 고용주와 나한테 일을 시키는 사용자가 달라지는 이런 기상천외한 일은 결국 나쁜 일자리의 확산으로 이어졌습니다.

정규직 일자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결국 피해는 노동자가
요즘은 일자리를 알아보려면 워크넷 등 공공적인 고용정보망을 통해서 알아보기도 하지만,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은 공단지역 등에 난립한 직업소개소, 파견업체를 통해서 일을 알아보는 경우가 흔해졌습니다. 소위 파견,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우리 주변만 살펴봐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 미화 노동자 대부분이 용역을 통해서 취업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제조업 현장도 마찬가지, 대부분 계약직인데 아웃소싱업체를 통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합법적으로 일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근로자파견법은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파견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만연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도 아예 손을 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파견, 용역이 편법으로 늘어남으로써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최저임금은 아주 당연히 최고임금이 되고, 노동조건의 개선은 입밖에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언제 짤릴지 모르니까요. 이윤의 확대가 지상 과제인 기업에 맞서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결국 노동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노동이 장사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취업정보지 등을 통해 접해지는 일자리의 상당수는 직업소개소 등이 올린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런 직업소개소들을 가보면 어떤 곳은 사무실에 책상 몇 개 전화기 몇 대 놓고 노동자들을 연결해 주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인력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죠. 일은 노동자가 하고 사업주는 고용책임에 대한 부담을 없애주는 대신 양쪽에 수수료를 받아 운영됩니다. 수백명, 수천명의 직원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이런 회사들은 사무소 주소 등을 확인해 보면 빌딩 한칸에 사무실 하나 정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실상 인력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고혈을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면서 사고파는 것이지요. 이런 제도가 더 이상 유지되어야 할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도로공사가 도급의 형태로 모양을 갖췄으나 직접 업무지시를 하는 불법파견을 저질러왔으니 그것을 바로 잡자는 것입니다. 그냥 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지금처럼과 같이 일을 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도로공사는 공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됩니다. 또한 더 이상의 불법은 용인되어서도 안됩니다. 
노동문제는 100% 인권문제입니다. 인간의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인간에게서 분리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동문제를 당사자 간의 이익분쟁 정도로 보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파견, 용역, 도급. 이런 단어가 이제는 없어졌으면 합니다. 없앨 수 없다면 정말 엄격하게 사용을 제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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