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졸업 소감문

 

졸업을 앞두고 소감문을 쓰라니 역시 산학교는 졸업할 때까지 졸업이 아닌가보다.
 산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나에게 독립과 같은 의미다. 산학교는 지난 9년간 나에게 ‘집’이었기 때문이다. 집을 떠나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바로 ‘졸업’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떠난다는 실감을 하고 나니 저절로 입에서 “아 졸업하기 싫다.”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빨리 졸업해버리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이제 와서 또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졸업을 실감하고 나니 이제야 산학교의 소중함을 깨달아버린 것 같다. 여기가 얼마나 좋은 곳이었는지, 내가 이 공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리고 9년을 지내면서 나를 지나쳐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이제야 느껴진다. 산학교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내가 배우고 느낀 모든 것들을 정말 잊지 않고 싶다. 여기서 자랐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되돌아보면 산학교에게 고마운 일들이 참 많았다. 직접 할 때는 귀찮고 싫기만 했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내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었던 소중한 기억들이 되어 있다. 그때의 내가 그 배움들의 의미를 알았다면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항상 마지막에야 후회할 일들이 생각나고 끝을 앞둔 순간에야 소중함을 깨달아버리는 게 참 웃긴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건 정말 소중했던 산학교의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는 것이다. 언제나 우리를 위해주고 우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셨던 학교의 선생님들과 9년간 우리를 지켜봐주고 함께 키워주셨던 학부모님들 그리고 그냥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던 후배들까지 너무 보고 싶을 것 같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학교가기 싫다는 생각부터 하던 내가 이젠 산학교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이 학교를 떠난다. 졸업할 때가 되고 나니 남는 건 산학교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나를 키워 준 공간에 대한 사랑, 나를 성장시켜 준 사람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산학교에서 배워온 모든 경험과 기억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이제야 느낀다.

 분명 학교가 싫었던 순간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학교가 감옥처럼 느껴졌던 날도 있었고 반대로 학교에서 자유를 느낀 날도 있었다. 학교에 나가는 게 싫어서 다음날 어디 하나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날도 있었고 학교에 갈 내일이 기다려지던 날도 있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평범하지 않은 내가 싫은 날도 있었고 평범하지 않은 내 인생에 재미있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학교가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공동체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던 날들도 잠시, 언제 부턴가 모두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산학교가 나의 학교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생 산학교에 온 것을 후회할 수 없을 것이다. 검정고시라는 꼬리표를 달고 주위 사람들에게 질문세례를 받아야하더라도, 대안학교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망설이는 순간들이 아무리 반복돼도 나를 후회하게 만들 순 없을 것이다. 여전히 이 학교에 다니길 잘했고, 중간에 그만두지 않길 잘했고, 졸업까지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산학교를 이렇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 9년간 학교에 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산학교는 항상 변화한다는 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산학교는 처음부터 만들어져 있던 공간이 아니다. 모두가 만들어내고 앞으로도 만들어 나갈 공간이다. 내가 사랑하는 산학교를 만들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9년동안 매일 등교하던 학교와 이제 이별이다.
그동안 고마웠어, 산학교!!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