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연구소 세미나 ‘자립의 조건’에서 노 임팩트 맨을 봤습니다. 노 임팩트 맨은 2009년작 다큐멘터리인데요. 한 남자(콜린)가 지구에 어떤 영향도 주지않고 1년은 사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이 남자는 전형적인 뉴요커 아내(미쉘)와 아직 기저귀도 떼지 않은 2살 둥이 딸이 있는데요. 아내와 아이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 일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첫날부터 어긋나는 건 당연하겠죠.

음식 만들어먹기(반경 400km내 농수산물 사용하기),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 만들기, 이동수단은 자전거로, 전기쓰지 않기, 면기저귀 사용하기, 천연세제로 빨래하기 등등.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을 찾아나섭니다.

스스로를 쇼핑중독에 카페인중독, 테이크아웃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한 아내는 남편이 시작한 프로젝트에 대해 불만을 갖습니다. ‘몸에서 냄새가 나, 직원들이 싫어한다.’, ‘커피가 없으면 글이 써지지 않는다.’, ‘퇴비용 지렁이 때문에 벌레가 들끓는다.’라고 불만을 얘기해요.

시작 전 날, 아내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앉은 자리에서 아이스 에스프레소 3잔을 한번에 들이킵니다. 흐뭇한 표정을 지어요. 아내는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tv부터 틀었어요. 라이프 토크쇼를 보는 게 낙이였죠. 하지만 tv도 사라집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활동은 시작 돼고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고민합니다. 왜 이걸 해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릴 때도 있고요. 혼자만으로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요.

저는 남편보다 아내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은 프리랜서고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친환경살이가 생업이 된데 반해, 아내는 일반인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친환경살이를 한다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대중교통이나 테이크아웃은 환경이 변하면서 생긴 부산물들이잖아요. 늘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에게는 ‘선택’인 것처럼 주어지지만 사실은 정해져 있는 방법들이고.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는 늘 존재하고. 그래서 정갈하고 깨끗한 모습이 필요한 건데, 남편의 의견을 존중해 자기를 희생한 거니까요. 그래서 아내가 대단했습니다.

고민하고 번뇌하며 사는 콜린 가정의 모습은 미국 전역에 퍼졌고 아내가 즐겨봤던 라이브 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남편 콜린이 한 말이 인상 깊었어요. “변화가 필요할 때, 정부나 기관에서 해줄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나부터 그 변화를 시작하면 된다.”고 말이죠.

1년간 가족과 함께 지구에 무해(無害)한 생활을 하기로 했던 노 임팩트 맨. 하지만 임팩트(영향)였습니다. 
해로운 영향이 아니라 좋은 영향을 불러일으켰죠. 나를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주변사람들의 의식을 바꾼 임팩트.

두더지연구소는 노 임팩트 맨을 보면서 그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한 가지씩 해보자고 합의 했는데요.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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