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이 인쇄되어 나오는 날이면 몇몇 조합원이 모여 우편발송 작업을 한다. 두 시간 정도 우편발송 작업을 마치고 이사장님과 함께 신문이 무사히 발행됨을 자축하며 반주를 곁들인 저녁과 함께 수다를 떤다. 요즘들어 매번 들리는 곳은 신문사 인근 신흥시장에 있는 ‘고기마당’이란 식당이다. 식당 주인 최병선씨는 이사장님의 오랜 친구이자 콩나물신문 조합원이기도 하다.

베트남 유학생 튜이
 
전부터 가끔 들리던 그 식당에는 베트남에서 유학 온 튜이라는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2000년 생으로 올해 20살이 된 튜이는 한 동네 사는 언니와 함께 한국에 유학 온 지 1년 4개월 정도 되었다. 현재 부천대학교 한국어어학당에서 우리 말과 글을 배우고 있다. 2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나면 대학에 진학해서 국제학을 공부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통역과 번역도 하고 싶어한다.

 

다른 나라도 많은데 왜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튜이가 이렇게 대답한다. “제 생각에는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한국계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서 한국에 왔어요. 지금 베트남에 한국 회사가 많이 있어요. 그래서 한국어가 점점 일반적으로 되고 있어요.”

튜이의 대답을 들으니 달라진 우리나라의 위상이 새삼 느껴져서 마음 한켠이 뿌듯하다. 2019년 9월 발표된 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온 베트남 유학생 수가 3만7426명으로 1년 새 1만 명 이상 늘었다고 한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이다. 이렇게 늘어난 이유 중에는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까닭도 있겠지만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한국어 공부하기 어렵지 않냐고 물으니, 말하기도 어렵지만 쓰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나도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 시험에서 받침이 있는 글자나 소리나는대로 받아쓰다가 자주 틀렸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가 보다. 그래도 튜이와 인터뷰 하는 중에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한국어 수업은 말과 글만 배우지 않는다. 한국 문화수업 시간에는 경복궁이나 롯데월드 등을 다니며 많은 경험도 쌓는다. 그런 경험을 통해 한국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는 게 재미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한국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되었다. 튜이가 느낀 한국 사람들의 인상은 부지런함이다. “베트남 사람보다 한국 사람들이 진짜 열심히 일해요. 베트남 사람들은 50대 정도 되면 집에서 쉬어요.”
그런 부지런한 점을 베트남 사람들이 배웠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그런데 문화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서 그냥........”
튜이가 뭐라고 말을 더 했는데 미처 듣지 못했다. 어리석은 질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미는 부지런해서 좋고 베짱이는 게을러서 나쁘다는 말이 반드시 옳거나 정답은 아니다. 서로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방식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기에 느끼는 행복의 지점도 다른 것을.....
 
“나가기 싫어요.”

한국 유학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지만, 공부를 하는 목적으로 온 유학생이기 때문에 취업은 제한된다. 유학 온 지 6개월이 지나서야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제한된 시간만 일을 할 수 있다.
     
지인의 소개로 함께 일을 시작한 식당 주인 최병선씨는 튜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처음에는 한국 말을 못 알아 들었는데, 금방 배우더라고요. 그리고 일을 알아서 찾아 해요. 어지간한 한국 사람보다 나아요.” 낮선 한국에서 어렵게 공부하며 부지런히 일하는 튜이가 대견했는지 많진 않지만 한 달만에 시급도 올려줬다.

 

그리고 조금 더 올려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코로나19로 사정이 급변했다. 신흥시장 인근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지난 달에 천만 원, 지난 달에 삼백만원 까먹었어요.” 고심 끝에 튜이와 언니 둘 중에 한 명을 내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곳에 가기 싫다며 한사코 버텼다. 결국 평일에는 하루씩 교대로 일을 하고 주말에는 같이 일하는 것으로 타협을 했다.

튜이에게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사장님 어때요라고 물었더니 머뭇거림없이 또렷하게 대답한다. “완전 좋아요.” 튜이의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예전에 모 방송국 개그프로에서 “사장님 나뻐요”라고 말하던 외국인 노동자 블랑카의 말이 유행했다. 내게도 그 목소리는 씁쓸한 여운으로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다. 이제 “완전 좋아요”라고 말하는 튜이의 한 마디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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