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나의 비거니즘 만화   글/그림: 보선   출판사: 푸른 숲
 

한시적으로 육식과 탄수화물을 끊고 단백질과 채식만으로 지낼 때가 있다. 보통 2~3주 동안 식단을 조정한다. 그러면 체중이 빠지면서 몸도 가벼워지고, 기력이 생기면서 얼굴에도 윤기가 돈다. 해서 큰 행사나 여름철을 앞두고는 나름의 의식처럼 채식으로 식단을 바꿔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한다.

채식을 할 때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한다. 좋다는 것을 알지만 채식을 지속하지는 못한다.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는 솔직히 고기가 당긴다. 불판에 잘 익힌 고기 한 점을 먹을 때 잠자던 온몸의 세포들이 일어난다. 더 먹자, 더 먹자 한다. 당기는 식욕에 속수무책이다. 둘째는 핑계이기도 하지만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 식단 조절을 시작하면 사람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보통 만나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식당도, 메뉴도 정하기 쉽지 않고, 양도 조절하기 어렵다. 해서 식사하는 자리에 나가기가 꺼려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원인은 채식에 대한 간절함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해서 몸 상태가 좋아지면 쉽게 잡식의 세계로 돌아간다.

 

얼마 전 유럽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여러 차례 현지 식당을 다녔는데 대부분의 식당에 채식 메뉴가 옵션으로 밑에 붙어 있었다. 둘러보니 풀 가득한 접시를 앞에 두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유럽은 채식주의자가 한국처럼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최소한 장사가 될 만큼은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채식 전문 식당이 아닌 일반 백반 집에서도 채식 메뉴가 있는 한국을 상상해 본다. 그러면 내가 좀 더 채식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을 텐데 하는 핑계를 대본다.

코로라 19로 인해 도서관 임시 휴관이 길어지면서 손발이 묶인 느낌이다. 이렇게 지낼 수만은 없다 생각하고 서점에 나가 어떤 신간 만화가 있는지 살펴봤다. 재미있어 보이는 여러 권의 만화가 새롭게 눈에 띈다. 그 가운데 출판사 ‘푸른 숲’에서 나온 보선 작가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집어 들었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그림과 글씨체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잘 어울린다. 거기에 만화의 소재가 ‘비건, 동물권’이라니 얼마나 신선한가? 마치 여름 새벽에 텃밭 상추 잎에 맺힌 청량한 이슬과도 같지 않은가? 비건으로 살아가는 작가의 좌충우돌 유쾌한 이야기로 가득할 책을 들고 와서는 안마 의자에 몸을 묻고 최대한 긴장을 풀고 즐길 준비를 마쳤다. 그래 한번 재미나게 읽어 보자.

 

[나의 비거니즘 만화] 2시간에 걸쳐 다 읽었다. 기대한 바대로 작가의 부드러운 그림은 독자의 눈을 전혀 피곤하지 않게 배려한다. 내용 역시 기대한 그 이상으로 재밌다. 가볍지 않고 심히 묵직한데 재밌다. 게다가 놀랍도록 유익하다. 비건을 다짐하고, 비건으로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이 땅에 존재하는 뭇 생명들을 온전히 존중하며 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을 진지한 고민으로 던져준다. ‘슬픔이 많아지더라도 다른 존재에게 고통을 주며 살고 싶지 않아’ 지향하게 된 비건. 특별하지 않게 무심하게 건네주는 이야기에는 생명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진하게 묻어나며, ‘한낱 채식주이자이지만 어쩌면 그들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해서 나도 제대로 동참하고 싶다. 물론 작가는 이런 거창한 말을 경계하고 손사래를 친다. 몸 건강을 위해 종종 채식을 한다고 했던 광장지기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러나 보선 작가는 그런 나에게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조금씩 더 관심 가져주세요”하며 웃어줄 것 같다. 비건에 대한 이해, 비건으로 입문과 실천 그리고 그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필독이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