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책읽기 수업
산학교 말과글 시간에는 책을 읽습니다. 공교육에서는 온작품읽기, 한 권 읽기 등으로 불린다고 하는데 쪼개진 작품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온전하게 한 권의 책을 읽습니다. 다함께 한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하고 책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 물론이고 아이들 저마다 자신의 삶과 연결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이들과 읽은 책
요즈음은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좋은 단행본 책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교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저는 우선 제가 읽고 재미있는 책을 고릅니다. 그리고 그 책이 아이들의 삶과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올 해 제가 함께 지낸 아이들은 6학년이었는데 아이들의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변화에 맞는 책을 고르고 작가를 찾아보고 책에 관한 서평을 찾아 읽어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5~6권을 책을 고르고 읽으면서 어느 정도 수업할 것을 얼거리를 짜면서 3권을 고릅니다.

책을 다시 함께 읽자. 
교사가 책을 세심하게 준비해도 아이마다 책에 대한 관심과 재미가 달라 교사도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앞에서 쓴 것처럼 원래는 수업 시간에 다함께 책을 읽는데 이번 학기에는 다른 수업으로 인해 책읽기가 늦어져 각 자 집에서 책을 읽어오라는 숙제를 내 주고 며칠 후 읽은 내용을 물어보았습니다. 열 명의 아이들 중에 2~3명 빼고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읽긴 읽었지만 내용 이해도 안되니 더욱 더 책에 대한 흥미는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특단의 조치 ‘책을 다시 함께 읽자.’ 다 읽지 못하더라도 찬찬히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자고 권하고
함께 어떻게 할지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고 처음에 반대하던 2~3명의 아이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 넘어갔다 싶을 때 떡볶이라는 간식으로 꼬셔(^^) 다행히도 다시 읽자는데 합의를 했습니다. 다시 읽자고 할 때 귀찮고 싫었던 마음이 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 전에 읽었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것도 발견하고 책이 더 재미있어다는 평가를 써서 내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 덕분에 다시 읽게 되어 좋았다는 채원이의 평가서를 읽으면서 함께 책읽기를 하면서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 지피는 시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초반에 에너지를 많이 들였습니다. 저는 그 시간들은 불 지피는 시간이라고 불렀습니다. 책 읽는 초반에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꼼꼼히 읽고,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나눕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다보면 각 각의 아이들의 책에 대한 재미가 합쳐져 더 큰 시너지를 내는 걸 많이 경험했습니다. 책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느끼자 아이들의 책 읽는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다음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서 책을 먼저 넘겨 읽기도 하고 읽은 내용을 서로 발설하지 않게 ‘스포하지 말자’고 약속하며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인물을 살려라

책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위해 불 피우는 시간에 ‘인물을 살려라!’라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냥 책을 읽다보면 인물들이 평면적이게 느껴지는데 각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나 말, 행동을 찾아보고 왜 그렇게 느꼈는지 토의하고 인물을 그려보기도 하고 내가 관심 가는 인물에 대해 이유를 써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닮았거나 닮고 싶은 인물을 찾기도 합니다. 겉은 까칠해보여도 밉스를 걱정해주는 바비를 속 마음을 알게 되고, 어딘가 좀 부족해 보이고 사회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레스터 아저씨가 아이들 마음에 어떻게 사로잡는지 눈에 보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잉그리드 로 글/ 주니어 랜덤 출판사)책을 읽고
책을 읽고 아이들 쓴 감상문의 일부입니다. 어떤 아이는 책을 통해 괜찮다 라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밉스를 지켜준 피시 같은 오빠처럼 누군가 자신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몸집이 크고 무서운 어른인 오지를 늘 말없고 온순한 어린 샘슨에게 혼나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한 어려움을 통해 한층 친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책 속의 인물들을 친구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밉스의 아빠를 찾아 떠난 밉스와 피시오빠 그리고 걱정돼서 같이 간 윌과 바비가 처음엔 친하지도 않고 어색한 친구들이 같은 상황에 놓여서 서로가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의지가 되면서 점점 친해지는 게 너무 재밌었다. 다음 장을 빨리 넘기고 싶기도 했다.   <세헌>
그리고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위대하고 강력한 오지가 나올 때부터 웃긴 장면이 많이 나와 좋았다. 위대하고 강력한 오지라는 이름부터 웃기고 위대하고 강력한 오지가 소심하고 말을 잘 안하고 어딘가에 숨어있던 샘슨에게 다리를 물려 팔짝거릴 때 ‘파!’하는 마음이 뻥 뚤리는 느낌이 들었다.  <태환>
칼린이란 여자가 자기 집에 몰래 숨어든 밉스 동생 샘슨을 벽 속에 가두었을 때 같은 상황이 많아서 스릴이 넘쳤다. 물론 그런 스릴 넘치는 상황이 짜릿해서 좋기는 했지만 나는 밉스와 친구들이 수영장에서 노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그 분위가 좋았다. 피시가 원래 윌이랑 친하지도 않고 몸싸움까지 벌렸지만 둘이서 훈훈하게 노는 게 흐믓했다. <서진>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피시와 윌 주니어가 싸우는 장면이다. 피시가 오빠로서 밉스를 지키려고 했던 게 멋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피시가 밉스를 동생으로서 많이 아끼는구나.’를 느꼈다. 피시 같은 오빠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채원>   

그래도 고민
교사로서 만족감이 높은 책수업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민이 있습니다. 책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줄까(책 읽다가 밤을 꼴딱 지새고 그 새벽녘에 읽은 책에 대해 누군가 막 나누고 싶고......)라는 생각과 함께 좀 더 구체적으로 자기의 삶과 이야기를 연결할 수 있는 많은 고리들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 관심사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들도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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