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엉성하지만, 제임스 오펜하임의 <빵과 장미>를 내 멋대로 번역하여 옮겨본다.

빵과 장미
지금 이 아름다운 순간
우리는 행진, 행진하고 있다
어두컴컴한 수많은 부엌들과 회색빛 공장들이
찬란한 빛으로 동요하고
사람들에게 우리가 노래하는 것을 듣게 하기 위해
태양이 우리의 노래를 비춘다
빵과 장미, 빵과 장미
우리는 행진, 행진하고 있다
우리는 남자들을 위하여도 싸운다
그들 모두는 여성의 아이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모두를 보살핀다
우리의 삶은 향기롭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삶이 다할 때까지
우리의 몸도 마음도 굶주려 있다
우리에게 빵을, 우리에게 장미를
우리는 행진, 행진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여성들이 죽었다
빵을 달라는 여성들의 오래된 노래, 우리의 노래를 들으며 외치자
그들의 영혼은 예술과 사랑 그리고 아름다움을 알았다
그렇다, 우리가 싸우는 것은 빵을 위해서
우리가 싸우는 것도 장미를 위해서
우리는 행진, 행진하고 있다
여성이 다시 살아나고
여성이 솟아오르는 날
우리는 위대한 날들을 오게 한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쓸모없이 지내서는,
한 사람을 위하여 열 사람의 희생은 안 된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나눔
빵과 장미, 그리고 빵과 장미


원본출처 -  1911.[https://en.wikipedia.org/wiki/Bread_and_roses#Poem_and_song_lyrics]

 

 1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외치던 함성, 열악한 노동 조건, 부당한 임금, 참정권, 일할 권리, 낙태금지법 등 여성 인권을 정치화하는 함성을 떠올려본다.
 
 3·8 여성의 날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성평등 걸림돌’, ‘성평등 디딤돌’과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은 지난 해 우리 사회 성평등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주는 상이다. 여성 노동의 외주화, 비정규직화에 정면 도전해, 비정규직 문제의 성차별성을 폭로한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 혐오표현 금지는 헌법의 원칙임을 천명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합헌 결정. 체육계 미투운동의 발화점이 되어, 공고한 체육계 카르텔과 성폭력 문화 개혁의 계기를 마련한 심석희 선수. 학교 내 성폭력 문제, 여성 청소년들의 복합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변화를 이끈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여성청소년의 억압과 폭력 경험을 여성주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들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의 성평등과 여성 운동 발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는 1953년 제정 이후, 드디어 66년만에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모든 여성들이다. 임신 중단이라는 자신의 경험을 인권의 문제로, 정치적 ·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낸 수많은 여성들의 함성이,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연대 속의 우리들이 성과 재생산 권리의 온전한 보장을 위한 새로운 역사를 열었기에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것이다.
 
 ‘성평등 걸림돌’은 우리사회의 성평등 실현에 걸림돌 역할을 하는 개인과 단체들이다. 영화계 인권침해와 성폭력 문제 해결 목소리에 사과와 반성이 아닌,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응답한 김기덕 감독. 성별 분리채용 성차별을 관행이라고 변명하고 부당한 보복성 징계까지 한 대전 MBC 방송국. 여성 성착취 영상을 쵤영, 유포, 거래한 수십만 명의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와 공모자들.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 사건을 또 다시 축소 · 은폐한 검찰 특별수사단(수사단장 여환섭 현 대구 지검장). 여성 성상품화 조장하는 리얼돌 수입을 허가한 대법원 2부 재판부.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를 비호하며 2차 가해를 한 오덕식 판사.
 
 해마다 여성들의 연대를 확인하던 축제의 날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연기되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긴급재난문자가 울린다. 괴롭고 어려운 날들에 이어 재난까지 겹치니 암담하기 그지없다. 나의 작은 목소리가 한 해의 여성 운동 함성 속에 있었고, 성과를 이루었다 생각하니 기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성평등 걸림돌 김기덕, n번방, 김학의, 윤중천, 검찰 특검, 리얼돌, 오덕식까지 떠올리니 캄캄하다. 몸에 체증이 난다.

 빵과 장미는 생존과 인권을 의미한다.
제임스 오펜하임이 여성 노동운동가를 위해 쓴 이 시가 세계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구호가 되었다. 장미를 어설프게 내 멋대로 그려본다.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포스터를 그려보고 싶은데 쉽지 않다. 힘들게 장미를 그리며 인권에 대해 생각한다. 모두 동등해지는 방법, 모두가 평등해지는 방법에 대하여.
 나의 생각, 말, 행동이 인권적인가. 나는 진정으로 평등해지기 위해 협동하고 있나. 나는 공동의 책임을 느끼고 있나. 나는 포괄적으로 사유하고 있나. 항상 모든 곳에서 통일성이 있나. 진정 평등을 지지하고 있나. 생각해 본다.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동 행동은 내 안의 장미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연기된 축제로 인해 곰곰 생각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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