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어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이나 배달업체 등 일부 업종은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소독 방역업종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호황을 누리는 업종 가운데 하나이다.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정원호(27세) 군과 양종은(27세) 군은 멀리 부산에 사는 후배 정성한(24세) 군까지 불러서 방역 사업을 막 시작했다. 세 청년이 방역회사를 창업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방역 자원봉사를 하기까지
“저와 후배는 오랫동안 주짓수 운동을 해왔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체육관 문을 2주 동안 닫게 되었어요. 휴관하는 동안 체육관 방역을 하기 위해 방역 장비와 소독약을 사서 체육관 방역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자가 방역을 하기 위해 방역 장비를 하나씩 사다 보니 어느덧 방호복까지 사 입고 체육관 구석구석을 소독했다. 그런데 체육관 방역을 을 몇 번 하고 덩그러니 놀고 있는 방역 장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차피 준비된 방역 장비와 소독약에 우리가 시간을 좀 보태서 좋은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방역 자원봉사를 결심하고 막상 방역이 필요한 곳을 찾으려니 생각보다 난감했다. 코로나 19가 한참이니 소독과 방역을 필요한 곳은 많을 텐데 어디를 가서 누구와 얘기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무작정 시청에 연락했더니 보건소로 연결을 해주시더라고요. 보건소에 연락을 드려서 방역 장비가 다 있으니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처음엔 난처해 하시더라고요. 방역 경험도 많지 않은 데다 감염 위험성까지 생각하다 보니 미덥지 않으셨나 봐요. 바빠서 알아봐 주기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학교에는 기숙사나 식당처럼 방역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니고 있던 학교를 찾아가 의논을 했다. 하지만 비교적 재정이 넉넉한 학교는 이미 방역을 마친 상태였다.
”아이들이 다니는 보육센터 중에는 살림이 넉넉지 않은 곳이 있으니 그곳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고 드디어 방역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드디어 시작된 방역 자원봉사
방역은 먼저 압출식 분사기로 1차 무거운 입자를 활용하여 소독 약품이 골고루 도포될 수 있도록 방역을 진행한다. 그리고 초미립자 연무기를 활용하여 천장을 비롯한 좁은 공간 구석구석까지 이중으로 방역 소독을 진행한다. 소독 약품이 골고루 도포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다.
  세 명이 100평 정도 공간에 방역 소독 작업을 하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소독약이 마르는 시간이 대략 30분 정도 걸리니, 전체 작업 시간은 보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방역 장소에 따라 약품 선정도 매우 중요해요. 체육관은 매트 섬유에 손상이 가지 않는 전문 약품을 사용해야 매트가 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은 방역 후 주의사항을 말씀드려요. 인체에 해가 없는 약품이지만 습관처럼 입에 무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세척 한 뒤 사용하시라고요.“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지만, 특히 취약한 사람들이 있는 곳의 사정은 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언뜻 떠오르는 곳이 노인분들이 많이 계신 요양원과 어린이들이 많이 있는 보육시설이다.
”어느 곳이 좋을까 의논했어요. 아무래도 한정된 인원으로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계신 곳보다는 그래도 혼자 움직일 수 있고 아이들이 집에 가는 저녁 시간이면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고 방역 자원봉사를 하기가 낫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주로 아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방역 자원봉사를 했다.

자원봉사에서 창업까지
지역아동센터, 아이맘카페 등 아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방역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가야 할 곳이 점점 많아졌다. 방역 장비와 소독약도 더 필요하게 되고 저절로 방역에 관한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어차피 방역 장비는 다 갖춰졌으니, 이번 기회에 방역회사를 창업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 학기지만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고 놀고 있는 상태였거든요.“
젊어서 좋다. 생각보다 더 빠른 게 실행력이다. 부산에 사는 후배까지 불러서 창업준비를 하고 지난주에 방역업체 인증을 받았다.

 

”지금은 포부만 있어요. 기존 방역업체의 이미지를 벗어나서 젊고 활기찬 느낌, 필라테스나 요가처럼 사람들의 생기와 열기가 활동적인 공간에 저희 업체의 브랜드가 붙어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제 시작이니 소독과 방역이 열감지 장비 대여가 주되고 집중해야 할 사업 영역이다. 그리고 미세먼지 방진망이나 공기순환기 제품 판매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으면 좋겠다는 꿈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내일 처음으로 돈 벌러 가요
사업은 자원봉사와 다르다. 일하고 대가를 받아서 사업을 영위하고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 언제 처음 일거리로 방역작업을 해보았냐고 물었다. “내일 드라마 촬영장에 방역 장비와 발열 체크를 위한 열감지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데, 그게 첫 일거리예요. “아는 사람의 소개 소개로 받은 일거리라며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한다.

 

사업은 계속성을 가져야하므로 고객과 거래처의 확보가 어렵고 중요하다.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더 어려운 과정이다. 앞으로 일거리는 어떻게 확보하려고 하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지금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힘들잖아요. 사실 저희가 돈을 벌어보겠다고 방역 사업을 시작했지만 차마 방역비를 달라는 말을 꺼내기 너무 미안하고 어려울 듯해요. 그래서 우리는 어려움을 나누며 소상공인들과 함께 가자는 방침을 세웠어요.“
어떻게 어려움을 나누며 함께 가려고 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맘이 든든해져 온다.

자원봉사로 시작한 방역작업이 사업으로 변했다. ‘VARO’는 한글의 바로에 Virus의 V를 붙여서 만든 이들의 상호다. 혹시 사업이 바빠져서 초심을 잃어버리고 자원봉사를 소홀히 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괜한 생각이다.
”저희가 방역을 시작하고 활동을 한 계기가 있잖아요. 혹시 사업이 잘 돼서 바빠진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빼서 해야죠. 필요한 곳 있으면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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