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핍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봄을 느끼는 것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꽃에서 바람에서 햇살에서 냄새에서 봄을 느끼기도 합니다. 봄이 오면 꽃이 핍니다. 꽃도 꽃이지만 곤충이 보이기 시작하면 봄이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꽃이 피면 벌이 날아듭니다. 벌은 꿀을 찾아 이 꽃 저 꽃을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초등학교 2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숲길을 걷다 길가에 핀 꽃에 다가갑니다. 그 때 갑자기 벌이 꽃에서 날아오릅니다. 아이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아이 : 아~ 깜짝 놀랐네.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천천히 벌을 쳐다봅니다.)

얼마 뒤 다른 아이에게도 앞선 아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많이 다릅니다.
아이 : 아! 아! 아! 저리가! 저리가! (손을 마구 휘젓고 온 몸을 흔들며 뒷걸음질 칩니다)

도시의 보통 사람들은 벌을 무서워합니다. 벌에게는 침이 있습니다. 침은 바늘을 연상시켜 찔릴 수 있다는 생각하게 합니다. 찔리면 아플 것이니 무서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서우니 공포심이 들어 멀리하게 되고 멀리하니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없습니다. 가까이 보지 못하면 관심도 없어 기존의 생각과 느낌만으로 대하게 합니다. 작은 꿀벌은 무서운데 작은 강아지는 귀엽다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같은 작은 생명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보통의 사람들은 작은 강아지를 보면 무서움 보다는 귀여움을 느낍니다. 귀여우면 안심이 되고 안심이 되면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쓰다듬고 만지고 하면서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느낍니다. 강아지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강아지는 꿀벌보다 강력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아지도 사람에게 순식간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느낌의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요?

진화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안잔 채터지는 TED강연을 통해 뇌는 생존을 위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뇌는 평균적인지, 건강한지, 호르몬이 왕성한지 등을 분석하여 선택하고 생존하는 것입니다. 자연과 멀어진 도시의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쾌락을 아름다움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세뇌되어 쾌락을 생존요소로 착각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동일한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잘못된 판단과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강아지와 꿀벌은 과거나 지금이나 그대로이지만 사람이 접하는 정보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강아지는 인간 사회에서 오랜 시간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함께한 친숙해진 동물입니다. 그런데 꿀벌은 인간 사회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지만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함께하지 못한 동물입니다. 즉 인간과 동물이 함께 보낸 시간과 깊이에 따라 그 동물은 친숙해 지기도 하고 무서워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사회가 만든 정보에서 벗어나 각자의 시각으로 좀 더 동물에게 다가가면 자연과의 관계와 느낌은 바뀔 수 있습니다.

 

시작은 관심입니다. 관심이 생기면 꿀벌에 대해 살펴보게 되고 살펴보면 행동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하게 되면 가까워질 수 있고 가까워지면 자주 만나고 경험이 쌓입니다. 쌓인 경험의 시간과 깊이만큼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애도 반려견도 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심, 이해, 경험이 느낌으로 연결되며 관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곤충하면 많은 어른들이 귀엽다기 보다 징그럽거나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린아이 일수록 곤충이 징그럽지 않습니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곤충 키우는 것을 원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아이들은 생명에 관심이 많습니다. 둘째, 아이들에게 사회적 정보가 덜 반복적으로 세뇌되었습니다. 셋째, 아이들은 시간이 많습니다. 그 만큼 곤충에게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보낼 여유가 있어서 일겁니다.

 

꿀벌처럼 작은 강아지가 있다면 아마 더 많은 애정을 받겠지만 강아지처럼 큰 벌이 있다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꿀벌과 친한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 벌 등 곤충이 무섭다면 트라우마 치료법을 추천 드립니다. 친해지고 싶은 곤충에 대한 책, 인형, 사진, 동영상 등으로 관심부터 가져보세요. 더 많은 자연의 친구들을 사귄 아이일수록 더 깊고 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봄에 만나는 꿀벌에서 아이는 공포가 아니라 계절을 느끼며 자연과 공존할 수 있을 겁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