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들이 숲에서 수북이 쌓인 낙엽을 쓸고 있습니다. 빗자루를 하나씩 들고 간격을 두고 빗질을 합니다.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립니다.
“여기 쓸어 볼까?”
“저기 쓸자!”
“이만큼 쓸면 될까?”
“나 이만큼 쓸었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빗자루로 낙엽을 쓸고 또 쓸고 또 쓸고 있습니다. 30분인가 1시간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돌아와 이야기 합니다.
“길을 만들었어요.”
“이쁘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멀리까지 폭이 좁은 오솔길이 구불구불 그려졌습니다.
아이들은 빗자루로 일이 아닌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겨울 연못에서 나무 막대기로 얼음을 내리치며 얼음 조각을 깹니다. 깨진 조각을 모으기도 하고 던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나무를 모읍니다. 점점 더 커다란 나무를 들어 옮깁니다. 혼자 안되는 나무는 함께 들어 옮기기도 합니다. 한곳에 모여 있던 나무들을 다른 곳에 옮겨 놓기도 합니다. 아이들 손에 의해 나무들은 옮겨지기를 반복합니다. 아이들은 빗자루로 얼음으로 나무로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놀이의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입니다. 호기심이 생기면 행동을 하고 행동을 하면 결과를 만날 수 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기쁨을 나누려 합니다. 결과가 나쁘면 책임지기보다 회피 하려고 합니다. 결과가 좋으면 기억은 누적되고 다시 반복을 하게 됩니다. 결과가 나쁘면 반복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호기심을 없애고 놀이를 막는 가장 큰 문제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행동을 하지 않으면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도 없습니다. 결과가 없으면 기쁨, 슬픔, 즐거움, 고통 등의 삶의 감정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자주 반복될수록 다양한 경험의 양은 줄어듭니다. 경험이 줄면 시야가 좁아지고 호기심도 줄어듭니다. 호기심이 줄어들면 좁아지는 시야만큼 자존감도 줄어듭니다.

 

아이들 놀이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주변의 인정입니다. 인정은 자존감과 연관이 있습니다. 인정을 많이 받으면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서로간의 인정을 포함합니다. 친구가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인정해 주면 아이의 자존감은 높아집니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자존감의 사회적 속성을 ‘순응의 동기’와 ‘경쟁의 동기’로 구분하였습니다. 순응의 동기는 인정과 칭찬으로 사회와 조화롭게 내 행동을 다른 사람과 맞추는 것입니다. 경쟁의 동기는 자기 능력과 가능성의 확인으로 경쟁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선을 넘는 것입니다. 순응에 의존하면 불안하고 경쟁이 몰입하면 삶이 비정상적이 됩니다. 사회가 인정하는 사람은 순응과 경쟁을 적절히 왔다 갔다 하며 생활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순응과 경쟁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연습합니다. 놀이 과정에서 먼저 제안하며 ‘경쟁’을 하고 제안을 받아들이며 ‘순응’을 합니다. 낙엽을 빗질하는 행동에도 얼음을 깨는 행동에도 나무를 옮기는 행동에도 아이들은 순응과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하지 않은 행동을 제안하거나 먼저하고 친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며 경쟁의 자존감을 높입니다. 우스꽝스러운 행동, 욕하기, 폭력적 행동 등의 그릇된 방법으로 경쟁의 자존감을 높이려 하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지 못한다면 자존감을 높이지 못합니다. 자존감이 높지 않다면 독립적일 수 없고 도전하는 용기를 가질 수 없습니다.

 

미국의 어떤 작가가 말했습니다. “남들에게 순응하면 모두가 당신을 좋아해 주지만 자신만은 좋아해 주지 않습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순응하기를 바라시나요? 그러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좋아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자존감을 높이는 경험을 많이 허용하는 부모일수록 더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선을 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